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지난 제18대 대선을 앞두고 국가정보원 직원들에게 불법 정치개입·선거운동을 지시한 혐의로 기소된 원세훈(64) 전 국정원장에게 실형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민일영)는 16일 국정원법 및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원 전 원장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판단하라며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다만 원 전 원장에 대한 보석 청구는 기각했다.
재판부는 핵심 쟁점이었던 국정원 심리전단 직원의 이메일 계정에서 압수한 첨부파일 '425지논 파일'과 '시큐리티 파일'에 대해 증거능력이 없다고 판단했다.
'시큐리티 파일'은 트위터 계정 추론의 기초가 되는 269개 트위터 계정이 기재된 핵심 증거였다. 원심은 이 계정을 기초로 422개의 트윗덱 연결계정을 심리전단 직원이 사용한 계정이라고 인정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전문증거인 첨부파일이 증거로 사용되기 위해서는 원 작성자가 이를 인정해야 하는 등 증거능력에 대해 엄격하게 판단해야 한다"며 "첨부파일 내용의 상당부분이 출처를 명확하기 알기 어려운 단편적인 조악한 형태의 언론기사 일부와 트윗글로 그 정보의 내용이나 정황이 불분명해 심리전단의 업무활동을 위해 사용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이를 제외한 다른 인터넷 게시글, 댓글 및 찬반클릭 행위 등 부분은 원심 판결 대로 인정했으나 트윗·리트윗 부분과 포괄일죄 및 상상적경합범 관계에 있어 함께 파기했다.
재판부는 "트윗글 및 리트윗글의 범위가 적법한 증거에 의해 새로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인터넷 게시글 및 댓글 등 나머지 사이버 활동만으로 정치관여 및 선거운동 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며 파기환송심에서 이부분을 명확히 하라고 주문했다.
앞서 1심은 "정치개입은 맞지만 대선개입은 아니다"며 국정원법 위반 혐의만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4년, 자격정지 3년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그러나 징역 3년, 자격정지 3년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재판부는 1심에서 유죄로 인정된 국정원법 위반 혐의 뿐만 아니라 박근혜 대통령이 새누리당 대선 후보로 확정된 2012년 8월20일 이후 국정원 심리전단의 사이버 활동에 대해 대선 개입이 맞다고 판단했다.
이날 법정에 나온 원 전 원장의 변호인 이동명 변호사는 "다른 증거가 나올 수도 있으니 증거를 확정한 뒤 법률심인 대법에서 다시 판단하겠다는 취지"라며 "증거능력이 인정되지 않은 부분을 제외하고 유무죄 판결을 할 줄 알았지만 아직 법률적 판단을 할 정도로 성숙하지 않았다고 봤는데 조금 섭섭하지만 논리적으로는 납득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재판이 길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파기환송심에서 다시 보석신청을 낼 예정"이라며 "지난 화요일 원 전 원장을 접견했는데 처음 구속됐을 때 보다 담담하게 잘 지내고 계신다. 파기를 예상까지는 못했는데 기대는 하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조승희 기자 beyond@etomato.com
대선개입 혐의로 기소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지난 2월9일 항소심 선고 공판 출석을 위해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 사진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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