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 경제 지표가 잇따라 부진하게 발표되면서 유럽 경기 위축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폭스바겐 스캔들에 휘말린 유럽 강국 독일 경기가 흔들리면서 유로존 경기에 대한 비관론이 확산되고 있다.
최근 발표되고 있는 유로존의 경제 지표 추이가 심상치 않다. 14일(현지시간) 유럽연합 통계국인 유로스타트는 지난 8월 산업생산이 전월 대비 0.5% 감소했다고 밝혔다. 사전 전망치에는 부합했지만 직전월 0.8% 증가에서 감소로 전환한 것이다.
유로존 생산지표는 지난 7월 석달 만에 0.6% 증가로 돌아섰으나 한 달 만에 재차 감소하면서 제조업 경기 우려를 키웠다. 에너지와 자본재 생산이 전반적으로 감소하면서 지표를 끌어내렸다는 평가다.
특히 로이터통신은 프랑스 산업생산은 1.6% 증가한 반면 독일은 1.1% 감소해 전체 지수에 영향을 줬다고 평가했다.
이달 초 발표된 유로존 제조업 지표 역시 프랑스를 제외하고는 대체로 부진했다. 9월 스페인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지수는 51.7로 예상치와 직전월 수치를 하회했으며 스위스 제조업 지수는 49.5를 기록해 넉달 만에 기준치인 50을 하회했다. 독일 제조업 PMI는 52.3으로 예상치를 밑돌며 두 달째 뒷걸음질쳤다. 프랑스는 예상치를 상회한 50.6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유로존 제조업 경기 둔화에 대해 지난달 독일 자동차 기업 폭스바겐 조작 스캔들 여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유로존에서 수출 비중이 높은 중국 경기가 둔화되고 있는 점 역시 우려 요인이다.
제조업뿐만 아니라 고용과 물가 지표도 여전히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 유로존의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대비 0.1% 하락해 6개월 만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9월 실업률은 11.0%로 예상치 10.9%를 밑돌았다. 7월을 제외하고는 18개월 동안 11%대의 실업률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폭스바겐 스캔들에 휘말린 독일 경기에 대한 전망은 더욱 어둡다. 지그마어 가브리엘 부총리 겸 경제에너지부 장관은 14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7%로 하향 조정했다. 4월 정례 발표에서 내놓은 1.8%보다 0.1%포인트 낮춘 것이다.
유로존 강국인 독일을 비롯해 유럽 경기 위축이 지속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데니스 드 종 UFX.com 통화 매니징 디렉터는 “생산 지표 부진은 빙산의 일각”이라며 “중국 경제 위축과 독일 자동차 산업 부진으로 4분기 유로존은 더욱 힘든 시기를 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오는 20일 몰타에서 열리는 유럽중앙은행(ECB)의 통화정책회의에서 추가 부양책에 대한 갈증이 커지고 있다.
데니스는 “경기에 대한 비관론이 확산됐다”며 “ECB에 대한 추가 부양 압력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 아우크스부르크 근처 뇌르트링겐의 철강 공장에 노동자가 강철 막대를 운반중이다. 사진/로이터
어희재 기자 eyes4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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