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업황 회복 부진과 대규모 적자 속에 주가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의 주가는 이날 장중 5820원까지 밀리며 연중최저가를 경신했다. 주가는 5월부터 낙폭이 확대되며 이달 현재까지 4개월째 내림세를 지속하고 있다. 삼성중공업과 현대중공업도 최근 4개월째 주가 내림세를 보이는 가운데, 이날 장중 각각 1만900원, 8만8100원까지 밀리며 연저점을 기록했다. 이들 종목이 속한 조선업 섹터지수(KRX Shipbuilding)도 최근 한 달(7월19일~8월19일)간 665.11에서 564.47로 뒷걸음쳤다.
조선업 주가 부진의 이면에는 부진한 2분기 실적이 자리하고 있다.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지난달 말 발표된 국내 조선사들의 2분기 실적(연결기준)에서 대우조선해양은 3조31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1027억원) 대비 적자전환했다. 삼성중공업도 1조548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2623억원) 대비 적자로 돌아섰고, 현대중공업도 1710억원의 영업손실을 시현했다.
업황 회복이 지연되고 있다는 점 역시 걸림돌이다. 조선업황의 선행지표 역할을 하는 신조선가, 신규 발주량·해양플랜트 발주량과 연관 관계가 깊은 유가추이 모두 긍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경자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회복이 쉽지 않을 전망”이라며 “당분간 조선 빅3 내 차별적 성장이나 접근이 무의미한 상황이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일각에서는 시장의 관심이 대주주의 지원 가능성과 현재 워크아웃 중인 중소 조선사를 중심으로 한 조선업 구조조정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우리보다 앞서 구조조정을 수행했거나 진행 중인 일본과 중국의 사례를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민동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일본은 2차에 걸친 조산산업 합리화 정책으로 건조능력과 조선소가 각각 절반으로 감소했고, 이후 보수적인 투자 정책을 견지하며 업황 회복기에도 시설과 연구개발 투자를 늘리지 않았다”며 “현재 조선업 트렌드인 선박의 대형화와 선주의 커스터마이징을 수용하지 못해 조선산업이 지속적인 쇠퇴기에 있다”고 평가했다.
민 연구원은 “중국은 정부의 지원과 풍부한 내수로 조선산업이 꾸준히 성장해 왔다”며 “최근 구조조정 중에 있지만 일본과 달리 산업경쟁력 악화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 근거로 연구·개발(R&D)투자를 줄이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 국영기업 위주의 구조조정으로 중국정부의 조선산업에 대한 지원 강화 가능성을 제시했다. 그는 또 “이들 사례를 참조해보면 정부와 대주주의 지원 강도, 시설규모와 연구개발비 유지 여부가 전체 산업의 신용도를 결정짓는다”고 설명했다.
권준상 기자 kwanjju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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