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동.맛지도 (대학생의 마음을 동하게 한 맛집 지도)
대학 입학해서 첫 술을 먹었던 충무로 술집 조세핀. 2년 동안의 추억을 되새기며 녹음기를 들고 조세핀에 첫 인터뷰를 하러갔다.
◇사진=바람아시아
프랜차이즈 술집과 다르게 조촐한 간판에 ‘조세핀 안주 5500원’이라 적혀있다. 2년간 입구에서 ‘조세핀’이 무슨 뜻인가 궁금해 하다 막상 들어가서 자리에 앉으면 술 먹느라 정신없어 그 의미를 사장님께 물어보지 못했다.
‘조세핀’이라고 술집 이름을 지은 이유는 뭔가요?
조세핀은 나폴레옹의 배우자였죠. 주방에서 일하는 우리 안사람이 조세핀과 닮았어요. 그래서 그냥 조세핀이라 이름을 지었죠.
조세핀에서 모든 안주를 ‘조세핀 사장님’께서 다 하시는 건가요?
네. 저희는 따로 주방에서 일하는 사람을 뽑지 않습니다. 모든 메뉴 개발은 안사람이 다했고, 직접 요리도 다합니다. 저조차도 지금 나쵸 소스의 레시피를 모르고 있어요. 안 알려주더라고요. 하하
다른 술집과 다르게 조세핀에서는 나쵸를 기본 안주로 주는 게 정말 감사했습니다. 돈 없을 때 술만 시켜서 나쵸랑 술을 먹었던 기억이 나네요. 특히 나쵸 소스가 맛있었는데, 직접 만들었던 것이라니 놀랍네요.
저도 대학생활을 해봤기 때문에, 대학생때 돈 많이 없는 거 누구보다 잘 알고 있죠. 다른 술집에서는 기본안주로 강냉이를 주는데, 맛이 없어요. 기본 안주도 맛있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우리 집은 대학생 아니면 안 받아요. 우리의 고객은 대학생들입니다. 그들에게 저희의 수익의 어느 정도는 환원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수익의 사회적 환원의 방식이 나쵸와 서비스 안주를 주는 것 외에 어려운 학생들을 위해서 원룸을 저렴한 값에 임대해 주신다고 들었습니다.
네 저희는 지하 1층에서 술집을 하고. 위층에는 18개의 원룸 임대업을 하고 있습니다. 총 18개의 방중 5개의 방을 대학생들에게 28만원에 주고 있어요. 주변에 원룸들이 40~50만원 하는 것에 비하면 많이 싸게 주는 것이죠.
저희는 장사한지가 11년이 되었는데, 그동안 돈을 많이 벌었어요. 고객은 대학생들이었고요. 그들에게 어떻게 이 수익을 환원할 수 있을까 고민을 했습니다. 술 먹는 대학생들과 많은 이야기도 나누었고요. 많은 친구들이 주거를 하기위한 금전적 문제에 힘들어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그 친구들에게 방을 싼 값에 제공하고, 원한다면 높은 시급에 알바도 시켜줬어요.
◇사진=바람아시아
조세핀에서 술 먹을 때 사장님께서 비즈니스 마인드로 장사하는 게 아니라 한 테이블 한 테이블, 한명 한명을 신경 써 주시는 게 정말 좋았어요.
나는 기본적으로 자주 오는 친구들 학과와 이름을 다 외워요. 그리고 기회가 되면 그 친구들과 이야기 해보려고도 노력합니다. 그 친구들이 사회 진출해서 까지 연락을 합니다. 제가 장사하면서 가장 뿌듯했을 때는 대학생 시절 자주 찾아왔던 친구들이 청첩장을 들고 올 때에요.
술 먹으러 온 대학생들과의 대화중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었나요?
하루는 어떤 여학생이 자리에 앉아 펑펑 울고 있었어요. 그 친구와 대화를 해보았죠. 그 친구는 3학년이었는데, 고등학교 때 메이커 옷, 신발을 사주지 않은 부모님께 막말했던 스스로에 대해 후회가 된다고 했어요. 자기가 알바하면서 등록금을 내보니, 부모님이 얼마나 힘들었을지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하네요. 술 먹으면서도 깨닫는게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학생들에게 부탁할 점은 있나요?
술 먹으러 온 건데 재밌게 놀면 좋죠. 하지만 가장 기본적인 것은 지켜줬으면 좋겠어요. 토는 화장실에서, 바닥에 침 뱉지 말기.
충무로에 있는 다른 술집보다 조세핀이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특징은요?
저희는 믿을 수 있는 곳에서 직접 가서 재료를 한 번에 다 사와요. 그리고 많은 술집들이 서로 단합을 하는데 저희는 단합에 끼지를 않아요. 그리고 우리는 지방에서 올라와 술 마시거나, 군대에서 휴가나온 친구들을 원룸에서 하루 재워줍니다. 잠 잘 곳 찾기가 힘드니까요.
그리고 저희는 타대학에서 많이오는 술집으로 유명해요. 그래서 주말엔 동국대 학생들보다 타대학 학생들이 더 많아요. 주말에 영업 안하는 충무로 술집이 많은데, 저희는 주말에도 술집을 합니다. 방학 때도 저희는 꾸준히 장사가 잘 됩니다.
대학가에는 프랜차이즈 음식점과 술집이 무분별하게 유입되고 있다. 그 가운데서 대학가의 ‘인간미’는 실종되었다. 대학생은 그저 돈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해버렸다. 이리치고 저리치고 우리네 대학생들이 편히 쉬며 즐길 만한 몇 없는 곳 중 하나가 대학가 술집이다.
술집에서 만큼은 아무 생각 없이 행복하고 싶었다. 조세핀 사장님은 한 발자국 더 나아갔다. 술집 밖에서도 행복한 삶을 살아야 한다는 생각. 최소한 먹고, 자는 기본적인 생활은 학생이 해야 된다는 생각. 학생들에게 더 잘해주지 못하는 능력의 한계를 미안해하는 사장님의 마음에서 ‘인간미’를 발견한다.
**이 기사는 <지속가능 청년협동조합 바람>의 대학생 기자단 <지속가능사회를 위한 젊은 기업가들(YeSS)>에서 산출하였습니다. 뉴스토마토 <Young & Trend>섹션과 YeSS의 웹진 <지속가능 바람>(www.baram.asia)에 함께 게재됩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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