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김한길 전 대표가 3일 "백지 위에 새로운 정치 지도를 그려내야 한다"며 탈당을 선언했다. '안철수 신당' 바람으로 야권이 출렁이는 가운데 더민주 문재인 대표는 "당을 새롭게 만드는 계기로 삼겠다"고 했다.
김 전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계파 이익에 집착하는 패권 정치의 틀 속에 주저앉아 뻔한 패배를 기다리고 있을 수만은 없다"며 "수명이 다한 양당 중심 정치의 적대적 공생 관계를 허물어내야 한다. 오늘 당을 떠난다"고 말했다.
김 전 대표는 마지막까지 '패권 정치'를 문제삼았다. "패권 정치와 싸우고 참고 견디는 동안 불행했다"는 것이다. 지난 2014년 3월 당 대표를 맡으며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새정치연합과 손잡았던 기억도 떠올렸다. 김 전 대표는 "통합을 의논할 당시 안 의원은 민주당의 패권 세력에게 자신의 꿈이 좌절당할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패권 정치는 어렵사리 모셔온 안 의원을 급기야 밖으로 몰아내고 말았다"고 말했다.
김 전 대표의 탈당은 예견된 일이었다. 안 의원이 탈당한 지난달 13일 그는 "패배의 쓴잔이 아른거린다. 참담하다"고 했다. 거취를 둘러싼 궁금증도 커졌다. 문 대표를 향해선 야권 분열의 책임을 계속 물었다. 결국 "변화를 거부하는 기득권의 무서운 힘 앞에 무력함을 실감할 수밖에 없었다"며 등을 돌렸다. 탈당을 앞두고 문 대표와 대화를 나눴는지를 묻는 질문에는 "상의할 사안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야권 재편 움직임도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그는 당내에서 비주류를 대표하는 인사로 꼽힌다. '김한길계'로 분류되는 현역 의원만 10여명에 달한다. 김 전 대표는 당장 '안철수 신당'에 합류할 뜻을 밝히진 않았다. 그는 이날 회견을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안 의원과 가끔 통화했지만 탈당에 관해 얘기한 건 아니다"라며 신당 합류를 "의논해보겠다"고만 했다. 다른 의원들에겐 "고뇌가 점점 더 깊어가는 동지들에게 오늘의 선택이 용기와 희망을 드릴 수 있길 기대한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문 대표는 안타까움과 동시에 '세대 교체' 의지를 드러냈다. 문 대표는 이날 김병관 웹젠 이사회 의장의 입당 기자회견에서 "새해부터는 단합의 길로 나아가길 바랐는데 참으로 안타깝다"며 "우리 당 의원들이 출마하지 않거나 탈당해서 비는 지역에 과감하게 새 인물을 내세워 정치를 물갈이하고 당을 젊게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순민 기자 soonza00@etomato.com
더불어민주당 김한길 전 대표가 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탈당 선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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