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백신이 4조원 규모에 달하는 의약품 국제입찰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가격은 낮은 수준으로 책정되지만 막대한 물량 수주로 상당한 이익이 발생해 성장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녹십자, LG생명과학, SK케미칼이 국제연합(UN) 의약품 조달시장에 참여한다. UN은 아프리카, 아시아, 남미, 중남미 등 저개발국가에서 예방접종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시장 규모는 연간 3조9500억원에 달한다. 국제입찰 조달품목은 결핵, 말라리아, 에이즈 등 필수 의약품이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
백신을 개발하고 있는 국내사들은 UN이 주도하는 국제입찰에 뛰어들고 있다. UN은 전세계에서 백신을 가장 많이 사들이는 기관이다. LG생명과학은 5가 혼합백신인 '유펜타'로 내년 1분기 국제입찰에 뛰어든다. 유펜타는 디프테리아, 파상풍, 백일해, B형간염, 뇌수막염 등을 동시에 예방하는 치료제다.
LG생명과학은 세계보건기구(WHO)로부터 유펜타의 PQ(사전적격정심사) 인증을 추진하고 있다. PQ는 의약품 국제입찰에 참여하기 위한 품질 인증 절차다. WHO는 지난 8월부터 9월까지 LG생명과학의 오송공장의 실사를 완료했다. 하반기 정도에는 PQ를 인증받을 것으로 사측은 예상하고 있다. PQ를 획득하면 내년 1분기에 예정된 UN산하 WHO, 유니세프, 파호가 주관하는 국제 예방접종 사업에 참여할 수 있다. LG생명과학은 연매출 600~700억원을 목표로 세웠다.
녹십자는 한발 앞서 수주 성과를 보이고 있다. 지난 1월 파호가 주관하는 수두백신 입찰에서 7500만달러(한화 약 875억원) 규모를 수주했다. 이는 의약품 국제입찰에서 국내사 단일제품 기준으로는 사상 최대규모다.
2014년 파호 독감백신 입찰에선 3800억달러(약 443억원) 규모를 수주했다. 2016년 독감백신 입찰이 1월과 6월에 예정돼 있어 수주 규모 확대가 예상된다. 증권가에선 내년 녹십자의 파호 수주 규모가 1억달러(약 1167억원)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했다.
SK케미칼도 국제입찰 참여를 계획하고 있다. 지난 8월에는 독감백신 '스카이셀플루'를 출시했다. SK케미칼은 스카이셀플루로 PQ인증을 올해 안에 신청할 계획이다. 또한 현재 8종의 백신을 개발 중이며, 수두백신, 폐렴구균백신이 임상 3상 중이다. 이들 백신들은 개별국가뿐만 아니라 국제입찰 시장에도 진출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제약사의 백신이 꾸준히 WHO PQ 인증을 받는 등 우수한 품질을 가지고 있는 만큼 국제기구 의약품 조달시장에서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며 "안정적인 수입을 확보할 수 있는 시장이어서 국내사들도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도전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원석 기자 soulch39@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