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용현 기자] 메르스 여파에 급감한 해외 여객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대형항공사들이 이번에는 조종사들의 임금 인상 요구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회사 경영난으로 노조가 원하는 만큼 올려줄 수도 없는 상황이지만 대한항공 노조의 경우 무려 37% 인상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져 과연 업계의 공감을 얻을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아시아나항공(020560)은 2014년 임금협상도 아직 타결하지 못한 상태다. 당초 노사는 기본급 동결에 합의했지만 노조 조합원 투표에서 부결돼 재협상을 진행 중이다.
노조는 지난해 6월 대한항공이 조종사 임금을 3.2% 올려준 것과 동일한 인상을 요구했다.
이를 위해 민성식 아시아나항공 조종사 노조 위원장은 최근 사측에 '2014 임금협상 성실히 임하라', '비상경영 초래한 무능한 경영진 사퇴하라'며 1인 시위까지 벌이고 있다.
대한항공(003490) 조종사 노조 역시 이달 초 조양호 한진그룹 임금 인상률이 37%에 이른다며 조 회장과 동일한 37%의 급여 인상과 퇴직금 50% 인상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회사는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조양호 회장의 임금인상률은 지난해에는 지주회사인 한진칼의 급여가 포함이 안된 급여를, 올해는 지주회사 급여가 포함된 급여를 기준으로 삼으면서 발생한 문제"라며 "노조 측으로부터 구체적인 내용을 전달받지 못했지만 성살하게 교섭에 임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아시아나항공 역시 노조의 의견을 경청하고 있지만 해결 실마리를 찾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아시아나 관계자는 "9차례 대화를 통해 잠정 합의안을 이끌어 냈지만 부결되고, 다시 협상 계획에 있었다. 일정도 나와있었지만 노조가 성명서를 내 유감"이라며 "1월 상여금에 대해 50% 인상을 합의하는 등 성실히 협상에 임해 왔는데 추가 인상을 요구해 난처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팽팽한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사이 항공사들의 경영 여건은 더 나빠지고 있다.
LCC의 매서운 추격에 국내선의 경우 대형항공사의 점유율은 50%를 밑돌고 있다. 국제선도 중·단거리 노선에서 LCC의 노선확대가 이어지면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메르스 여파로 우려됐던 3분기 영업이익이 기대치를 웃돌았지만 환율 문제 등으로 당기순이익은 오히려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등 경영상황 역시 좋지 못했다.
업계 관계자는 "대형항공사들의 경영상황이 결코 좋지 않은 상황이고, 저가항공사들의 추격도 매섭게 진행되고 있는 만큼 일방적 입장만 내세우기 보다는 발전방향을 모색해야 할 시기"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회사가 성실한 태도로 노동자와 협상에 임하는 것은 기본이지만 조종사 노조가 귀족노조라는 비판도 받고있는 만큼 큰 틀에서 서로 양보하는 모습을 보여 줘야 할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김용현 기자 blind2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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