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8월 28일 청와대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접견한 대기업 총수들.중앙에 박근혜 대통령과 왼쪽에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오른쪽에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News1
[뉴스토마토 이상원기자] 사내유보금 과세방침(기업소득환류세제)에 대한 우려가 현실이 됐다.
강제력과 유인책을 통해 기업들이 쌓아놓은 곳간을 풀어 경기를 활성화하겠다는 게 당초 정부의 복안이었지만, 기업들은 가장 손쉬운 쪽을 택했다. 유보금으로 배당을 늘리거나, 투자를 확대하거나, 임금을 인상할 경우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는 세 가지 경우의 수가 있었지만 기업들의 결론은 '배당'이었다.
10일 재벌닷컴이 공개한 2015년 상장사 배당부자 상위 30명 명단은 대부분 재벌 총수 일가나 기업 최고경영진들로 채워졌다.
1위를 기록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배당금은 1758억원으로 타의 추종을 불허했고,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742억원)과 최태원 SK그룹 회장(329억원),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314억원), 홍라희 삼성리움미술관장(217억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216억원) 등 상위권을 재계 서열 상위 재벌 일가가 휩쓸었다.
보유 지분만큼 배당을 챙기는 것은 주주환원정책 취지에 어긋나지 않지만, 평균 배당금 증가율에서 대주주 친화적인 경향은 지적사항이다. 올해 10대그룹 상장사들의 배당금 총액은 지난해보다 27% 증가했지만, 해당 총수 일가의 배당금은 35% 늘었다. 총수 일가의 지분률이 높은 기업이 상대적으로 더 많은 배당을 실시했기 때문이다.
삼성그룹의 경우 총수 일가 지분율이 높은 삼성생명과 삼성SDS의 배당 증가율이 계열사 평균 증가율(36.9%)의 두 배를 넘겼다.
기업들의 배당이 크게 늘고, 대주주 일가가 배당잔치를 하는 사이 정부가 기대했던 투자나 임금은 제자리 걸음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 1월 전국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올해 전년 대비 투자를 늘리겠다는 기업은 전체 응답기업의 31.4%에 그쳤다. 반면 지난해와 비슷하거나(39.8%) 투자를 줄이겠다(28.8%)는 응답은 68.6%에 달했다.
기업들은 임금 인상에 대해서도 극히 소극적인 모습이다. 기업들이 임금결정의 바로미터로 삼고 있는 삼성전자부터 올해 임직원들의 임금을 동결하고 보너스를 삭감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전체 임직원 기본급 동결을 발표했고, 앞서 임원들에 대한 성과급 삭감 방침도 밝혔다. 이는 삼성전기와 삼성디스플레이 등 전자계열사의 임금동결로 확대됐고, 다른 재벌그룹 역시 삼성 방침을 핑계로 임금인상에 부정적인 모습을 취하고 있다.
급기야 경영자총협회(경총)는 기업들에게 임금인상을 자제해 달라는 공식 발표를 하기에 이르렀다. 그마저도 상한선(+1.6%)을 제시하면서 정부 정책에 정면으로 반기를 드는 모양새를 연출했다.
이와 관련, 이언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재벌 대기업들이 임금을 동결시킬 때에는 디플레 우려 등을 내세워 엄살을 떨더니 자기들이 배당 받을 때는 과감하다”며 “임금이 올라야 민간소비가 진작되고, 소비가 진작되어야 디플레 현상도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