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용을 절감하기 위한 기업들의 노력은 다양하다. 인건비가 저렴한 개발도상국으로 생산 기지를 옮기는 것은 이미 고전이 됐고, 생산 공정의 기계화 수준을 높이기도 한다. 물류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제품 생산을 제외한 물류 전반을 특정 전문업체에 위탁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기업 경쟁력 유지를 위해 외부 인력 개입을 최소화했던 연구개발(R&D) 분야의 아웃소싱도 나타나고 있다.
뉴욕타임즈(NYT) 등 주요 외신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디즈니는 250명의 기술직 근로자들을 해고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 중 120명에게는 디즈니 내의 다른 부서로 배치될 기회가 제공되지만 나머지는 오는 10월 말까지 회사를 떠나야 한다.
디즈니 경영진은 "인력감축은 기업 구조조정의 일환"이라며 "해고자 수보다 더 많은 일자리를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새로운 인력은 용역회사인 HCL아메리카를 통한 아웃소싱 형태로 충원된다. 주인공은 전문 취업비자인 H-1B를 발급받아 미국으로 건너오는 인도 사람들.
◇디즈니는 최근 기술직 250명을 감원하고 인도계 인력아웃소싱 업체를 통해 새 인력을 충우너키로 했다. 사진은 뉴욕에 위치한 북미 최대 규모 디즈니스토어.(사진=뉴시스/신화)
H-1B 비자는 당초 미국 내에서 찾기 어려운 전문직 종사자를 채용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졌지만 인건비를 아끼기 위한 미국 기업들의 '꼼수'로도 활용되고 있다. 비자를 발급받은 사람의 체류 허가기간은 최초 3년에 1회 연장으로 최대 6년에 불과하기 때문에 잦은 인력 교체라는 불편이 수반되지만 미국인보다 훨씬 낮은 비용으로 고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로닐 히라 하워드대학 공공정책학과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H-1B 비자를 통한 고용은 약 25%의 비용 절감 효과를 가져다준다.
미국 노동부가 집계한 캘리포니아주의 컴퓨터시스템관리자 평균 연봉 8만8740달러(약 9829만원)를 외국인 근로자의 임금이라고 가정한다면, 디즈니의 경우 1년에 약 740만달러(약 82억원)를 아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지난해 디즈니의 순익 75억달러의 0.1% 정도에 해당하는 규모다.
캘리포니아 남부 최대 전력회사인 서던캘리포니아에디슨, 패션시계 제조업체 파슬도 지난해와 올해에 걸쳐 각각 540명, 100명의 인력을 감축했다. 기업들은 하나같이 "전략적 변화를 위한 어려운 결정"이었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저렴한 해외 인력으로 이를 대체하고 있는 것을 보면 "미국 내 일자리 창출에 계속 기여할 것"이란 약속은 공염불처럼 들린다.
기업들에게는 유행이 돼버린 이 현상에 대해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경제적으로 의미가 없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경영진들은 입을 모아 "회사를 위한 힘든 결정"이라고 말을 하지만 실상은 얼마만큼의 비용 절감에 성공했나를 보여주고 더 많은 인센티브를 요구하는 근거에 지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회사나 주주들에게 돌아가는 직접적인 이익도 크지 않다고 포브스는 꼬집는다. 일부 개인의 이익을 위해 다수의 일자리를 뺏어 소득불균형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또한 해고위로금 명목의 대규모 지출이 발생하고 대외적으로 부정적인 이미지가 형성될 수도 있다고 포브스는 부연했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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