우체국 알뜰폰(MVNO)이 출시한 신규 요금제가 닷새만에 약 4만명의 가입자를 끌어모으며 ‘대박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일각에선 기존 이통사(MNO)들의 가입자 일부 이탈이 불가피할 것으로 점치고 있지만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란 분석이다.
10일 우정사업본부에 따르면 우체국 알뜰폰은 지난 4일 신규 요금제를 선보인 이후 4~8일 동안 주요 상품에서 3만9595명의 가입자를 확보했다. 이는 일 평균 7919명 수준으로, 지난해 우체국 알뜰폰의 일 평균 가입자가 약 550명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폭발적인 수치다.
특히 에넥스텔레콤이 출시한 기본료 0원의 ‘A ZERO’ 요금제는 1만4988명의 가입자를 모으며 돌풍의 선두에 서 있다. 기본료 없이 매월 50분의 공짜 음성통화가 주어진다는 점에서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는 것이다. 에넥스텔레콤의 ‘A 6000’ 요금제에도 8230명이 가입했다. 기본료 6000원에 음성 230분, 문자 100건, 데이터 500MB를 제공한다.
이지모바일의 ‘EG 데이터선택 10G 399’ 요금제는 알뜰폰 중에선 고가 상품임에도 불구하고 1437명의 가입 성과를 냈다. 월 3만9900원에 음성, 문자, 데이터를 무제한 이용할 수 있으며, 매일 꾸준히 280명 가량의 선택을 받았다.
서울 종로구의 한 우체국에서 시민이 알뜰폰 홍보물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양승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유·무선 결합할인의 부재 ▲부가서비스 이용 불편 ▲이통사 가입자의 약정 계약 등으로 인해 알뜰폰으로의 대규모 가입자 이탈 가능성은 적다”면서도 “일부 가입자 이탈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알뜰폰이 주력하는 저가 요금제는 이통 3사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지만, 고가 요금제(3만9900원)는 이통사의 유사 상품(5만9900원에 20% 요금할인을 적용한 4만7920원) 대비 16.7% 저렴하기 때문이다.
정승규 KB투자증권 연구원은 다만 “이번 우체국 알뜰폰 흥행의 대다수는 기본료 6000원 이하의 초저가 요금제로서 알뜰폰 사업자 간의 경쟁 격화를 야기하는 데 그칠 것”이라며 “알뜰폰의 적자구조 지속, 최근의 마케팅 비용 부담 증가 등을 고려할 때 사업자 주도의 성장 여력은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알뜰폰이 이같은 요금제 가격 경쟁력을 지속할 수 있는지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기도 한다.
이에 대해 에넥스텔레콤 관계자는 “우체국 알뜰폰 고객들의 이용 패턴을 점검한 결과 기본 제공량 이상의 일정 사용량은 나오고 있어 서비스에 무리가 없다”며 “가입자 모집과 알뜰폰 활성화 자체에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알뜰폰은 지난해 연간 번호이동 시장에서 총 47만여명의 순증을 기록했다.
SK텔레콤(017670) 약 34만명 순감,
KT(030200) 약 19만명 순감,
LG유플러스(032640) 약 5만명 순증 등 이통사 대비 성적이 두드러진다. 다만 상반기 6만명을 웃돌던 순증 규모는 5월 이후 2~3만명대를 기록하며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김미연 기자 kmyttw@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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