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오르는 ‘김관진-황병서 라인’, 남북 안보실세들이 주목받는 이유
김관진 실장, 노무현-이명박-박근혜 정권 넘나들며 안보최전선 활약
황병서 총정치국장, 김정은 최측근…권력 서열2위에 군부 1인자
MB정권 이후 유명무실화 된 ‘통-통 라인’ 복구될까
2015-08-23 14:15:50 2015-08-23 16:06:09
북한의 ‘목함지뢰 도발’ 이후 일촉즉발의 충돌 위기로 치닫던 남북이 지난 22일 가까스로 협상 테이블을 마련하고 일단 한숨 돌린 가운데, 이번 ‘남북 고위급 접촉’에 나선 4인방에 관심이 모인다.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22일 오후 6시부터 시작된 접촉에는 우리 측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홍용표 통일부 장관, 북측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과 김양건 노동당 비서 겸 통일전선부장이 참석했다. 이들 4인방이 남북 국가안보 분야를 대표하는 인물들이기에 그간 미진했던 남북대화에 일대 전기가 마련되는 것 아니냐는 기대가 나온다.
 
김관진 안보실장은 노무현 정부 시절 군 최고위직인 합참의장에 올랐고,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를 걸쳐 3년 6개월간 국방부 장관을 역임하며 정권교체에 상관없이 국방·안보 분야의 최전선에서 활약했다. 특히 국방부 장관에서 물러난 뒤 곧바로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에 임명될 정도로 박 대통령의 신임도 두텁다.
 
국가안보실장은 국정원장, 국방부 장관, 외교부 장관, 통일부 장관, 안전행정부 장관, 대통령비서실장 등이 위원으로 참여하는 국가안보회의(NSC)의 상임위원장을 맡고 있어 사실상 국가안보의 ‘콘트롤타워’로 평가된다. 이번에 북한은 대화를 제의하며 ‘콕 찍어’ 김 실장을 대화상대로 지명하기도 했다.
 
당초 북한은 김양건 노동당 비서가 접촉을 총괄할 예정이었지만 우리 측이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을 파트너로 역제안하면서 정치적 무게가 더해졌다. 북측 대표인 황 총정치국장은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 1위원장의 최측근으로 북한 권력서열 2위이자 군서열 1위다. 지난해 5월 총정치국장 자리에 올라 군 조직을 장악했고,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자리에 이어 노동당의 모든 사업을 조직하는 정치국 상무위원자리까지 차지했다.
 
즉 남북 최고권력자들의 지근거리 인물들이 머리를 맞대고 있는 것으로 사실상 박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직통 채널’이 구축된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번 접촉에서 남북관계에 대한 상당히 심도 깊은 이야기가 진행될 것이라고 예상되는 이유다.
 
동석한 홍용표 통일부 장관과 김양건 노동당 비서 겸 통일전선부장의 만남도 주목된다. 학계출신인 홍 장관은 박 대통령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등 현 정부의 대북정책 설계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것으로 알려져 있고, 김양건 노동당 비서는 지난 2007년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남북 정상회담을 성사시킨 주역으로 북한의 대남정책을 총괄하고 있다.
 
과거 남과 북은 각각 통일부와 통일전선부, 이른바 ‘통-통 라인’을 주요 대화 채널로 이용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이후 통일부의 위상이 약화됐고 이후 북한은 우리 통일부를 ‘책임있는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으면서 남북대화는 자연스레 단절됐다. 그렇지만 이번 ‘2+2’ 회동 이후 ‘통-통 라인’이 복구된다면 남북대화에도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다만 지나치게 낙관적인 전망은 금물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대북심리전 확성기 방송’의 즉각 중단을 요구하고 있는 북한은 방송의 원인이 된 ‘목함지뢰 도발’을 “남측의 조작극”이라며 책임을 전면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반면 우리 정부는 북측의 지뢰도발과 포격도발에 대한 시인과 사과, 책임자 처벌 등 북측의 책임있는 조치를 요구할 수밖에 없다. 그러한 남북의 간극을 어떻게 메우느냐에 이번 접촉의 성과와 향후 남북관계가 좌우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왼쪽)과 황병서 북한 군 총정치국장이 작년 10월 인천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 ‘2014 인천 아시안게임 폐막식’에서 공연이 펼쳐지는 동안 얘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