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문정우기자] 지난 11일 65명의 사상자를 낸 영종대교 106중 추돌사고와 관련해 '블랙 아이스'가 원인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또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도로결빙방지시스템 도입이 거론되고 있지만, 지자체나 관계기관은 예산 문제로 꺼리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사고 당시 시야 확보가 어려울 정도의 짙은 안개와 함께 안개로 형성된 '블랙 아이스'가 사고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다.
최병호 교통안전공단 박사는 YTN 라디오에 출연해 "(영종대교 사고는)안개와 블랙 아이스가 결합된 형태인 걸로 추정된다. 얼음이 결빙되면서 미끄러운 도로가 되고, 그래서 잘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이중적인 상황이 연출돼 사고가 복잡해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결국 짙게 낀 해무(바다안개)가 도로면에 물기를 만들고 새벽에 온도가 내려가 살얼음으로 바뀌면서 블랙 아이스가 형성됐다는 설명이다.
젖은 도로가 눈에 보이지 않는 빙판길로 변하는 블랙 아이스 현상은 눈이 오지 않아도 추운 새벽이나 짙은 안개가 낀 오전 중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다.
최근에도 블랙 아이스로 인한 사고가 빈번했다.
지난달 16일 횡성 중앙고속도로 43중 추돌사고로 23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이후 23일 새벽에는 당산철교 인근 노들 길에서 불과 2시간 사이에 3번의 교통사고가 있었다. 사고를 수습하던 경찰차를 들이받아 경찰 2명이 중상을 입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도로결빙방지시스템 전문업체인 리트코의 김인선 부장은 "블랙 아이스는 적절한 시점에 염화칼슘을 뿌리지 못해 염화칼슘이 얼어 여러 먼지와 겹치면서 생기게 되는 것"이라며 "소방방재청은 국내 실정에 맞는 '염수분사장치'를 권장하지만, 도로 관리 기관들은 비용을 이유로 설치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영종대교에 도로결빙방지시스템이 설치돼서 노면 온도나 대기 안개를 측정해 제설액을 분사했다면 사고 규모를 더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업계 전문가들도 블랙 아이스로 인한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으로 도로결빙방지시스템 도입을 꼽고 있다. 도로결빙방지시스템은 도로나 대기 상태를 자동으로 측정해, 염수를 살포할 수 있는 장치를 통해 결빙구간을 중앙관제로 관리하는 시스템이다.
현재 지자체나 관계 기관들은 시스템의 필요성은 인식하고 있지만 비용문제 때문에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는게 사실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안전사고에 따른 사회적 비용이 더 클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학계 전문가는 "국민들의 안전문제는 단순히 비용 문제가 아니다"라며 "한 순간의 안전사고가 더 많은 사회적 비용을 초래할 수 있다. 적극적인 정부 대책이 요구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도로결빙방지시스템은 지난 2009년부터 4년간 리트코가 순수 국산기술화에 성공해, 현재 4~5곳 교량이나 터널에 설계됐다. 현재 2곳은 공사가 이뤄지고 있으며, 올해 3~4곳이 공사에 들어갈 예정이다.
비용은 500m당 5~6억원 수준이다. 감지시스템과 분사노즐 등의 한 세트를 기준으로 직선상 최대 600m까지 설치할 수 있다. 또 겨울철 외에도 대기나 도로의 온도가 과도할 경우 물을 분사해 온도를 낮출 수 도 있어, 4계절 전천후로 이용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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