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애신기자] 국내에서 수입차 시장이 이처럼 커진 적은 없었다. 지난해 역시 수입차의 광풍은 이어졌다. 이 가운데서도 독일 브랜드가 시장을 유린했다.
수입차의 대중화 흐름 속에 올해는 비(非)독일 브랜드들도 국내시장에 안착하기 위한 초석을 다지고 있다. 특히 1990년대 초반 수입차 시장의 양대산맥이었던 미국의 포드와 스웨덴의 볼보가 설욕을 다짐하고 나섰다.
◇지난해 수입차시장 독일 브랜드 '싹쓸이'
28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수입차 점유율은 13.9%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고성능 디젤차를 내세운 독일차들의 독주가 이어졌다.
판매된 수입차 10대 중 7대는 독일 브랜드로 나타났다. 지난해 국내시장에서 팔린 수입차의 69.4%(13만6322대)가 독일 브랜드였다. 다음으로 일본(12.3%) 미국(7.4%) 영국(6.9%) 프랑스(1.9%) 스웨덴(1.5%) 순으로 뒤를 이었다.
전년 대비 시장점유율 역시 독일 브랜드의 경우 1.9% 상승했다. 일본(-1.8%), 영국(-0.5%), 프랑스(-0.2%), 미국(-0.1%)은 마이너스를 기록했고, 스웨덴(0.2%)과 이탈리아(0.3%)는 점유율이 현상유지 수준에 그쳤다.
◇폭스바겐 티구안 2.0 TDI.(사진=폭스바겐코리아)
지난해 가장 많이 판매된 차량 10위권 중 9대가 독일 차량이 랭크됐다. 폭스바겐의 티구안, BMW의 520d, 메르세데스-벤츠의 E220 등이 무난하게 상위권에 포진했다. 일본의 닛산 ES300h가 6위에 오르며 그나마 자존심을 지켰다.
1990년대 미국의 포드와 크라이슬러, 스웨덴의 볼보 등 비독일 수입차가 대세였던 점을 돌아보면 주연의 전격 교체다. 1994년의 베스트셀링카는 포드의 '세이블 LS'가 차지했다. 당시 세이블은 메르세데스-벤츠의 'E200'보다 두 배 이상 많이 팔렸다.
포드코리아 관계자는 "2002년 이스케이프가 인기를 끌면서 포드의 시장점유율이 30%까지 확대한 적이 있다"고 회고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영원한 승자도 영원한 패자도 없는 것 같다"면서 "고객이 원하는 차종을 적시에 출시해야 하고, 시대에 맞춰나가야 퇴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2000년대 들어 분위기가 달라졌다. BMW와 메르세데스-벤츠 등 독일 브랜드가 국내시장에서 대세로 자리매김했다. 미국차는 크고 힘이 좋지만 연비가 낮아 유지비가 많이 드는 단점이 있었다. 독일 브랜드들이 이 점을 집중적으로 공략했다.
수입차업계 관계자는 "독일 브랜드들이 연비와 실용성 등을 내세운 데다 차량가격을 낮춰 공격적으로 마케팅을 하면서 전세가 역전됐다"고 설명했다.
◇포드·볼보, 韓시장 장기적 시각으로 접근
과거 영광의 주역이었던 포드코리아와 볼보자동차코리아는 국내시장에서의 설욕에 나선다. 다만, 보여주기 식의 외형 성장보다는 조금 적게 팔더라도 내실을 다지는 질적 성장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방침이다.
포드의 상징은 픽업트럭이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픽업트럭에 대한 니즈가 낮은 점을 고려, 올해 신차 출시부터 국내 소비자들의 선호가 높은 라인업으로 구성했다. 머스텡 6세대 모델인 '올 뉴 머스탱'을 시작으로 디젤 모델인 '뉴 몬데오', 유럽형 디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뉴 쿠가', '뉴 포커스 디젤' 등이 줄줄이 출격 대기 중이다.
포드코리아 관계자는 "수입차가 나홀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경제 전망이 좋지 않고 예상하기 어려운 변수들 때문에 한계가 있다"며 "포드코리아의 목표는 현재의 두자리수 성장세를 유지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 최소 10%의 성장률을 기록할 경우 포드코리아는 9000대 후반의 판매고를 올리게 된다. 수입차 업계에서 상징적으로 여겨지는 '1만대 판매' 달성도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것이라는 얘기다.
이 관계자는 "(판매대수와 점유율 등)수치만 늘려가는 게 맞냐는 자성의 목소리가 있다"며 "욕심을 내기보다 내실을 기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포드의 '올 뉴 머스탱'(사진=포드코리아)
볼보자동차코리아는 올해 사람과 안전 중심, 고품질 등 차별화된 전략으로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가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특히 과거 볼보의 상징과도 같던 '안전'을 전면에 내세웠다.
이윤모 볼보자동차코리아 대표는 "볼보가 10여년 전에는 큰 브랜드였는데 갑자기 하찮은 브랜드가 됐다"며 "볼보는 가만히 있었는데 다른 것이 빨리 큰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올해는 지난해보다 30% 정도 성장한 4000대 판매를 목표로 하고 있다"며 "향후 빠른 시간 안에 1만대 판매를 달성해야 수입차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다만 "목표를 빨리 달성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볼보와 딜러, 네트워크가 같이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무엇보다 고객들이 볼보의 가치를 느낄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부연했다
이를 위해 올해부터는 전방위적인 마케팅을 펼친다. 이 대표는 "기존에는 판매대수에 따라 본사에서 마케팅 비용을 지원받았는데 올해부터는 향후 목표 판매량을 기준으로 비용을 받게 됐다"면서 "북유럽 스타일의 혜택이 무엇인지, 왜 볼보를 타야 하는지 등의 느낌을 전달해 퇴색된 브랜드를 개선하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그 일환으로 특정 차량을 전면에 내세우는 대신 차량의 모국으로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오는 4월21일까지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에 카페 형식의 '더 하우스 오브 스웨덴'을 운영한다. 당장 차를 판매하기 위함이 아니라 고객들이 편안하게 찾아와서 볼보가 무엇인지, 스웨덴이 어떤 곳인지 자연스럽게 경험하는 기회를 마련했다.
볼보자동차코리아는 지난 8일 콤팩트 SUV '크로스컨트리 V40'를 출시한 가운데 상반기 중 'S60 T6' 등의 파생모델을 선보일 예정이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수입차 업체들은 국내 수입차 시장이 완전한 성숙 단계에 진입하기 전 자사 브랜드를 국내시장에 안착시키기 위해 만전을 기할 것"이라면서 "올해 수입차 내에서 주도권을 잡으려는 업체간 경쟁과 현대·기아차와의 전체 점유율 싸움도 볼만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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