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가파른 유가 하락에 직격탄을 맞으며 지난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대 난국에 직면했다. 미국 금리 인상 시점이 가시권에 들어오면서 자국 통화인 루블화가 평가 절하되고 있는 것도 경기 침체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10일(현지시간) 러시아 연방통계청은 지난 2분기 국내총생산(GDP) 속보치가 전년대비 4.6%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는 최근 6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지난 1분기에도 2.2%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는 등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의 덫에 걸리면서 향후 경기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도 이어지고 있다. 실제 성장률은 속보치 보다 하향 조정될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는 상태다.
전반적인 실물경기 지표가 모두 부진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는 만큼 당분간 암울한 경제 침체 국면이 더 이어질 공산이 크다는 분석이다. 지난달 제조업 PMI 지표는 48.3을 기록해 6월(48.7)보다 소폭 둔화됐다. 올해 들어 지속적으로 경기 확장 기준선인 50을 하회하고 있다.
경기 침체 국면에서 물가상승 압력이 강해지고 있는 것도 부담요인이다. 최근 유가 하락으로 루블화 약세가 심화되면서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대비 15.6% 상승하며 지난 6월 15.3% 대비로도 확대됐다. 특히 근원 CPI가 16.5%로 종합 CPI를 상회하고 있어 앞으로도 물가 상승 압력이 계속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향후 유가 하락과 물가 상승 압력을 감안할 경우, 루블화의 추가 절하 압력 역시 높아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측하고 있다. 미국 금리인상으로 달러 가치가 뛰고 있는 점도 루블화 하락세를 부추기는 요인이다. 유가 역시 올해 안에 30달러선까지 추락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대두되고 있어 러시아 경제가 회복 기조로 돌아서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리자 에몰렌코 캐피털이코노믹스 이코노미스트는 "유가가 추가적인 하락세를 연출할 가능성이 큰 시점에서 경제회복을 기대하기는 힘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이레느 슈바크만 맥킨지 모스크바 이사도 "금융위기 이후 가장 혹독한 시련에 직면했지만 아직까지도 최악의 순간은 오지 않은 것 같다"며 "경제 하방 압력이 더 강해질 것에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수경 기자 add171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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