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칼럼)만성통증의 이해
(의학전문기자단)최석민 자인메디병원 척추센터장
2016-01-04 14:56:03 2016-01-04 14:56:21
 ‘만성통증’이라고 하면 “오랫동안 아프면 만성통증이지”라거나 “급성이건 만성이건 다 같은 통증인데 왜 굳이 구분을 하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사실 그도 그럴 법 한 것이 만성통증의 개념이 모호하여 일반인, 심지어 의사들 상당수도 만성통증에 대해 정확히 알지 못하기에 생기는 일이다. 책마다 만성통증의 정의가 제 각각이고, 급성과 만성의 기준이 되는 기간도 4주, 6주, 12주 등으로 다양하니 혼선이 생길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기간만 가지고 만성통증이 진단되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만성통증은 단순히 ‘통증’이라는 증상이 오래 가는 것이 아니라 급성통증과는 전혀 다른 병태생리학적 특성을 가진 독립된 ‘질환’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필자는 아래와 같은 정의를 선호한다. '만성통증'이란 통증의 시작이 되는 사건 (조직손상)이 발생하고 이로 인해 유발된 통증의 지속기간이 합리적인 예측 기간에 비해 1개월 이상 더 오래 지속되고, 통증이 감각신경계통의 비정상적인 작용과정에 의해 유지되는 경우를 일컫는다.
 
급성통증은 조직손상에 대한 생물학적 방어기전의 일종이며 수일, 길어도 수 주 이내에 사라진다. 조직손상에 따른 각종 유해물질이 생성되고 이는 통각 수용기(nociceptor)에 작용하여 전달신경을 통해 배근(dorsal root), 척수를 거쳐 반대편의 척수시상로(spinothalamic tract)를 경유하여 시상으로 전달 된 뒤 대뇌의 1차 혹은 2차 체성감각 영역에 도달하여 통증을 느끼는 것이 일반적인 통증전달경로이다. 물론 이 과정 중에 지난 달 필자가 언급하였던 척수의 후각이나 각종 하행성 신경전달경로 (descending pathway)에 의한 통증 정도의 조절이 이루어져서 최종적으로 통증을 느끼게 된다.
 
그런데 만성통증의 경우 최초 통증의 발단이 되었던 조직손상이 완전히 사라진 경우에도 통증이 지속된다. 즉, 만성통증은 급성통증처럼 조직-신경계 작용에 의한 것이 아니라 신경계 단독에 의한 것이다. 또한 최근 기능적 뇌자기공명영상(functional MRI) 등을 사용한 연구에 의하면 만성통증의 병태생리에는 정상적인 통증전달경로 외에 다양한 척수, 뇌간, 대뇌 등의 부위가 관여하며, 통증 지속 기간이 경과할수록 통증에 관여하는 부위의 수와 위치가 변화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따라서 만성통증 환자를 치료할 때는 급성통증 환자와는 전혀 다른 접근방식을 사용해야 한다. 급성통증에서는 조직손상부위의 염증을 가라앉혀서 통증을 완화하는 소염진통제(NSAID), 스테로이드(Steroid) 투약, 손상부위에 대한 물리치료, 국소 주사요법 등이 대표적인 치료법이라면, 만성통증에서 이런 치료법은 대부분 효과가 없다. 대신 손상부위가 목표가 아닌 척수, 뇌간, 대뇌 등을 목표로 하는 치료법이 필요한 것이다.
 
마약성진통제,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SSRI) 혹은 세로토닌 노르에피네프린 재흡수 억제제(SNRI) 계열의 항우울제, 가바(GABA) 수용기 작용 약물(뉴론틴, 프레가발린 등), 심부 뇌 자극술, 대뇌 운동피질 자극술(Motor cortex stimulation) 등이 대표적인 예이다.
 
만성통증은 급성통증에 비해 훨씬 고통스럽고 치료가 어려운 질병이다. 따라서 최선의 방법은 예방이라 할 수 있는데, 아직까지 왜 만성통증이 발생하는지 정확히 알지 못한다. 하지만 급성통증이 적절한 방법으로 빨리 해결되지 못한 경우 만성통증으로 전환될 위험이 높다는 점은 확실하다. 따라서 모든 급성통증 환자를 잠재적인 만성통증 환자라고 생각하고 즉각적이고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한다.
 
◇ 통증 전달 경로
 
 
◇ 최석민 자인메디병원 척추센터장
 
- 중앙대학교 대학원 의학박사
- 중앙대 부속병원 척추 전임의
- 우리들병원 전임의
- 광명성애병원 척추센터장
- 명지성모병원 척추센터장
- 명지성모병원 진료부장
- 명지성모병원 국제진료센터 소장
- 검단 탑병원 척추센터 과장
- 김해 중앙병원 척추센터 과장
- 신경외과 학회 서울-경인지회 운영위원
- 건강보험 심사평가원 자문위원
- 대한 신경외과 학회 정회원
- 대한 척추 신경외과 학회 정회원
- 대한 통증학회 정회원
- AO spine 정회원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진규 온라인뉴스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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