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이광수는 배우보다는 예능인으로서의 입지가 더 돋보인다. SBS '런닝맨'에서 탁월한 유머감각을 선보이며 '아시아의 프린스'라는 수식어가 따라붙기도 한다. 예능인으로서 독보적인 포지션을 갖고 있다.
반대로 배우로서는 아직 성장단계에 있다. 최고의 위치에 있다기보다는 크고 작은 비중의 역할을 연기하면서 자신의 내공을 쌓아가고 있는 중이다. 그런 이광수가 빛을 발한 작품은 지난해 나온 영화 ‘좋은 친구들’이다. 친구 어머니의 죽음에 대한 죄책감과 상처를 씻지 못하고 자살하는 인물을 훌륭히 표현하면서 배우로서도 호의적인 평가를 받았다. 당시 이광수가 연기자로서의 성장이 뚜렷하게 보였다는 점에 대해 많은 영화관계자들은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런 이광수가 또 한 번 도전을 시도했다. 영화 '돌연변이'에서 생선인간을 연기한 것이다. 영화 내내 핵심적인 인물로 등장하지만 본인의 얼굴은 단 몇 컷 나오지 않는 캐릭터다. 다시 말하면 본인의 얼굴을 감춘 채 생선을 연기한 셈이다. 자신의 얼굴이 나오지 않는 작품에 출연했다는 것 자체가 큰 용기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영화 '돌연변이'에서 이광수가 연기한 생선인간 캐릭터 박구(왼쪽)와 박보영. 사진/필라멘트픽쳐스
그런 가운데 영화 '돌연변이'를 선공개하고 배우와 감독의 촬영소감을 들어보는 언론시사회가 14일 오후 2시 서울 왕십리 CGV에서 열렸다.
이 영화는 실험에 참여한 청년 박구(이광수 분)가 신약 부작용으로 생선인간이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박구는 상체는 생선, 하체는 인간의 형상을 한다. 생선도 인간도 아닌 중간지점에 있는 생명체다. 이광수는 영화 내내 본인의 얼굴이 아닌 생선의 탈을 쓰고 등장한다. 그가 얼굴 없는 생선을 연기한 이유가 궁금했다.
그는 "사실 얼굴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더욱 해보고 싶었다. 첫 번째로 시나리오가 정말 좋았고 공감이 갔다. 이런 역할을 이번 시나리오가 아니면 평생 해볼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며 "내 나름의 도전이었다. 그리고 얼굴이 나오지 않는 점도 꼭 해보고 싶었던 이유"였다고 밝혔다.
상업적인 측면보다 신선한 캐릭터를 연기하고 싶었다는 욕심이 묻어나는 발언이었다. 그만큼 이광수가 깊고 진중하게 작품을 대하고 있다는 것이 은연 중에 드러났다.
영화의 연출을 맡았던 권오광 감독은 이광수의 연기력을 높이 평가했다. 특히 '좋은 친구들'을 보고 이광수와 꼭 작업을 같이 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권 감독은 "이광수에 대해 잘 몰랐다. 재밌는 사람이라는 것도 나중에 알았다. '좋은 친구들'을 보고 굉장히 좋은 배우라는 생각을 했다"며 "어떤 선을 넘어가고자 욕심을 보이는 배우라고 생각했다. 꼭 작업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광수는 끊임없이 도전 중이다. '간기남'에서는 겉으로는 어수룩하지만 알고보니 천재였고, '착한남자'에서는 우정이 깊은 친구였다. '불의 여신 정이'에서는 사악하고 음흉한 악역을 맡았다. 선악과 인물의 깊이를 가리지 않고 연기력을 쌓아왔다. 그 내공이 '좋은 친구들'에 이어 '돌연변이'까지 드러난 셈이다.
'돌연변이'에서는 생선인간이 되면서 사람들의 시선에 휘둘리고 상처받는 박구를 훌륭히 표현해냈다. 이날 이광수는 "‘특별히 어떤 모습을 보이겠다’라는 목표는 아직 없다. 시나리오를 보고, 하고 싶은 역할 혹은 잘 할 수 있을 것 같은 역할에 도전한다. 좋게 봐주시면 감사하고, 이번에는 그저 박구를 잘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광수의 용기가 빛난 ‘돌연변이’는 오는 22일 개봉한다.
함상범 기자 sbrai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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