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명정선기자] 중국 지도부가 연간 경제성장률 목표치와 국정 방향을 제시하는 양회(兩會)를 앞두고 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양회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와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를 통칭하며, 정협은 3일, 전인대는 5일 시작된다.
중국 당국이 커져가는 경제성장 둔화 우려를 더 이상 두고보지 않겠다는 의지를 공식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특히, 중국이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7%로 제시할 것으로 예상돼 향후 지급준비율 인하와 주택활성화 등 추가 부양조치가 잇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中 '양회' 앞두고 경기부양 '선언'
중국 인민은행은 지난달 28일 대출 및 예금 금리를 각각 0.25%포인트씩 낮춘다고 밝혔다. 인민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한 것은 지난해 11월21일 이후 석 달 만이다.
인민은행은 지난달에도 은행에 대한 지급준비율을 0.5%포인트 낮춰준 바 있다.
인민은행의 잇따른 추가 완화 조치는 중국 경제가 그 만큼 어렵다는 것을 보여준다.
지난 1일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2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9.9로 두 달째 기준인 50을 밑돌았다.
2일 HSBC가 발표한 2월 제조업 PMI는 50.7로 경기 위축과 확장의 경계인 50을 간신히 넘었다. 하지만 크게 개선됐다고 보긴 어렵다는 지적이다.
특히 신규수출주문지수가 해외 수요 부진 등으로 1년 만에 위축으로 돌아선데다 고용은 16개월째 위축을 가리키는 등 여전히 어려운 여건이 지속되고 있다.
지난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동월대비 0.8% 올라 5년 만에 최저상승률을 기록했다. 또 일정 시간을 두고 소비자물가에 영향을 주는 생산자물가지수(PPI)는 35개월 연속 마이너스 수준에 머물며 디플레이션(물가하락 속 경기침체) 우려를 높였다.
통화당국이 돈을 지속적으로 풀었지만 제품이 팔리지 않아 상품 출고가격은 오히려 떨어지고 있다는 뜻이다.
애너벨 피데스 마킷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제조업 경기가 지난해 하반기 이후 일부 개선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면서도 "특히 해외 수요 부진 등으로 신규주문이나 고용 등이 취약하다"고 말했다.
◇'타이밍' 절묘..시진핑 "경제성장 놓치지 않아"
전문가들은 금리 인하보다 그 시기를 주목했다. 최대 정치이벤트인 전인대를 앞두고 나왔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경제에 대한 중국 당국의 우려와 함께 성장에 대한 의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내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리후이용 중국 션인&완궈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인민은행이 춘제 이후 일주일 만에 기준금리를 인하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며 "이번 조치를 계기로 기업의 투자심리를 북돋고 경기부양에 나서겠다는 뜻을 공식화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양회를 앞두고 금리 인하를 단행했다는 점에서 상징성이 더 크다는 설명이다. 5일 전인대 개막식에서 리커창 총리는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발표할 예정이다.
지난해 리커창 총리는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7.5%로 제시했으나 실제 경제성장률은 24년만에 최저인 7.4%를 기록했다.
로이터통신은 싱크탱크인 국가정보센터가 올해 1분기 중국의 경제성장률을 7%로 전망했다고 보도했다.
국가정보센터는 "구조조정이 지속되는 가운데 경제가 강한 하방압력을 받을 것"이라며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1.2%로 전년 2%에서 둔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中양회 후 추가 조치 잇따를 것..효과는 제한적
시장에서는 전인대에서 중국 지도부가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를 7%로 제시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이 역시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창지안 바클레이스 중국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중국은 경기 측면에서나 구조적으로 또 한번 시련을 맞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중국 당국이 양회 이후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해서 추가 부양조치를 쏟아낼 가능성이 크다.
골드만삭스는 전인대 이후 중국이 분기마다 지급준비율을 0.5~0.75%포인트 인하할 것으로 예상했다. 최근 투자자들이 경제 성장 둔화 우려로 자금을 회수하면서 자금 경색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데 이를 해소하기 위해 추가 조치를 내놓을 것이란 분석이다.
미즈호증권도 "경기 부양을 위해 추가적인 완화 조치가 필요하다"며 "인민은행은 이달 말 지준율을, 다음 달에는 기준금리를 추가로 내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일각에서는 중국 당국이 주택시장 침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으며 조만간 이를 실행에 옮길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다만, 이 같은 조치가 큰 효과를 거두긴 어렵다는 지적이다. 창지안 이코노미스트는 "금융완화가 성장 부진과 가파른 디플레이션을 막는 데는 도움이 되겠지만 경기를 진작시키는 데 큰 공을 세우진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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