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방글아기자] 대폭 개정된 공정거래법이 조만간 국회를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내년 초부터는 달라진 시장환경을 반영해 구석구석 손을 본 공정거래제가 시행될 예정이다.
24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사건처리절차 법제화 ▲대기업집단 공시제도 개편 ▲기타 변화한 시장상황에 맞지 않게 된 제도 개편 등을 골자로 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해 대통령의 재가 및 국회 통과를 기다리고 있다.
◇사건처리절차 법제화..피심인 방어권 강화
우선 의견제출과 진술권 신설, 공정위 심사보고서에 대한 열람·복사요구권 상향규정화 등에 따라 내년부터는 공정위의 조사를 받는 피심인의 방어권이 한층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공시제도도 회사의 규모 등에 따라 강약 조정된다. 비상장사에게는 임원변동 공시의무가 면제되고, 자산총액 50억원 또는 100억원 이하(추후 시행령에서 규정)일 경우 매년 감사보고서를 공시하는 대신 상시적인 공시의무는 아예 없어진다. 다만, 총수일가 지분율이 20%(추후 시행령에서 규정) 이상 되는 비상장사는 규모가 작더라도 이 예외 대상에 해당되지 않는다.
반대로 대기업집단의 현황 공시의무는 강화됐다. 지주회사의 소유지배구조 현황과 체제밖 계열회사 현황이 공시항목에 새로 추가됐고, 비금융 계열사를 둔 금융·보험사들은 이 계열사에 대한 의결권 행사 여부를 공개해야 한다.
공정위 관계자는 "주식소유 현황 공개 의무 부과만으로는 지주회사로 전환한 대기업집단일지라도 비정상적인 소유구조를 자발적으로 개선토록 유도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또 대기업집단이 금융·보험 계열회사를 통해 지배력을 확장할 우려가 있음에도 이에 대한 현황 공시가 없어 감시가 어려웠다"며 "항목 추가를 통해 공시의 시장감시 기능을 보강했다"고 덧붙였다.
통상 대주주에게 적용되는 '3% 초과 의결권 제한' 규정과 관련해서는 그 분모가 되는 총 주식에서 의결권이 없는 주식을 빼는 것도 법제화해 명확화 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제한율을 정할 때 분모에 어떤 주식까지를 포섭할지와 관련해 그간 관행과 해석상으로는 우선주를 빼왔다"면서 "이번에 이를 법적으로 명확하게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상법과 정합성 확보를 위한다"는 이유로 주식의 포괄적 교환과 이전을 상호출자금지 예외사유로 추가해 논란이 예상된다.
◇심사대상 줄이고 낡은 제도 폐지
아울러 공정위는 기업결합 신고의무 면제대상을 확대했다. ▲1/3미만의 임원겸임 ▲대규모회사가 아닌 회사(자산총액 또는 매출액 2조원 미만)의 계열사 간 M&A ▲단순투자 또는 특정분야 투자사업 영위 회사 ▲사모투자전문회사(PEF)의 설립 등 4가지 경우다.
또한 청산절차를 진행중이거나 1년 이상 휴업 중인 회사에 대해서는 자산총액의 규모와 상관없이 회계감사 의무를 면제하기로 했다.
이밖에 노후화한 각종 절차 및 제도를 폐지한다. 우선 재판매가격 유지행위가 허용되는 상품을 지정하는 절차가 폐지된다. 다만, 도서 등 기존에 지정한 상품은 그대로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1984년 이후 지정 사례가 없었다"며 "원칙적으로 금지하되, 최근 법집행 동향과 대법원 판례 등을 반영해 소비자후생 증대 효과가 경쟁제한 폐해보다 더 큰 경우 등에 대해서는 예외적으로 허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당한 국제계약 체결 제한 제도'도 폐지된다. 국내 공정거래법에 역외적용 근거가 마련됨에 따라 국내법의 직접 적용이 가능해진데 따른 것이다. 역외적용은 자국의 영토 밖에서 벌어진 불공정 행위가 자국의 경쟁질서에 피해를 주는 경우 그 행위에 대해 자국의 경쟁법을 적용하는 제도다.
공정위의 '시정권고'도 폐지되는 또 다른 제도다. 공정위 관계자는 "시정권고는 위원회를 열기 앞서 불공정 혐의를 받는 회사가 불공정행위 해소 방안을 내놓고 공정위가 이를 인정하면 제재 없이 사건을 종결하는 제도"라며 "이 제도가 사용되지 않은지 10년이 넘은데다 새로 도입된 동의의결제와 비슷해 폐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기타 바뀐 내용으로는 ▲사업자단체 금지행위에 대한 정액 과징금 한도 상향(현행 5억→10억원) ▲법원 판결에 따라 공정위가 일부패소한 경우 환급가산금 미지급 ▲분쟁조정기간 연장(현행 60→90일) 등이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