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지하기자] 해외자원개발 비리 의혹으로 사전 구속영장이 청구된 성완종(64) 전 경남그룹 회장이 9일로 예정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하루 앞두고 긴급 기자회견을 연 이유에는 여론의 균형을 맞춰보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성 전 회장은 8일 오후 2시 서울 명동 은행회간 16층 뱅커스클럽에서 "자원개발과 관련해 융자금을 횡령한 사실이 없는데, 잘못 알려진 사실로 인해 제 한 평생 쌓아온 모든 것이 한순간에 무너지는 것 같아 참담하기 그지 없다"며 기자회견을 시작했다.
언론을 통해 공개되는 자신에 대한 여러 의혹들이 검찰 측 주장으로만 지나치게 치우치고 있는 것에 대해 불만을 드러낸 것이다.
경남그룹 관계자는 "성 전 회장은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도 공정한 검찰 수사를 위해 하고 싶은 말을 아꼈다"며 "하지만 압수수색과 검찰 조사 과정에서 성 전 회장에 대한 혐의만이 언론에 보도돼 억울한 측면이 커 알려진 사실들에 대한 균형을 맞추고자 기자회견을 연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성 전 회장이 가능한 자유로운 상태에서 자신의 입장을 이야기할 시점이 지금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성 전 회장이 구속 가능성도 고려한 것이다.
이날 성 전 회장은 기자회견에서 김신종(65) 전 광물자원공사 사장과의 '경남기업 지분 특혜인수' 의혹에 대해서 강력히 부인했다.
성 전 회장은 "암바토비 니켈광산 사업 때 김 전 사장과 만난 사실은 있지만 전적으로 예산 확보 때문이었다"고 해명했다.
이어 "지난 2009년 12월말경 사무실로 찾아가 김 전 사장을 만났다"며 "당시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 발전소 공사가 글로벌 금융위기로 예산 조달이 안되고 있어 그쪽(광물자원공사) 기술팀하고 신속히 예산을 확보해 공사를 빨리 할 수 있도록 회의한 것이 전부"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경남기업에 대한 채권단의 자금지원 부결로 상장폐지가 된 점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는 "3월 23~25일 쯤 카타르투자청(QIA)에 베트남 '랜드마크 72' 빌딩을 매각하기로 일정이 잡혀 있었다"며 "계약금액이 워낙 크니까 상장폐지만은 막아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경남기업에서 발행한 903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에 대한 출자전환, 1100억원의 자금지원을 요청했지만 채권단이 거절했다"며 "QIA에서도 부담을 느껴 계약할 수 없다고 유보해 결국 3월30일 경남기업에 대한 상장폐지가 결정되고 이어 법정관리로 가게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성 전 회장은 베트남 현지 회사인 체스넛 비나의 소유주가 부인 동영숙씨라는 점을 인정했다.
하지만 체스넛 비나가 '랜드마크 72'를 관리하며 지불 대금을 부풀리는 수법으로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과 코어베이스의 일감몰아주기 의혹 등에 대해서는 "검찰 수사를 통해 밝혀질 것"이라며 대답을 회피했다.
또 "이미 지난 1990년부터 3년에 걸쳐 30억을 사재 출연한 적이 있어 현재는 돈이 없다"며 경영정상화를 위한 사재 출연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끝으로 그는 경남기업의 상장폐지와 법정관리로 인한 피해자들에게 최대한 피해를 줄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저는 이제껏 누구에게도 피해준 적이 없었는데 이번 일로 많은 사람들에게 피해를 입혀 가슴이 아프다"며 "1800여 곳의 협력업체 가족과 간부 여러분께 머리숙여 사죄드리고 목숨을 걸고 보답을 하도록 노력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하고 싶은 이야기는 많지만 나중에 다시 말씀드릴 기회가 있을 것으로 믿는다"고 덧붙였다.
◇9000억대 자원개발 비리 혐의 등으로 사전 구속영장이 청구된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8일 오후 2시 서울 명동 은행회간 16층 뱅커스클럽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관련 의혹에 대해 해명하던 중 눈물을 훔치고 있다.ⓒ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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