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행유예 기간에 자신을 나무라는 아버지를 살해한 20대 남성이 항소심에서도 중형을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3부(재판장 강영수)는 자신의 아버지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안모(24)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원심대로 징역 15년을 선고했다고 22일 밝혔다.
안씨는 집행유예 기간인 지난해 10월 평소 꾸중이 잦은 아버지를 칼로 찔러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과거 특수강도 범행으로 형사재판을 받고 집행유예로 풀려나온 후 다시 잘 살아보려는 자신의 마음을 아버지가 알아주지 않는다고 생각해 저지른 범행이었다.
재판에 넘겨진 안씨는 자신이 특수강도죄로 수감됐을 때 아버지가 '강도 피해자와 합의해 형량을 줄여줄 가치도 없다'고 말한 사실이 원망스러웠고, 부모님의 별거가 모두 아버지 탓이라고 여겨 평소에도 서로 사이가 좋지 않았다고 말했다.
안씨는 또 허리 통증으로 군에서 의가사 제대를 한 바람에 제대로된 취업이 힘들었으며 자녀를 출산했던 동거녀와의 결별로 우울증과 상실감에 빠진 상황에서 1년 넘게 매일 계속되는 아버지의 질책에 마음이 괴로웠다고 했다.
1심은 "안씨가 평소 좋지 않은 감정을 품고 있는 아버지를 살해한 것으로 죄질이 매우 나쁘다"면서 "다른 범죄로 집행유예 기간 중 이뤄진 범행이며 이후 아버지 차량을 가지고 도피 생활을 하면서 아버지 카드로 성매매를 하기도 한 점 등에 비춰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며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2심은 "아버지가 당시 자신의 어려운 처지를 잘 이해해 주지 않고 오히려 나무라는 입장으로 질책을 했다고 하더라도 아버지를 흉기로 잔혹하게 살해했다는 것이 정당화될 수 없다"며 양형이 부당하다는 안씨의 항소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오히려 아버지는 안씨가 의가사 제대 후 정상적인 사회활동을 하지 않고 특수강도 범행으로 집행유예 판결이 확정된 이후에도 사회에 잘 적응하지 못하고 외톨이처럼 지내는 상황을 안타깝게 여겨, 올바른 사회인으로 거듭나게 하고자 하는 마음에서 안씨를 질책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안씨는 이 같은 부정을 도외시한 채 외려 아버지를 원망하는 마음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은 인륜에 반할 뿐만 아니라 소중한 생명이 박탈됐다 점에서 엄중한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안씨가 항소심에 이르러 '범행 당시 술에 만취된 상태였으며 극심함 우울증을 겪고 있었다'며 심신장애를 주장한 것과 관련해선 "술을 마시고 주변 사람들에게 우울한 모습을 보인 건 인정된다"면서도 "술에 만취하거나 우울증 등 정신질환으로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상실된 상태였던 것으로는 보기 어렵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편, 안씨는 2심 판결에 불복해 상고한 상태다.
신지하 기자 sinnim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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