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용산 유가족들 "야당, 소수당 한계만 앞세우지 마라"
정의당 신년인사회 참석해 성토…"용산참사 진압책임자는 총선 뛰고 있어"
시민단체는 정의당 역할 주문…심상정 "전략적연대 힘 모을 것"
2016-01-04 16:57:16 2016-01-04 16:57:33
"살고 싶어서 망루에 올라갔습니다. 오는 20일이면 7주기를 맞지만, 아무것도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지난 2009년 용산참사로 목숨을 잃은 고 이상림씨의 부인 전재숙씨는 떨고 있었다. 마이크를 잡은 손은 떨린다기보다는 흔들린다는 말이 어울렸다.
 
4일 오전 정의당 신년인사회가 열린 국회 의원회관 소회의실. 유가족·시민단체 대표를 초청해 열린 이날 행사에서 전씨는 "5명이 세상을 떠났지만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용산참사 유가족인 김영덕씨도 "정부는 진압 책임자를 공기업 사장으로 앉혔다. 이제 그는 총선에 나오겠다고 이리저리 뛰고 있다"며 "그걸 보고만 있을 수는 없어서 이 자리에 왔다"고 했다.
 
정의당은 이날 '아픔을 딛고 미래로 나아간다'는 주제로 인사회를 개최했다. 용산참사와 세월호 유가족들이 함께 자리했다. 행사가 시작되자 분위기는 금세 무거워졌다. 화면에선 진도 앞바다가 나왔다. '함께 살자'는 구호로 덮인 거리도 비쳐졌다. 가슴에 노란 리본을 단 사람들은 묵묵히 영상을 지켜봤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거리에서 유가족의 외침, 비정규직 노동자의 절규, 청년과 자영업자의 절망을 보고도 의지가 될 수 있는 정치적 힘을 만들지 못해 죄송하다"고 말했다. 이어 심 대표는 말없이 유가족들을 끌어앉았다.
 
유경근 세월호 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도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단원고 2학년 3반 24번 예은이 아빠 유경근입니다." 유 위원장은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이내 "유가족이라는 것을 아직도 받아들이기 힘들다"며 입을 열었다. 그는 "당원도 아니고 그동안 정치인·정당 행사에 단 한번도 가본 적이 없다"며 "오늘도 다른 가족을 보내려다가, 하고 싶은 얘기 하라고 해서 왔다"고 했다.
 
유 위원장은 작심한 듯 정치권을 향해 쓴소리를 쏟아냈다. 그는 "시민들을 만나면 국회의원이 도대체 어떤 사람들인지를 묻는다"며 "그럴 때마다 '형편없는 의원이 많아서 내가 당장 국회에 들어가도 300명 중에 30등 안에 들 것'이라고 한결같이 얘기한다"고 했다. "두 달 동안 국회에서 먹고 자고 협상하면서 느낀 것"이다.
 
야당에 대한 비판도 날이 서 있었다. 유 위원장은 "개인적으로 도움을 준 분들도 많지만 더불어민주당에는 불신을 갖고 있다"며 "유가족들에게 절대 해서는 안 되는 얘기를 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우리가 130석 정도밖에 되지 않아서 할 수 있는 게 없다', '국회에는 협상 대상이 있어서 우리 주장만 관철시킬 수 없다', '소수당의 한계를 인정해 달라' 등의 얘기라고 유 위원장은 소개했다. 그는 "우리도 그런 현실을 모르지 않는다. 그래도 야당으로서 역할이 있는데, 주어진 조건을 핑계로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고 말았다"고 덧붙였다.
 
시민단체 대표자들은 정의당의 역할을 주문했다. 박래군 용산참사 진상규명위원회 집행위원장은 "세월호 참사를 겪으며 전국을 돌아다녀보니 사람들은 정치를 갈구한다. 정치가 제대로 되고, 제 몫을 하는 정당이 있으면 좋겠다는 것"이라며 "정의당이 뿌리를 내리고 존재감을 보이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김남근 참여연대 집행위원장도 "정치에 대한 냉소주의가 확산되지만 정치적 격변을 통해 민주주의 후퇴와 불평등을 극복하는 해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 대표는 "정치에서 가장 큰 문제는 정당이고, 해법도 정당"이라며 "당의 중심을 굳건히 하면서 유능한 정부를 준비하고 명실상부한 대안 정당의 길을 걸어가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국민 삶과 민주주의를 위해 총선에서 승리해야 한다는 게 야권 지지자들의 공통된 희망이다. 정권 교체를 향한 전략적 연대에 힘을 모으는 책임 야당으로서의 역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순민 기자 soonza00@etomato.com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정의당 '유가족·사회단체 합동 신년 인사회'에서 심상정 대표를 비롯한 참석자들이 서로를 끌어안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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