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식의 K-국방)한국 방위 역량, 이제 자기 비하를 멈출 때다
한·미 국방장관 회담으로 다시 떠오른 전시작전통제권 논의
이재명 대통령, '외국 군대 의존' 과잉 불안심리 지적
세계 5위 재래식 군사력에 국산 정찰위성도 배치
공포 조장 말고 팩트 토대로 안보 전략 다듬어야
2026-05-19 06:00:00 2026-05-19 06:00:00
전시작전통제권 회복 논의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습니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과 피트 헤그세스 미국 전쟁부 장관은 2026년 5월11일 미국 펜타곤에서 한미 국방장관 회담을 열고 전작권 전환과 동맹 현대화 등 현안을 논의했습니다. 안 장관은 국방비 증액과 핵심 군사 역량 확보 등 한반도 방위를 주도하려는 한국의 노력을 설명했습니다.
 
국내 상당수 논객은 이렇게 반응합니다. 아직 이르다, 섣불리 전작권을 회복했다가 우리 안보가 흔들리면 어떻게 하느냐, 한국군이 주도해 위협을 막을 수 있겠냐라고 주장합니다.
 
안보 문제는 냉정하게 다뤄야 합니다. 막연하게 공포심에 휘둘리지 말고 객관적으로 능력을 평가하고 대책을 다져야 합니다.
 
군 정찰위성 5호기가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 커내버럴(Cape Canaveral) 우주군 기지에서 성공적으로 발사됐다. (사진=뉴시스)
 
이재명 대통령은 2026년 4월28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 겸 제6차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같은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청와대 서면 브리핑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국방부를 향해 대한민국의 자체 군사력이 세계 5위임을 환기시키면서, 군사·안보 분야에 불안감을 갖지 않도록 객관적 상황을 국민에게 많이 알려달라고 지시했습니다. 또한 "스스로 방어하고 작전하는 계획을 짜는 준비를 충분히 해놔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국가란 국가 스스로 지켜야지, 왜 의존하느냐"며 "왜 자꾸 우리가 무슨 외국 군대 없으면 마치 자체 방위가 어려운 것 같은 그런 불안감을 갖느냐"라고 반문했습니다.
 
이런 상황을 계기로 삼아, 우리 방위 역량을 둘러싸고 어떠한 잘못된 믿음이 퍼져 있는가, 객관적 현실은 무엇인가를 점검할 필요가 있습니다.
 
첫째, 한국군은 세계 상위권 재래식 군사력을 갖췄는데도 그 의미를 많은 사람이 모르고 있습니다. 미국의 군사력 평가기관 글로벌파이어파워(GFP)는 2026년 세계 군사력 순위에서 한국을 145개국 가운데 5위로 평가했습니다. 1위는 미국, 2위 러시아, 3위 중국, 4위 인도이고, 한국이 그다음입니다. 북한은 31위입니다.
 
글로벌파이어파워는 육·해·공 전력, 병력, 장비, 재정, 산업 기반, 물류 능력, 지리 조건 등 60개 이상 요소를 종합해 군사력을 평가합니다. 핵무기 보유 여부를 반영하지 않았다는 취약점은 있죠. 그러나 재래식 군사력, 산업력, 군수 지속 능력을 비롯한 전쟁 수행 능력과 전쟁 억제 능력을 설명하는 지표로 분명히 의미가 있습니다. 북한은 재래식 군사력에서 뒤지다가 핵 개발로 달려갔죠.
 
둘째, 전쟁 억제력은 핵무기 유무만으로 단순하게 판단하면 안 됩니다.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고 한국은 핵무기가 없으니 한국이 절대 열세라고 어떤 사람들은 주장합니다. 핵무기는 파괴력이 압도적이고 북한 핵 위협을 가볍게 볼 수 없죠.
 
그러나 전문가들은 "누구의 무기가 더 센가?"라는 단순 기준으로 억제력을 평가하지 않습니다. 국제정치학자 토머스 셸링은 위협 세력에게 '해를 끼칠 수 있는 힘'에서 억제의 본질을 찾았죠. 도발했다가 되레 감당하기 어려운 피해를 입을 것이라고 위협 세력이 믿게 만드는 능력이 억제의 핵심이라는 뜻입니다. 우리가 위협 세력 지도부와 핵심 군사시설을 타격할 능력을 갖추면, 그 능력은 강력한 억제 수단으로 작용합니다. 도발을 꾀하는 사람 처지에서 생각해 보세요. 상대방이 핵무기로 반격하든, 고위력 재래식 무기로 반격하든 자신이 위험에 빠지기로는 다를 게 없죠. 재래식 무기로 얻어맞는다고 안전하지 않습니다. 자신이 안전할 수 없다고 여길 때 위협 세력은 도발을 주저하게 됩니다.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서 열린 건군 제76주년 국군의 날 기념식에서 지대지 탄도 미사일 현무-5가 분열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국군이 보유한 현무-5 지대지 미사일은 그런 의미에서 주목할 무기입니다. 현무-5는 탄두 중량 8톤급으로 재래식 무기로는 세계 최고 수준 파괴력을 갖춘 '괴물 미사일'로 알려져 있습니다. 지하 깊숙한 곳에 자리 잡은 지휘부 벙커와 핵심 시설을 유사시에 타격할 수 있다고 합니다. 핵무기를 보유할 수 없는 상황에서 전술 핵무기에 버금가는 수단을 한국군이 개발했죠. 한국군 첨단 전력을 통해 위협 세력에게 메시지를 줄 수 있습니다. 게다가 한·미 확장억제도 가동되고 있죠.
 
셋째, 한국군은 과거와 다른 정찰 감시 능력을 갖췄습니다. 과거에 한국군은 북한 핵·미사일 동향을 감시할 때 미국 위성정보에 크게 의존했습니다. 일부에서는 "한국군은 눈이 없다"고 비판했습니다. 지금 상황이 바뀌었습니다. 한국군은 425사업을 통해 800~1000kg급 정찰위성 5기를 확보했습니다. 첫 위성은 2023년 12월에, 마지막 5호기는 2025년 11월에 발사했죠. 날씨가 나쁘거나 깊은 밤에도 위협 세력의 주요 군사 활동을 독자적으로 관찰할 기반을 마련했습니다.
 
미국 정보 자산은 여전히 중요합니다. 한미 사이에 정보를 계속 공유해야지요. 그러나 이제 한국군을 "미군 정보 없이는 아무것도 못 하는 군대"라고 말하면 안 됩니다.
 
한국은 세계 5위권 재래식 군사력, 고위력 응징 능력, 독자 정찰위성망과 세계적 수준의 방위산업 기반을 갖췄습니다. 여전히 부족한 부분은 보완해야지요. 하지만 자기 군대를 무능력한 존재로 묘사하면서 안보를 외부에 계속 의존하자는 태도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한국군이 확보한 능력은 있는 그대로 평가하면서, 전시작전통제권 회복을 포함해 안보 전략을 차분하게 논의해야 합니다. 
 
필자 소개/박창식
 
서울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동국대, 광운대에서 언론학 석사와 박사를 했다. 한겨레신문 정치부장 논설위원을 지내고 국방부 국방홍보원장으로 일했다. 뉴스토마토 K국방연구소장과 객원논설위원을 맡고 있다. 국방 생태계에서 소통을 증진하는 방법에 관심을 두고 있다. <국방 커뮤니케이션> <언론의 언어 왜곡>과 같은 책을 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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