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성재용기자] "가뜩이나 자금 마련이 쉽지 않은데 신평사는 신용등급을 낮추고, 회사채는 만기가 되고, 정부는 규제를 강화하고…간만에 분양호황으로 주택사업이 좀 나아지긴 했는데, 이마저도 착공에 들어가야 현금이 돌기 시작하니까 답답할 따름입니다." (A 중견건설사 관계자)
내년에 2조6000억원가량의 건설 회사채 만기가 도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황 부진에 따른 신용등급 하락으로 차환 발행이 쉽지 않은데다 정부가 금융권 집단대출 점검에 나서면서 자금조달이 까다로워진 건설업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30일 나이스신용평가와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시공능력평가 30위 내 주요 건설사들의 내년도 만기도래 회사채 잔액은 총 2조5965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중 상반기에만 52%가량인 1조3715억원을 갚아야 한다.
신용등급별로는 A등급 이상이 2조4700억원으로 전체 95%를 차지했으며 AA등급에서는
GS건설(006360)(3200억원)이, A등급에서는 롯데건설(4900억원), BBB 이하에서는 한양(580억원)이 가장 많았다.
건설사별로는 롯데건설(A+, 이하 신용등급)이 가장 많았다. 롯데는 상반기에 2000억원, 하반기에 2900억원을 마련해야 한다. 이어 ▲
대우건설(047040)(A+) 4500억원 ▲한화건설(A) 4100억원 ▲GS건설(AA-) ▲
현대건설(000720)(AA-) 2100억원 ▲
대림산업(000210)(AA-)·SK건설(A+) 2000억원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GS건설은 2월 3200억원을 모두 상환해야 하고, 한화건설도 3~4월에 1600억원이 몰려있다. 한양의 경우 2월부터 6월까지 매월 70억원씩 갚아나가야 한다.
문제는 해외사업 리스크로 인한 업황 부진으로 신용등급이 줄줄이 하락했다는 것이다. 회사채 신용등급은 신용도에 따라 나뉘는데 BB+이하는 투자부적격으로 분류된다. 이 등급부터 신규대출은 물론, 기존 회사채의 만기를 연장하는 일도 사실상 어렵다. 바로 윗 단계인 BBB-, BBB는 은행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건 가능하지만, 높은 금리를 부담해야 한다.
때문에 채권시장에서 건설사 회사채에 대한 관심이 멀어졌다. 두산건설은 지난달 250억원 규모의 회사채 수요예측에 실패했다. 상반기 회사채를 발행했던 롯데건설은 지난달 만기도래한 1500억원가량의 회사채를 차환하지 않았고, 운영자금 확보 차원에서 100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하려던 대림산업도 최근 발행을 포기했다.
여기에 과열된 분양시장 분위기를 우려한 금융당국이 규제에 나서면서 그나마 실적을 유지할 수 있었던 주택사업도 불투명해 졌다. 금융감독원은 지난달부터 국내 주요 시중은행들의 아파트 집단대출 점검에 나섰다. 집단대출 건전성 심사가 강화되면 은행 대출심사가 까다로워져 집단대출 이자가 올라가고 건설사들이 집단대출을 받지 못 할 경우에는 분양자체에 차질이 빚어질 수도 있다.
이에 업계에서는 상대적으로 부실위험이 큰 건설사가 떠안고 있는 잔액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A등급 미만인 건설사들의 경우 만기 연장은 커녕 차환 발행조차 녹록치 않은데다 현금조달도 어려워 최악의 경우 건설 회사채가 자칫 부실의 뇌관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신한금융투자 채권팀장은 "미상환 위험이 큰 건설사 채권은 이미 시장에서 여러 차례 검증을 거쳐 유통되지 않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면서도 "다만 주택 부문을 제외한 건설경기가 살아나지 않고 있어 BBB 이하 건설사들의 회사채가 언제 '골칫거리'로 전락할 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하나금융투자 채권 담당자는 "건설업계 전체적으로 보면 회사채 규모가 줄어들었지만, 신용등급 BBB 이하 업체는 차환발행이 어려워 자체자금을 마련해 상환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회사채를 갚지 못해 부도나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 유동성에 문제가 생기면 신용등급이 추가 하락할 우려가 있고 이에 따라 자금난이 심화되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 걱정되는 부분"이라고 분석했다.
해외사업 부진, 신용등급 하락, 정부 대출규제 강화 등 다(多)중고를 겪고 있는 건설사들이 총 2조6000억원가량의 회사채 만기를 맞이한다. 그래픽/최원식 디자이너.
성재용 기자 jay111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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