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매미가 말했다. “나는 꽃매미로, 올해가 다감에 곧 죽거니와 할 말이 있다. 2000년대 중반에 갑자기 그 수가 불었다 하여 외래종으로 취급하여 괴이쩍게도 그 이름을 ‘중국매미’라고 붙였다. 반도(半島)에서 우리의 첫 기록은 이미 1932년에 나타났다. 강산이 몇 번도 넘게 바뀌도록 우리는 이 땅에 발붙이고 살았다. 해충(害蟲)이라고? 물론 사람이 기르는 농작물에 해를 입혔다. 만물(萬物)은 서로 이롭기도, 때로는 해롭기도 한 법이다. 돌이켜보라. 과연 인간에게 이로우려고 꾀하는 일로, 사람의 말을 하지 못하는 수많은 종(種)이 죽거나 다치는 재앙에 얼마나 엄격한지 관대한지. 생태계의 교란과 피해를 말하지만, 그와 같은 ‘범죄’가 과연 우리가 번성하기 전에는 없었던지, 그리고 인간은 그와 같은 혼란을 빚진 않았던지 되짚어 보란 말이다. 끝으로, 우리의 수가 갑작스레 불어난 것은 그 세를 과시하고자 함이 아니라, 세상이 따뜻해짐에 우리가 나고 자라기에 좋아져서인데 한국인은 성급하게도 외래종의 침입으로 해석했다. 사실과도 어긋나며, 거슬리는 것은 모두 ‘남’으로 다져 넣는 옹졸함을 밝혀둔다.”
개망초가 나섰다. “나는 이름부터 틀려먹었다. 일찍이 반도에 사는 이들은 좋지 않은 대상을 이름할 때 앞에 ‘개’를 붙인다. 내 이름에는 그 ‘개’도 모자라서 망한다는 뜻의 ‘망(亡)’까지 포개졌다. 조선이 대한제국으로 이름을 고쳐 쓰고도 별 효험이 없이 그 국운(國運)이 다해 갈 때쯤 우리의 조상들이 눈에 띄어 그렇게 이름 붙여졌다. 나라가 넘어가는 것과 한낱 풀떼기가 무슨 상관인가. 우리의 조상은 원래 아메리카 대륙에 있었다. 우리라고 이곳에 오고 싶었겠는가. 나는 씨앗일 적부터 ‘너라도 바다를 건너 고향으로 돌아가기를…’이란 어머니의 눈물 맺힌 탄식을 들으며 자라왔다. 뿌리를 내려버린 지금에선 나도 틀렸다. 망국(亡國)의 한을 애꿎은 풀에 떠넘긴, 그 뒤틀린 심사를 꾸짖는다.”
황소개구리가 울부짖었다. “이곳에 온 순서로 나는 막내지만, 억울함이라면 오히려 내가 형이다. 우리 일족(一族)이 이곳에 발을 내디딘 건 1958년이 처음이다. 본격적으로 우리가 풀려난 건 1970년대다. 새마을운동 때 들여와 우리에게서 고기를 얻을까 했지만, 별 쓸모를 느끼지 못하자 우리의 조상을 산천(山川)에 풀어놓았다. 조상들은 이국(異國)에서 나름대로 분투하며 적응했다. 목숨붙이가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것을 욕한다면, 오늘날 ‘노력’을 부르짖는 고관대작들은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그대들의 조상이 이곳으로 흘러들어온 경위가 뚜렷하지 않은 것과 견주어, 우리는 한국인들의 필요로 이곳에 넘어왔고, 단지 적응했을 뿐인데 적(敵)이 되고 말았다. 이보다 억울한 일이 또 어디 있겠는가?”
꽃매미. 사진/바람아시아
그는 꿈에서 깼다. 무거운 눈꺼풀을 들어 올리며 꿈을 되짚어 본다. 꽃매미, 개망초 그리고 황소개구리는 한국인을 원망하는 말을 왜 그에게 쏟아냈을까. 혹시 그를 한국인으로 여긴 걸까. 가만히 한국에서의 지난날을 돌이켜본다. 한국이 좋아서가 아니라 한국에서 벌 수 있는 돈을 찾아 ‘흘러왔다.’ 고되고 위험한 일을 저임금으로 견뎌주는 노동력으로 ‘들여졌다.’ 범죄통계에서 ‘내국인’은 ‘외국인’보다 높게 나타나지만, 이주노동자의 범죄는 자극적으로 보도된다. 그럴 때면 버스, 전철 그리고 거리에서 그에게 꽂히는 두려움과 혐오가 섞인 시선이 한층 더 따갑다. 자꾸만 처지는 눈꺼풀을 억지로 가누며 시계를 본다. 5분밖에 지나지 않았다. 점심시간 30분 중에서 아직 10분이 남았지만, 이 시간에는 반장이 시킨 대로 대기실과 현장을 청소해야 한다. 의자에서 간신히 몸을 일으키려는 그때 갑자기 눈앞이 어두워진다. 오른쪽 등허리에 느껴지는 묵직한 통증에 눈을 떴을 때 그는 자신이 바닥에 엎어진 걸 알 수 있었다. 꽃매미 사체 몇이 눈 바로 앞, 차가운 바닥에 있다. “내가 저놈의 중국매미 치우라고 말했을 텐데, 한가하게 잠이나 자고 있어?”
**이 기사는 <지속가능 청년협동조합 바람>의 대학생 기자단 <지속가능사회를 위한 젊은 기업가들(YeSS)>에서 산출하였습니다. 뉴스토마토 <Young & Trend>섹션과 YeSS의 웹진 <지속가능 바람>(www.baram.asia)에 함께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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