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적 감축을 위한 제반 여건이 마련되지 않은 가운데 정부의 과도한 감축목표는 우리 경제의 발목을 스스로 잡는 또 하나의 암 덩어리 규제가 될 것입니다.”
정부가 30일 발표한 2030년 온실가스 감축목표에 대해 산업계가 격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최근 국내 기업들이 환율 급변동, 글로벌 경기침체로 수출이 감소하고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과도한 감축 목표 설정으로 경쟁력을 더욱 떨어뜨릴 것이란 지적이다.
특히 서비스 산업 비중이 높은 선진국들과 달리 우리나라는 아직도 제조업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에너지 효율도 높은 우리의 현실을 고려해서 현실적인 목표를 제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날 정부는 서울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열고 유엔에 제출할 2020년 이후 기후변화 대응계획(INDC)의 2030년 온실가스 감축목표로 배출전망치(BAU) 대비 37%를 확정했다. 이는 지난 11일 정부가 선택한 2030년 온실가스 감축목표 시나리오 3안(25.7%)에 국제시장을 활용한 온실가스 감축목표(11.3%)를 부여한 수치다.
이에 따라 확정된 2030년 온실가스 배출량은 2030년 BAU인 8억5060만이산화탄소환산톤(CO2-e)보다 37% 줄어든 5억3587만이산화탄소환산톤이다. 다만 산업경쟁력을 고려해 산업부문 감축률은 12% 수준을 넘지 않도록 했다.
하지만 철강, 석유화학, 반도체 등 산업계에서는 이미 적용 가능한 최신 감축기술들을 모두 현장에 적용해 세계 최고의 에너지 효율을 달성하고 있어 추가적인 감축여력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미 마른 수건을 쥐어 짤 대로 쥐어짰다는 이야기다.
이날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30개 경제단체와 발전·에너지업종 38개사는 보도자료를 내고 “경제계는 국민 부담이나 산업현장의 현실보다 국제 여론만을 의식한 이번 정부 결정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정부가 감축수단으로 제시한 원자력발전의 경우 지금도 환경단체 등의 반대가 극심한 상황에서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신재생에너지 확대 역시 비용 측면을 고려할 때 에너지 비용 상승에 따른 전기요금과 물가 인상 가능성이 높아 결국 서민경제 부담가중과 영세 중소기업의 경영여건 악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제계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국가 경제의 피해를 초래하는 수준이 되어서는 안 된다”며 “이번 2030년 감축목표에 대한 정부의 전향적 재검토와 기존의 잘못된 목표에 따라 추진 중인 1차 계획기간 중 배출권의 재할당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다른 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철강과 석유화학업계는 더욱 난감해 하고 있다. 아직 업계별 할당량이 정해지지 않아 온실가스 감축에 따른 추가 비용 등 정확한 통계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것은 불 보듯 뻔하다는 입장이다.
철강업계는 저가 수입산 공세로 철강재 유통가격은 하락한 반면 수요 감소로 판매량은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온실가스 규제까지 겹칠 경우 회복이 불가능하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이미 업계 1위인 포스코가 대규모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고, 동국제강과 동부제철 등 대표 철강사들도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서는 생산량을 줄이거나 다른 설비를 도입해 온실가스 발생을 줄여야 하는데 두 가지 모두 원가 상승의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장치산업인 철강업계에 생산량을 줄이라는 말은 생산활동을 하지 말라는 이야기와 같다”며 “벼랑 끝에 서 있는 철강업계를 떠미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석유화학업계는 "발표 내용을 좀 더 세부적으로 검토해봐야 한다"며 "일단 현재로서는 기존 2020 계획대비 감축목표 수치가 약간 줄어든 것처럼 보이지만 실질적으로 기존 감축목표에서 변한 것이 거의 없고 기업들이 체감하는 부담감은 여전히 크다"고 말했다.
석유화학업계는 향후 산업별 목표치가 구체적으로 제시되는지 지켜본 뒤 본격적인 대응책 수립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지난 16일 전경련 등 주요 경제단체들은 전경련회관 컨피런스센터에서 'Post 2020 온실가스 감축목표에 대한 경제계 의견'을 발표했다. 박찬호 전경련 전무가 발표문을 낭독하고 있다. 사진/전경련
최승근 기자 painap@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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