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현우기자] 구룡마을 개발사업을 두고 각을 세웠던 서울시와 강남구청의 갈등이 확대되고 있다. 이번에는 서울시의 SETEC(서울무역전시장) 부지 제2시민청 건립 계획 등이 문제되고 있다.
강남구청은 지난 29일 공개서한을 통해 "서울시가 SETEC 부지에 '시민청'을 만들면서 국제교류복합지구 개발에 큰 지장이 생겼다"며 서울시의 '갑의 횡포'라고 원색적으로 비판했다.
강남구청은 공개서한에서 "서울시에서 강남구와 한마디 사전 협의 없이 2014년 4월 서울시의 개발 계획 발표를 믿고 구민의 지혜를 모으는 중에 당해 SETEC부지에 '시민청'을 세운다고 기습 발표해 강남구와 강남구민에게 돌이킬 수 없는 모멸감을 또 한번 안겨 줬다"며 "서울시는 시민청 계획을 철회하고, 당초 계획대로 강남구 안을 반영해 조속히 국제교류복합지구로 개발을 추진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무덤덤하면서도 다소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SETEC부지에 있는 SBA컨벤션센터 건물 공실 구역을 시민 문화 공간으로 개방하는 것으로, 시민청은 국제교류복합지구와 아무 관련이 없다는 것이다. SETEC부지 국제교류복합지구 개발은 일부 지연된 분이 있기는 하지만 예정대로 추진 중이다.
서울시 시민청 담당자는 "개방은 전체 SETEC 부지의 20% 규모다. 기존 시설을 사용하기 때문에 비용이 많이 들지 않는다"며 "국제교류복합지구 개발이 시작되면 시민청은 다른 곳으로 옮기거나 새로 지어지는 국제교류복합지구 내부에 편입 될 수 있다"고 말했다.
SETEC부지 개발이 지연되고 있는 이유에 대해서도 서울시는 "민간 기업들이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연되는 동안 생긴 공간을 시민들 공익을 위해 잠시 사용하자는 뜻으로 시민청을 세우는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시의 이같은 반응에 강남구청 관계자는 "시민청 설립으로 개발이 더 늦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를 나타냈을 뿐, 국제교류복합지구 개발에 문제가 생겼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강남구청은 이 문제 외에도 3가지 문제를 서울시의 '갑의 횡포'라고 원색적으로 비판하면서 파상공세에 나서고 있다.
강남구청은 같은 날 공개서한에서 "수서동 등 인근 지역에 임대주택이 현재 1만 6218세대가 소재(입주 확정된 수 포함)하고 향후 KTX 수서역세권 지역 2800여 세대, 구룡마을 1250세대 등 총 5300여 세대의 임대주택 추가 공급이 예정되어 있어 향후 강남구에는 총 2만1000여 세대의 임대주택이 입지하게 되는데 또 수서동 727번지 임대주택 건립을 계획하여 주민이 반대하는데도 계속 강행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며 서울시의 횡포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강남구 임대주택 2만1000여 세대 산출 방식에는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우선 구룡마을 임대주택은 아직 몇 세대가 세워질지 정해지지 않았다. 강남구청이 자의적으로 임대주택 숫자를 확정한 셈이다.
임대주택이 과밀집되고 있다는 우려도 과민반응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수서동727번지 임대주택은 공공주차장 부지에 7층 이하 52세대 건물을 짓는 소규모 사업이다. 또 KTX 수서역세권 지역 임대주택은 정부가 지정한 공공주택지구에 건설되는데, 국토부가 당초 공공주택지구를 지정할 때 서울시는 그린벨트 문제로 반대입장에 섰지만 신연희 강남구청장이 적극 나서 일을 추진했다.
강남구청은 또 특별교부금 등 재정지원을 25개 자치구 가운데 가정 적게 받고 있으며 서울시가 강남구청을 역차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는 특별교부금의 취지를 고려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별교부금은 지방 재정 균형화를 도모하고 지방행정을 계획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지원이다.
현재 서울 지방자치단체들 중 상당수는 자체 예산으로 지방 행정의 60%만 운영할 수 있을 만큼 어려운 상태다. 반면 강남구청은 특별교부금을 지원받지 않아도 150%가 가능할 만큼 여유가 많다.
서울시 특별교부금 업무 관계자는 "강남구청은 재정이 독보적으로 좋은 상태다. 특별 교부금을 전혀 안 받는 것은 아니지만 다른 자치구보다 많이 받을 필요는 없다"고 설명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오른쪽), 신연희 강남구청장(왼쪽)ⓒ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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