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다면 한다!"..정몽구의 '불도저' 뚝심
2015-02-06 16:56:15 2015-02-06 17:35:57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지난달 2일 오전 서울 양재동 본사에서 열린 2015년 시무식에 참석해 신년사를 마친 뒤 자리를 떠나고 있다.ⓒNews1
 
[뉴스토마토 이상원기자] "MB가 불도저? 천만에. MK야말로 불도저다!"
 
한 차례 불발에도 아랑곳없이 블록딜을 성사시키는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을 지켜본 한 내부 고위 관계자의 전언이다.
 
결국 매각에 성공했다. 정몽구 회장과 아들 정의선 부회장의 현대글로비스 지분 13.39%(502만21270주)가 5일 장 마감 이후 블록딜(시간외 대량매매) 방식으로 매각을 마쳤다. 총 매각 금액은 1조1576억원으로, 재계에서는 이를 향후 현대모비스 지분 매입에 활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현대차그룹의 정점에 위치한 사실상의 지주사다.
 
이번 지분 매각은 앞서 지난달 추진됐다가 실패한 전력이 있다. 정 회장 부자는 지난달 13일에도 동일한 내용으로 매각하려 했으나 가격조건 등이 맞지 않아 실패했다. 이번에는 블록딜 매각 물량이 전량 소진되지 않을 경우 매각 주관사인 시티글로벌마켓에서 잔여 물량을 전량 인수하는 안전장치를 두고 추진됐다. 
 
주당 가격을 4만원 정도 더 내리고, 대주주가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앞으로 추가로 팔지 않겠다는 '락업'(보호예수) 기간도 기존 6개월에서 2년으로 화끈하게 늘린 것이 주효했다. 물론 정 회장 부자로서는 실탄 마련 창구인 현대글로비스의 주가를 향후 2년간은 끌어올려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정 회장의 불도저식 경영을 보여주는 사례는 적지 않다. 특히 2010년 현대그룹과 '적통(嫡統)' 논쟁까지 벌이며 진행했던 현대건설 인수전은 백미로 꼽힌다.
 
당시 현대차그룹이 5조1000억원을 입찰가로 써내며 4000억원을 더 써낸 현대그룹에 현대건설을 뺏겼지만, 채권단 사이의 이견을 틈타 금융당국에 직접적인 개입을 요청하면서까지 밀어붙인 끝에 현대건설을 다시 손에 넣을 수 있었다. 현대건설 사장 출신의 이명박 대통령이 뒤에서 이를 적극 지원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정 회장이 임직원들에게 "(현대건설을) 꼭 다시 가져오라"고 지시했다는 얘기나, 최종 인수 끝에 계동 사옥에 들어서며 감회에 빠진 것은 유명한 일화다. 현대건설은 단순한 일개 기업이 아닌 그룹 적통의 문제를 안고 있었기에, 장자인 그로서는 반드시 손에 쥐어야만 했다.  
 
지난해 서울 삼성동 한국전력 본사 부지 입찰에서 현대차그룹이 10조5500억원이라는 믿어지지 않는 금액을 써낸 것도 정 회장의 뚝심을 보여주는 사례로 통용된다. 현대건설 인수 사례에 더해 2007년 용산개발사업 입찰에서 삼성에 밀렸던 뼈아픈 경험을 했던 정 회장은 다시 입찰 경쟁자로 만난 삼성을 보다 확실하게 따돌릴 필요가 있었다. 과거 부동의 재계 1위로서의 자존심도 있었다.
 
물론 터무니 없이 무리한 금액을 베팅하면서 그가 감내해야 할 후유증은 컸다. 회장의 '통 큰 결단'은 대내외에 명확히 보여줬다지만, 외국인 투자자들을 비롯해 시장은 냉정하게 등을 돌렸다.  
 
'쇳물에서 자동차까지' 그룹내 수직계열화를 완성하겠다는 그의 염원도 결국 현실이 됐다. 외환위기 때 기아차를 인수하며 글로벌 5위 완성차로 올라섰고, 한보철강을 인수해 일관제철소로 재탄생시켰다. 지난해 현대제철의 동부특수강 인수까지 마무리하면서 '현대제철-동부특수강-현대기아차'로 이러지는 일관체제 구축을 끝냈다.
 
정 회장의 뚝심이 때로는 위험요인으로, 때로는 기회로 작동하고 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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