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샌디스크 인수전에 참여하지 않고 기존 특허권 계약을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무리한 인수나 투자를 통한 특허 확보가 오히려 경제적이지 않다는 계산을 내린 것으로 관측된다.
최근 샌디스크는 매각을 위한 주관 투자 은행을 선정해 매각 작업에 착수했으며 외신들은 마이크론, 웨스턴 디지털 등과 더불어 삼성전자를 인수 후보군으로 점치고 있다.
이에 대해 19일 관련업계 관계자는 "외신 등에서 샌디스크 인수 후보군으로 꼽고 있지만 삼성전자가 M&A 특허권 계약을 연장하는 쪽으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샌디스크와 플래시메모리 관련 상호 특허권 계약을 2002년에 맺고 7년 단위로 재계약을 해왔다. 지난 2009년에 맺은 계약은 내년 8월 만료된다.
일단 삼성은 인수합병(M&A)보다는 특허 계약을 연장하는 것으로 실익을 유지할 수 있다는 판단이 내려진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에서는 삼성이 샌디스크에 연간 4000억원 이상을 로열티 지출을 줄이고 플래시메모리 시장 장악력을 키우기 위해 지적재산권(IP) 특허를 다수 보유한 샌디스크를 인수하는 게 더 나은 방안이라는 시각이 적지 않았다. 샌디스크는 샌디스컴팩트 플래시, SD메모리카드, 마이크로SD 등 메모리 관련 특허권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삼성이 이같이 방향을 선회한 이유는 샌디스크의 매물가치가 인수전에 참여했던 지난 2008년에 미치지 못한다는 분석도 있다.
특히 '유니버설 플래시 스토리지(UFS)'가 갤럭시S6, 갤럭시노트5 등에 탑재되면서 샌디스크는 시장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 UFS는 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SSD)와 저전력 임베디드 멀티미디어 카드(eMMC)를 결합한 새로운 저장장치 규격이다. UFS는 임베디드 멀티미디어 카드(eMMC)보다 세 배 이상 데이터 전송 속도가 빠르지만 발열과 전력 소모가 적다는 장점이 있다. 시장조사업체 IHS는 모바일 내장메모리 시장에서 UFS가 차지하는 비중은 올해 4%에 불과할 전망이지만 2018년 37%, 2019년 49%까지 영향력이 커질 것으로 분석했다.
반도체관련 전문가들은 "IT산업에서 특허의 가치가 커지면서, 웬만한 라이선스·로열티 규모가 조 단위를 넘는 경우가 허다하지만 막대한 투자가 들어가는 선도기술 확보보다는 양산 제품의 생산성을 높이는 '실속형'을 택하는 것이 오히려 나을 수 있다“며 "(삼성의 경우도) 내년 재계약 시점에는 로열티 비용이 상당부분 늘지만 인수를 통해 장기적인 투자를 할 만큼의 가치는 아니라고 보는 게 맞다”고 설명했다.
마이크론이나 웨스턴 디지털이 샌디스크를 인수하게 될 경우 플래시메모리 시장의 순위경쟁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시장조사기관 IHS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 2분기 샌디스크의 낸드플래시 메모리 시장 점유율은 19.7%로 삼성전자(31.7%), 도시바(18.8%)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마이크론테크놀로지는 삼성전자와의 격차를 좁힐 수 있고 웨스턴디지털은 하드디스크 제조에 집중해 왔지만 플래시메모리 분야로 영역을 확대할 수 있다.
삼성전자 서초 사옥. 사진/뉴시스
김민성 기자 kms0724@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