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국 엑소더스(Exodus·대탈출)가 정점을 지났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달 미국의FOMC회의를 전후로 외국인 자금 이탈이 주춤해질 것이란 전망이다.
그동안 브라질 등 신흥국들은 미국에서 금리인상 신호가 나온 직후 중국 경제 둔화 우려까지 겹치며 급격한 자금유출에 시달렸다. 시장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현 상황이 지속된다면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수준의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까지도 제기돼왔다.
실제로 중국발 경기둔화 우려로 신흥국 주식시장에서는 지난 한 주간 103억달러 가량이 빠져 나갔다. 신흥국 전체 펀드 자산의 1%가 넘는 금액이다. 유출액 기준으로, 지난 2008년 1월23일 106억달러가 이탈한 이래 7년7개월만에 최대다.
최근 7주 간 추이를 놓고봐도 신흥국 주식 유출액은 총 358억달러로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유출액 382억 달러에 근접하고 있다. 역대 두 번째 수준의 자금 유출을 기록 중이다.
이에 대해 시장 전문가들을 중국발 쇼크와 미국 금리인상 이슈에 대한 신흥국 자산의 취약성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의 우려와 달리 지난 금융위기 당시처럼 사태가 확산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3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9월 FOMC 전까지 신흥국 자금 이탈이 추가적으로 더 진행될 수는 있지만 이전보다 강도가 강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회의 결과를 확인한 이후 불확실성이 줄어들면서 신흥국 금융시장도 최악의 단계에서 벗어나는 구도로 가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현재 신흥국 금융시장 불확실성 고조의 원인 중 하나인 원자재 가격 하락세 역시 일단락되고 있다는 점도 신흥국 엑소더스가 정점을 찍었다는 분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신흥국들은 원유와 구리 등 원자재 시장에 의존도가 높은 만큼 상품가격 급락에 타격이 불가피한 구조다.
하지만 최근 유가는 다시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공급 과잉 우려가 해소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38달러선까지 추락했던 유가는 40달러 후반대까지 올라선 상태다. 원자재 가격급락세가 진정되면서 신흥국 금융시장에 대한 투자심리도 점차 회복 국면에 들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신흥국 중에서도 인도처럼 양호한 경제 성장 여건을 갖추고 있는 일부 국가의 경우, 신흥국에서 빠져 나간 자금이 몰리면서 새로운 투자처로 주목 받을 가능성도 부각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즈(FT)는 "현재 신흥국 전체에 대한 전반적인 불안심리가 확산되면서 엑소더스가 강도 높게 진행되고 있지만 이제부터는 국가별로 차별화가 확연하게 나타날 것"이라며 "경제 기반이 상대적으로 견고한 신흥국의 경우, 외국인 자금 이탈로 인한 충격으로부터 서서히 벗어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반면 경제 침체가 심각한 국가들도 추가적인 통화 가치 하락 방어와 인플레이션 헤지를 위해 기준금리 인상 등의 조치도 고려하고 있을 것"이라며 "극약처방을 통해서라도 시장 안정에 주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수경 기자 add171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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