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강제규 감독 "장수상회, 사포세대 힐링 되기를"
2015-04-05 12:51:25 2015-04-05 12:51:25
[뉴스토마토 정해욱기자] '블록버스터의 거장' 강제규 감독이 새 영화로 돌아왔다. 그런데 이번엔 선굵은 블록버스터 영화 대신 달콤한 로맨스물을 선보인다. 오는 9일 개봉하는 '장수상회'. 70대 노인들의 사랑을 그린 이 작품은 강제규 감독의 첫 로맨스 영화다. '장수상회'의 개봉을 앞두고 강제규 감독을 만났다. 그는 "요즘 젊은 세대는 '사포세대'라고 한다. 삶이 많이 힘든데 따뜻함을 얘기하는 영화인 '장수상회'를 통해 힐링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제규 감독.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작지만 울림과 공감이 큰 영화 하고 싶었다"
 
'쉬리', '태극기 휘날리며' 등의 대작 영화로 관객들에게 사랑을 받았던 강제규 감독이 갑작스럽게 로맨스 영화를 내놓은 것을 두고 "변심을 한 것이 아니냐"고 여기는 관객들도 있을 터. 하지만 강 감독은 "갑자기 장르를 바꾸게 된 것이 아니라 이와 같은 장르에 대한 갈망은 계속 해왔다"고 말했다.
 
"제가 조금은 거칠고 무거운 영화들을 주로 해왔죠. 하지만 평상시에 작지만 울림과 공감이 큰 영화들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중간중간 들었어요. 그런 영화를 만들 기회가 상대적으로 없었던 것 뿐입니다."
 
강 감독이 영화계에 데뷔한 것은 지난 1996년 '은행나무 침대'의 연출을 맡으면서였다. 이후 충무로에서 꾸준한 활동을 펼쳤고, 국내외에서 '최고 감독'으로서 인정을 받았다. 하지만 천하의 그도 "내가 로맨스물인 '장수상회'의 리듬과 정서를 잘 표현해낼 수 있을까에 대해 긴장이 됐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그는 "저 뿐만 아니라 동료 감독들도 마찬가지로 어떤 영화를 하든지 매번 시작이라는 기분으로 한다"고 말했다.
 
"스케일이 상대적으로 작은 영화니까 쉬어가야지? 그럴 수 없어요. 매번 첫사랑과 같이 설레고, 긴장되고, 떨리는 마음으로 영화를 찍죠. 더군다나 이번엔 기존의 영화와는 다른 장르를 했기 때문에 더더욱 그랬던 것 같아요.”
 
◇강제규 감독.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대선배 박근형·윤여정과 작업? "격의 없이 가족처럼"
 
'장수상회'를 이끌어가는 두 축은 베테랑 배우 박근형과 윤여정이다. 1940년생인 박근형이 올해 75세, 1947년생인 윤여정이 68세다.
 
"워낙 대선배님들이시잖아요. 영화를 찍기 전엔 제가 디렉션을 너무 조심스럽게 하거나 해서 그것이 영화 촬영에 장애가 되면 안될텐데 걱정을 했어요. 그래서 작업을 시작하기 전에 서로 격의 없이 가족처럼 찍어나갔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했죠."
 
강 감독은 "촬영 중에 선생님들은 디렉션 측면에서 '이런 게 좋지 않을까' 가감없이 얘기하셨고, 나도 기존에 계산하거나 생각했던 것과 다른 느낌의 연기가 나왔을 때는 편하게 얘기해서 서로 접점을 찾았다. 대화와 소통에 전혀 문제가 없었다"고 덧붙였다.
 
강 감독은 윤여정과 특별한 인연이 있다. 강제규 감독의 아내인 배우 박성미가 윤여정과 오랜 선후배 사이기 때문.
 
"아내와 친분이 있는 대선배 배우와의 작업이 불편하지 않았냐"는 말에 강 감독은 "그래서 오히려 편했다"고 말했다.
 
이어 "아내에게 평소에 워낙 얘기를 많이 들었기 때문에 처음 캐스팅할 때 만나서 5분이 지나고 나니 너무 친해지더라. 직접적인 친분은 없었지만, 간접적으로 내 속에 윤여정이란 사람이 들어와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박근형과 윤여정은 '장수상회'를 통해 베테랑 배우다운 최고의 연기력을 선보인다. 하지만 두 사람이 '흥행보증수표'라고 불리는 젊은 배우들이 아니란 점에서 '장수상회'의 흥행에 의문부호가 붙는 것도 사실.
 
"흥행에 대한 불안감이 당연히 있을 수밖에 없는 작품이죠. 하지만 내가 이 영화의 시나리오를 보고 큰 울림을 받았는데 그런 외적 불확실성 때문에 이 이야기를 안 한다는 건 비겁한 것 같았어요."
 
◇강제규 감독.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감독과 배우간의 믿음이 중요"
 
박근형, 윤여정, 조진웅, 한지민, 황우슬혜 등 '장수상회'의 출연 배우들은 이 영화의 촬영 현장에 대해 입을 모아 칭찬했다. "영화를 많이 찍어봤지만 이런 촬영 현장은 없었다"는 것이 이들의 얘기다. 강제규 감독이 이끌었던 촬영 현장엔 어떤 비밀이 있었던 걸까.
 
강 감독은 "영화 촬영은 서로간의 신뢰가 가장 기본"이라며 말문을 열었다.
 
"'내가 어떻게 연기를 하더라도 감독이 알아서 컨트롤을 해줄 거야', 또는 '내가 디렉션을 많이 요구하지 않아도 배우가 훌륭하게 표현해줄 거야'와 같은 쌍방간의 믿음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이어 "영화에서 결국은 생명을 가지고 구체적으로 뭔가 표현해내는 건 연기자들"이라며 "경험상 연기자들의 첫 테이크 때의 감정이 제일 좋더라. 그래서 어떻게 하면 첫 테이크에 오케이를 할 수 있을지에 대해 생각했다"고 전했다.
 
"제 전작들은 총이 갑자기 안 나가거나 폭탄이 안 터지면 NG였어요. 하지만 이번엔 카메라만 특별한 실수를 하지 않으면 NG가 날 요소가 별로 없었죠. 사전 준비를 치밀하게 해서 한 번에 오케이를 할 수 있게끔 했기 때문에 연기자들 입장에선 좋아했던 것 같아요."
 
강 감독은 "'많은 사람들이 고독하고, 외롭고, 지치고, 힘든 느낌을 가지고 산다. 나도 인간으로서 그런 느낌을 갖고 살고 있다"며 "'장수상회'를 만들면서 스스로 좀 따뜻해진 느낌이다. 관객들도 '장수상회'를 본 뒤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세상을 볼 수 있게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