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싸죠. 저 부지에 저 브랜드로 저 분양가면 고분양가라고 할 수 있죠. 그런데 순위 내에 분양 될거에요. 안 돼도 금방 다 팔릴거에요. 요즘 분양시장이 정상은 아니잖아요."
수도권 인기신도시에서 최근에 분양한 단지에 대해 분양 직전 인근 개업공인중개사가 해준 말입니다. 이 신도시에서는 이미 3만여가구가 분양을 했고, 입주가 시작되며 공급 과잉 우려가 제기된 곳입니다.
그런데도 새로운 분양단지는 자신있게 분양가를 올리고 청약에 나섭니다. 그래도 분양이 잘 됩니다. 6월 말 기준 이 신도시에 미분양 아파트는 단 한 가구 밖에 없습니다. 앞서 설명한 단지는 결국 순위 내 마감에 실패했지만 악성 미분양을 염려하는 사람은 별로 없었습니다.
지난 주 부산 대연동에서 분양한 한 아파트는 평균 300 대 1로 전평형 청약 마감됐죠. 같은 날 부산 연산동에서 청약을 받은 아파트는 256 대 1로 1순위 마감했습니다. 이 두 단지에 몰린 통장은 28만개에 달합니다.
부산 청약시장이 난리가 나기 시작한게 벌써 4년 전입니다. 이 기간동안 최고 청약률은 대구와 양분할 정도로 청약률이 높았고, 돈냄새를 맡은 건설사들이 몰리려 공급량이 급증했죠. 그런데 아직도 이정도 청약률을 보이고 있습니다.
전에 지인이 이런 얘기를 하더군요. "요즘은 대학생들도 모이면 분양이나 받아볼까 말해요. 집 소유가 꿈이었던 부모세대들은 애들이 어렸을 때 청약통장 하나씩은 만들어줬잖아요. 요즘은 애들마저도 분양 시세차익에 대한 기대감으로 청약시장에 기웃거려요. (경쟁률이) 쎄봐야 400 대 1이에요. 로또보다 확률 높은 게임이에요."
청약 1순위 마감됐지만 나중에 보면 미분양이 꽤나 쌓여있는 단지들이 있습니다. 동·호수가 마음에 안들 수 있고, 부적격자도 있겠죠. 그리고 분양권 프리미엄이 기대를 밑돌아 계약을 포기하는 투기세력들이 상당수 있죠.
분양 광풍은 국토교통부의 작품입니다. 청약 1순위 자격을 1년으로 완화하면서 1순위 1000만시대를 열었습니다. 엄청난 청약 허수를 만들어냈습니다. 민영주택 재당첨 제한 폐지와 전매제한 완화가 맞물리며 시너지를 냈죠. 과거에 없었던 허수가 만들어낸 높은 경쟁률은 소비자를 유혹합니다. '나도 하나 잡아야 하는거 아닌가'. 경쟁이 치열해지니 프리미엄이 붙고 더 많은 소비자가 몰립니다.
한 전문가는 지금 청약시장을 보며 "젖은 나무에 처음 불 붙이는게 어렵지 한번 붙으면 걷잡을 수 없어요. 부동산은 심리입니다. 부동산시장은 한번 타오르기 시작하면 마음이 급해진 수요가 불나방처럼 막 뛰어들어요. 지금 청약률을 보면 묻지마 투자에 가까운 단지들이 많아요"라고 말합니다.
지난달 전국에서는 9774가구의 신규 미분양이 발생했습니다. 일시적인 증가세로 그칠지, 청약 광풍 마감의 징조일지 지켜볼 일입니다.
한승수 기자 hanss@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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