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전문은행 예비 인가를 얻은 카카오뱅크·K뱅크는 편의성과 중금리대출을 전면에 내세워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빅데이터 활용 능력을 강화해 현재 20%에 육박하는 고금리 대출을 10% 내외로 떨어뜨리겠다는 것이다. 시중 은행에는 없는 차별화된 콘텐츠와 낮은 수수료로 고객 편의를 극대화하겠다는 복안도 눈에 띈다.
30일 카카오뱅크·K뱅크는 은행연합회에서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자 사업계획' 브리핑을 열고 세부 사업 내용을 공개했다.
인터넷은행은 영업점을 최소화하거나 없이 인터넷 등 전자 매체를 통해 업무를 진행하는, 일종의 점포 없는 은행이다.
이번 설명회에서 눈에 띄는 내용 중 하나가 10%대 중금리 대출 서비스다. 양 컨소시엄은 신용이 높지 않아도 상환 능력만 된다면 합리적인 금리를 제공하는 '문턱이 낮은 은행'을 표방했다. 더이상 20%에 달하는 제2금융권 고금리를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사용하지 않다도 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카카오뱅크는 금융거래, 상거래, 온라인 활동 등 3방향 데이터를 활용해 빅데이터의 질을 높이고 외연을 확대하는 길을 택했다. 컨소시엄 주주사인 KB국민은행과 우체국예금, SGI서울보증 등 금융기관의 정보와 G마켓, 옥션, 예스24 등에서 수집된 상거래 데이터를 융합하고 여기에 카톡과 같은 온라인 활동 내역을 가미했다.
◇많은 기자들이 몰린 가운데 30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국내 첫 인터넷전문은행 사업자에 대한 예
비인가 심사 결과 선정된 카카오뱅크와 K뱅크 컨소시엄이 사업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그동안 금융거래로만 평가받던 신용평가 시스템이 모바일과 온라인을 총 망라하는 빅데이터로 질이 대폭 높아진 셈이다. 이를 토대로 시중 은행의 외면을 받은 저신용 고객들에게도 10% 내외의 중금리 대출을 선보일 수 있는 판이 마련됐다.
K뱅크도 오프라인에 기반한 정보와 온라인 정보를 모두 아우르는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새로운 신용평가시스템을 만들 계획이다. 신용거래를 잘 안하는 학생이나 주부에게도 10%대 금리의 대출을 제공할 수 있게 세분화되고 정교한 빅데이터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개인신용평가사(CB), 개인신용평가시스템(CSS) 정보에 통신, 결제 등 정보를 더하기로 했다. 기존 신용평가시스템은 자료가 부족한데다 신용거래 내역 자체가 없는 경우도 많아서 정확한 판단이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수수료 혜택에도 눈길이 간다. 두 인터넷뱅크는 온라인 은행이란 특성을 살려 각종 수수료를 확 낮췄다. 오프라인 지점을 중심을 한 시중은행과 달리 운영 비용이 확 줄어 이같은 혜택이 가능해졌다.
카카오뱅크의 경우 고객과 판매자 사이에서 중계역할을 했던 VAN과 PG 카드사를 배제하는 식으로 수수료를 다운시켰다. 고객과 판매자를 직접 연결해 중간 마진을 제거하고, 그 차익을 고스란히 고객에게 돌려주는 방식이다. 카카오뱅크는 이를 '앱투앱결제'로 명명했다.
K뱅크는 고객과 가맹점을 직접 연결해 수수료를 낮추는 플랫폼인 '익스프레스 페이'를 마련했다. 이 플랫폼은 가맹점과 고객 모두에게 수수료 혜택이 주어져 '윈윈' 결제 방식으로 통한다.
양 컨소시엄은 신개념 이자도 선보였다. 단순히 돈을 예치하면 금리에 따라 돈으로 이자를 쳐주는 방식에서 한 걸음 나아가, 이자를 다양한 콘텐츠로 돌려주는 시스템을 마련했다.
카카오뱅크는 예금 이자를 현금이나 다양한 포인트로 제공하기로 했다. 카카오 스페셜 이모티콘, 넷마블 아이템, 예스24·옥션 무료 배송권 등 이자를 포인트처럼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는 것이다. 카카오뱅크는 주주사들과 '카카오 유니버설 포인트'를 구축하고 서비스를 꾸준히 확대할 계획이다.
K뱅크는 '디지털이자예금' 개념을 도입했다. 콘텐츠 이자로 최신영화 VOD나 음악 등을 다운로드 받을 수 있도록 디지털 콘텐츠를 마련해놨다.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것이 24시간 고객 상담이다. 기존 은행이 4시에 문을 닫아 상담에 애로사항이 있었다. 카카오뱅크는 24시간 금융 비서 ‘금융봇’을 만들었다. 이 금융봇은 카카오톡 상에 24시간 동안 필요한 정보를 제공해 주는 ‘나만의 금융 비서’다. 구매나 결제정보는 물론 위치와 소비패턴을 감안해 주인에게 필요한 정보를 공급해 준다.
K뱅크에는 ‘무중단 플랫폼’이 있다. 이 플랫폼 또한 24시간 356일 쉬지 않고 운영된다. 특히 1센터와 2센터로 이중 센터망을 구축해 놔 천재지변이나 재난이 발생해도 문제없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해놨다.
카카오뱅크와 K뱅크는 사업을 위한 인적·물적 준비를 마친 뒤 본인가를 신청할 예정이다. 본인가를 받게 되면 6개월 이내에 본격적인 은행으로 영업할 수 있게 된다.
카카오 관계자는 "1호점이 지닌 상징성이 있으나, 속도내기 보다는 안정적인 망을 갖출 수 있도록 충분히 준비할 것"이라며 "내년 상반기에 영업을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윤석진 기자 ddag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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