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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양지윤기자] LG화학과 롯데케미칼이 지난해 매출액 감소에도 연구개발비를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한화케미칼과 금호석유화학은 2012년 이후 매년 연구개발비를 줄이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석유화학 업황이 수년째 침체일로에 놓이면서 업체간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 전략도 엇갈리고 있다.
LG화학과 롯데케미칼, 한화케미칼, 금호석유화학 등 국내 석유화학 '빅4 기업'이 지난달 31일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2014년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연구개발비를 가장 많이 지출한 기업은 LG화학이었다.
◇LG화학, R&D 투자 매년 10% 이상 증가
LG화학의 지난해 연구개발비는 5112억원으로, 전년 대비 14% 증가했다. 이에 따라 매출액에서 연구개발비가 차지하는 비중도 2.26%를 기록, 지난해 처음으로 2%대로 올라섰다.
LG화학은 2013년에도 연구개발비를 전년 대비 15.6% 증가시키는 등 매년 10% 이상 꾸준히 연구개발(R&D)비를 늘리고 있다. 주목할 점은 2012년 이후 매년 매출액이 소폭 감소하고 있음에도 R&D에는 과감한 투자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LG화학은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이 22조5778억원으로, 전년 대비 2.4% 감소했다. 올해 역시 업황 부진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연간 매출 목표액을 전년 대비 0.4% 감소한 22조4800억원으로 제시했다. 보수적인 설정이다. 하지만 올해 R&D 투자금액은 전년 대비 17.3% 늘린 6000억원을 제시했다. 공격적인 투자를 통해 중장기 성장 기반을 구축해 나가겠다는 포석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연구개발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에 대한 성과는 결과물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CRD(현 중앙연구소)와 석유화학, 정보전자소재, 배터리 등 4개 연구소는 25개의 과제 중 30개 기술을 개발, 생산시설에 적용하거나 인증·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롯데케미칼, R&D 투자 증가세..일부 기술, 성과 창출로 이어져
롯데케미칼도 지난해 매출액(14조8590억원)이 9%대로 감소했지만,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는 소폭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연구개발비로 399억원을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3년(316억원) 대비 26% 증가한 수치다. 이에 따라 매출액에서 연구개발비가 차지하는 비중도 0.27%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2년 0.18%, 2013년 0.19% 대비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가 매년 진전되고 있는 추세다.
이 같은 뒷받침에 힘입어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연구개발 부문에서 자동차 내장재용 상용화제 개발과 메탈로센계 고성능 폴리에틸렌(LLDPE) 상업화 등의 성과를 내기도 했다.
다만 LG화학에 이어 매출액이 업계 2위임에도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금액이 여전히 낮은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롯데케미칼은 2012년과 2013년 빅4 기업 가운데 업계 최저를 기록한 뒤 지난해 간신히 금호석유화학을 제쳤다. 금호석화의 매출은 롯데케미칼의 3분의 1 수준으로, 지난해 두 회사의 연구개발비 격차는 60억원에 불과하다.
◇한화케미칼, 매년 R&D 투자 감소
한화케미칼과 금호석화는 나란히 연구개발 비용이 축소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한화케미칼은 석유화학 기업 중 드물게 지난해 매출액이 전년 대비 2.4% 증가했다. 하지만 연구개발비는 11.4% 급감한 418억원으로 집계됐다. 한화케미칼의 연구개발비는 2012년 577억원으로 최고점을 찍은 뒤 2년 째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이에 따라 매출액에서 연구개발비가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1.3%로, 전년 1.5% 대비 0.3%포인트 감소했다.
이에 대해 한화케미칼 측은 유화사업 집중을 위해 포트폴리오를 재편한 영향이 컸다고 해명했다. 회사 관계자는 "신사업 중 태양광사업 자회사 한화큐셀이 글로벌 R&D 네트워크 구축을 통해 연구영역을 분담했다"면서 "이로 인해 표면적으로 연구개발비가 축소된 것으로 보일 뿐 연구개발은 활발하게 수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주력인 합성고부 사업에서 수요부진과 공급과잉으로 이중고를 겪고 있는 금호석화는 지난해 연구개발비로 338억원을 집행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은 0.71%다. 금호석화는 2012년과 2013년 400억원대를 유지했으나 지난해 연구개발비가 삭감되면서 롯데케미칼에 추월당했다.
◇"R&D 투자, 장기적 관점에서 이뤄져야"
전문가들은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이 R&D 투자에 과감하게 나서지 못하는 이유로 '성과중심'의 문화가 뿌리 깊게 자리잡은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단기적인 성과 창출에 급급한 나머지 대규모 투자가 소요되는 장기 R&D 프로젝트들이 외면받고 있다는 설명이다.
가시적 성과 중심으로 R&D 지원이 이뤄지다보니 투자 규모 역시 미흡한 실정이다. 유럽화학산업연합회(Cefic)가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화학기업들은 2013년 R&D 투자금이 2조196억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유럽연합(EU)은 9조9793억원, 일본은 7조1300억원을 R&D에 쏟아 부었다. 투자금액만 놓고보면 EU의 20%, 일본의 28% 수준에 불과하다.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석유화학 분야의 경우 가시적인 성과가 즉각적으로 나타나지 않은 대표적인 분야여서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비가 낮은 실정"이라며 "최근 10~20년 전부터 꾸준히 연구개발을 진행한 사업에서 성과를 창출하고 있는 일본 석화기업들의 사례를 눈 여겨 보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연구개발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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