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수출국기구(OPEC)의 12월 회의 이후 감산합의 실패 여파로 추락하던 국제유가의 하락세가 다소 진정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에따라 일부 전문가들은 국제유가가 예상보다 더 빠르게 반등할 수 있다며 낙관론을 내놓고 있지만 여전히 '반짝 상승'에 그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도 이어지고 있다.
“예상보다 빠르게 반등할 수도”
15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현재 37달러선에서 움직이고 있는 국제유가 상황이 비관적이지만은 않다며 유가가 예상보다 빠르게 반등할 수 있다고 보도해 눈길을 끌었다.
로이터 통신은 가장 주된 이유로 예상보다 수요가 더 빠르게 증가할 수 있는 점을 꼽았다. 먼저 중국 시장을 포함해 전 세계에서 자동차 판매가 늘어나는 것이 긍정적이라는 것이다. 자동차 판매가 급증하면 휘발유 수요가 늘어 자연스레 원유 수요도 늘어나게 된다.
또한 인도의 경제 발전이 가팔라지며 원유 수요가 늘어나는 점 역시 유가 반등을 도울 것으로 보인다고 통신은 전했다.
실제로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전세계 원유 수요가 올해 일 평균 9460만배럴에서 내년 9580만배럴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와 함께 공급도 자연스레 감소해 수급 균형이 맞춰질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최근 국제유가 급락으로 미국 내에서 파산하는 셰일 가스 회사들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셰일 가스는 생산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유가 하락으로 인해 투자를 줄이거나 파산을 하는 회사가 늘 수밖에 없는데 이는 공급을 줄어들게 한다.
이런 가운데 주요 인사들의 긍정적인 발언도 유가 반등에 힘을 보태며 지난 2거래일간 국제유가는 3% 넘게 뛰었다.
이날 압둘라-엘 바드리 OPEC 사무총장 역시 인도와의 에너지 포럼에 참석해 내년에는 구제유가가 반등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바드리 총장은” 이미 에너지 관련 1300억달러 규모의 투자가 축소됐고, 이에 따라 비 OPEC 회원국들의 공급은 내년에 30만배럴 줄어들 것”이라며 “빠르면 몇 달 느리면 내년에는 수급 균형이 자연스레 맞춰져 유가가 반등할 것”이라고 전했다.
알렉산더 노박 러시아 석유장관 역시 이날 기존의 생산량을 유지한다고 밝힌 후, “각국이 생산량을 늘리지 않는다면 내년에는 국제유가가 수급 균형을 찾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부 글로벌 투자은행들 역시 긍정적인 전망을 제시하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2016년 말쯤에는 수요가 늘어나고 공급이 축소돼 초과 공급 우려가 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고 ABN암로은행 역시 “단기적 전망은 좋지 않지만 내년에는 좋아진다”고 내다봤다.
아울러 만약 국제유가가 배럴당 35달러 밑으로 떨어진다면 OPEC 회원국들이 긴급 회의를 가져 최악의 상황은 피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국제유가 바닥 멀었다"
그러나 최근 몇일 간의 반등으로 국제유가가 바닥을 쳤다고 하기엔 너무 이르다는 지적들이 우세하다. 특히 여전히 주요 기관들은 내년 유가 전망치를 낮게 잡고 있다.
이날 무디스는 2016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 전망을 기존의 48달러에서 40달러로 낮춰잡았고 브렌트유 전망 역시 배럴당 53달러에서 43달러로 하향 조정했다.
씨티그룹 역시 보고서를 내고 산유국들이 점유율 확대를 위해서 공급을 줄이지 않는다며 국제유가 전망치를 낮췄다.
씨티그룹은 “원유 생산이 저장 능력을 초과할 정도로 확대된다면 그때서야 산유국들은 억지로라도 생산을 줄일 것”이라면서 “이 정도 수준이 되려면 WTI는 배럴당 20달러 후반까지 떨어져야하고 브렌트유는 배럴당 30달러선까지 떨어져야 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현재 산유국들이 양보할 기미를 보이지 않는 만큼, 최악의 상황에까지 이를 수 있다는 것이다.
에드 모르스 시티그룹 상무는 “이번 분기도 좋지 않았지만 다음 분기 국제유가는 더욱 추락할 것”이라며 “여기에 이란산 원유까지 풀린다면 내년 상반기에 저장 능력에 한계가 올 수도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이란산 원유가 시장에 곧 풀릴 것이라는 전망은 더욱 힘을 얻고 있다. 이날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이날 이란이 2009년 이후 핵무기 개발을 중단한 것으로 결론 짓고 핵조사를 종료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따라서 곧 추가 제재들이 풀려 이란산 원유 수출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심지어 감산을 하더라도 의미가 없을 것이란 지적까지 나온다. OPEC 회원국들이 지금도 생산량 쿼터를 지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제유가의 공급 우위 장세가 해결되지 않는 상황에서, 무작정 공급이 줄어들 것이라고 기대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또한 유가에 반등을 예측하는 전문가들 역시 예전처럼 국제유가가 100달러 선에서 거래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에 대해서 동의하는 모습이다.
우성문 기자 suw14@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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