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류석기자] SK주식회사 C&C(이하 C&C)와 대만 홍하이그룹의 합작기업(JV)이 지난 5월 중국 현지에서 설립이 완료됐지만, 이후 3개월이 지나도록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2일 C&C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C&C가 홍하이그룹과 함께 설립한 합작기업은 시범사업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에서 두 회사가 이견을 보이고 있다. 합작기업 출범 3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사업 협상에 뚜렷한 진척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C&C는 지난 2013년 대형SI(시스템통합) 업체들의 공공 사업 참여 제한을 골자로 개정된 소프트웨어산업진흥법으로 국내 IT서비스 사업에서의 매출 증대가 어려워지자 중국 시장 진출을 노려왔다.
이에 회사는 지난 3월 연매출 150조원 규모 홍하이그룹과의 합작기업이 이르면 오는 5월 설립되고, 본격적으로 중국 IT서비스 시장을 공략하겠다고 홍보했다. 그뒤 회사는 5월 사실상 합작기업 설립이 완료됐음에도 지금까지 중국 현지 행정절차의 복잡함을 이유로 들며 "아직 설립이 마무리되지 않았다"고 부인해왔다. 하지만 취재 결과 합작기업 설립이 완료됐다는 사실이 확인되자 그때서야 이를 인정했다.
C&C 관계자는 "합작사의 지분은 홍하이그룹이 70%, C&C가 30%로, 대주주인 홍하이의 의견을 존중해 설립 발표를 미뤄왔다"며 "시간이 많이 흐르다보니 출범 사실을 발표할 타이밍을 놓친 것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C&C가 합작사에 가진 지분이 30% 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엄밀히 말하면 자회사가 아니며 국내에는 공시의무가 없다"고 덧붙였다.
홍하이그룹은 애플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업체인 폭스콘(Foxconn)의 모기업이다. C&C와 홍하이그룹은 지난해 6월 최태원 회장이 보유한 SK C&C 지분 4.9%를 홍하이그룹에 매각하면서 인연을 맺었다.
합작기업을 통해 C&C는 홍하이그룹 산하 공장 한 곳에 공장자동화(스마트팩토리)를 추진하고, 향후 공장 전반의 융합보안체계를 논의한다는 계획이었다. 사실상 협의는 다 끝났고 현지 행정절차만 마친 후 합작기업이 설립되면 본격적으로 사업을 추진할 것처럼 보였지만, 아직 구체적 논의를 끝내지 못한 것이다.
C&C가 폭스콘에 제공하려고 하는 스마트팩토리 시스템은 현재 SK하이닉스 공정에서 설비·생산 및 품질 전반을 관리하는 'MES(Manufacturing Execution System)'와 유사하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공장에서 사용하던 자동화 시스템을 전자기기 제조공장으로 옮겨오려다 보니 시스템 적용에 문제가 생겼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C&C가 폭스콘에 MES를 도입해놓고 유지·보수 비용으로 지속적인 매출을 올리려던 계획에 대해서도 홍하이그룹에서는 탐탁치 않아 했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매년 지불해야 하는 유지·보수 비용에 대해서도 홍하이그룹이 부담을 느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C&C 관계자는 "수십개에 달하는 홍하이 공장 중 어느 곳에 시범 사업을 진행할지에 대해 다소 생각이 달라 일정이 늦어진 것일 뿐"이라며 "9월이면 가시적 성과가 나와 국내외에 공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류석 기자 seokitnow@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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