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지난 2013년 8월 이후 약 2년 만인 18일 귀국한 가운데 반 총장의 차기 대권도전 시나리오, 이른바 ‘반기문 대망론’이 재부상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차기 대통령은 충청권 인사가 될 것이라는 ‘충청 대망론’과 반 총장의 임기가 차기 대선 1년 전인 2016년 12월에 끝나 대권도전에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점이 맞물려 ‘반기문 대망론’은 지난해부터 정치권에서 회자됐다. 특히 마땅한 차기 대권주자가 없는 새누리당 친박(박근혜)계와 야권 내 구 동교동계가 반 총장 영입에 공을 들이고 있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왔다.
이에 반 총장은 “국내 정치에 관심이 없고 그럴 여력도 없다”며 수차례 선을 그었지만 올해 초 실시된 각종 언론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권주자 1순위에 이름을 올리는 등 ‘반기문 대망론’은 계속됐다.
그러나 최근 ‘대망론’은 ‘성완종 리스트 파문’에 발목을 잡힌 상황이다.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은 숨지기 전 인터뷰에서 “반 총장의 대권도전을 경계한 충청 출신 이완구 전 국무총리가 견제 차원에서 나를 겨냥한 기획사정을 시작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내놓았다.
물론 반 총장은 “(성 전 회장과는) 충청포럼에서 친분이 있지만 특별한 관계는 결코 아니다”고 해명했지만 반 총장의 동생이 경남기업 고문으로 일했고, 조카도 경남기업이 추진했던 베트남 ‘랜드마크 72’사업과 관련돼 있었다는 것이 언론을 통해 잇따라 보도되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반 총장이 이번 귀국기간 중 성 전 회장과의 관계를 어떤 형태로든 설명하게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대망론’의 향방도 그 해명에 달려있다는 견해도 있다.
한편 반 총장은 자신의 이번 방한이 정치적으로 해석되는 데 대해 상당한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후문이다. 이 때문에 반 총장은 매번 귀국 때면 어김없이 고향인 충북 음성을 찾았지만 이번에는 방문하지 않기로 한 것으로 전해진다.
18일 오후 입국한 반 총장은 19일 세계교육포럼(WEF)에 참석하고 20일에는 청와대를 찾아 박근혜 대통령을 예방한다. 또한 정의화 국회의장과 윤병세 외교부 장관 등 국내 주요 인사들과의 만남도 예정돼 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정치적 오해를 살 수 있는 행보나 발언은 가급적 자제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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