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가지 비리 혐의를 받고 있는 거물급 유도 지도자가 2015 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 대회 심판으로 나서 논란이 일고 있다.
안병근(53) 용인대 유도경기지도학과 교수는 지난 4일 오전 광주 염주빛고을체육관서 열린 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 대회 유도 경기 심판으로 등장했다.
1984년 LA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로 유명한 안 교수는 지난달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가 발표한 유도계 비리 수사 대상자 중 핵심 인사다. 무자격 선수 위장 출전, 승부조작, 공금횡령 등 여러가지 비리에 대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의 발표에 따르면 안 교수는 전국체전 출전 자격이 없는 유도선수 107명을 특정 지방자치단체 소속 선수로 위장 출전시키고 억대 금품을 대가로 받은 혐의를 받고 있고, 2009∼2014년 제자들의 훈련비를 가로채고 법인카드로 '카드 깡'을 하거나 금액을 부풀려 결제해 돈을 챙긴 혐의도 받고 있다.
아직 최종 수사 결과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각종 물의를 일으킨 인물이 국제대회에서 심판을 보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안 교수는 남자부 미나스킨 그리고리(에스토니아)-뎀야넨코 빅토르(카자흐스탄)의 경기 주심을 봤고 이후 자리에 앉아 경기를 살폈다.
이번 사례로 인해 조직위의 위기 대처 능력에 의문부호가 찍히고 있다. 대회 직전에라도 논란의 중심에 선 인물이 심판 업무를 보는 일은 막아야 했지만 조직위는 아무런 관련 조치를 하지 않았다.
◇승부조작·공금횡령 등의 각종 비리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던 안병근 용인대 교수가 4일 2015 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 유도 경기가 열린 광주 염주빛고을체육관에서 심판을 보고 있다. ⓒNews1
조직위에 따르면 이번 대회 심판은 국제유도연맹(IJF)에서 추천을 받아 대회 주관 기관인 국제대학스포츠연맹(FISU)에서 지정한다. 하지만 대회 조직위도 최종 관리를 제대로 행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책임소재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결국 조직위는 여론이 심상치 않자 등 떠밀리듯 뒷수습에 나섰다.
대회 조직위원회는 이번 논란과 관련해 "(수사 발표 전인) 지난 3~4월 FISU에서 국제유도연맹에 의뢰해서 심판 추천을 받은 것으로 안다"면서 "(비리인사인) 자신이 심판을 보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자 안 교수 본인이 오후에 숙소를 나간 것으로 안다"고 해명했다.
광주=이준혁 기자 leej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