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종용기자] 금융당국이 금융정책부터 인사까지 어설픈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핑계 없는 무덤은 없다. '청와대 인사 검증이 늦다' '막는 데까지 막아봤다' '노사가 알아서 할 일이다' 등 들어보면 결국 남 탓이다.
인사 문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은 내일(12월19일)로 취임한 지 한 달이 되는데 아직까지 부원장 인사를 하지 못하고 있다. 머리만 새로 바뀌고 몸통은 옛날 그대로다.
금감원 부원장은 금감원장의 제청으로 금융위원회가 임명한다. 원장이 제청하기 전에 청와대의 인사검증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정윤회 정국'으로 청와대가 인사검증에 신경을 못 쓰고 있다는 토로가 나온다.
조직 개편이나 인력 재배치가 늦어지면서 임직원들은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단다. KT ENS 협력업체 대출사기, 모뉴엘 파산, 신한은행 불법 계좌조회 등으로 내년 초에 금감원이 제재해야 할 금융인이 200여명에 달하는데 제대로 될 지 의문이다.
정책금융공사와 산업은행이 합쳐진 '통합 산은' 역시 출범 2주일을 앞두고도 임원 인사를 하지 못하고 있다. 정책금융 총괄 부행장은 산은 회장의 제청으로 금융위가 임명하게 된다. 하지만 이 역시 청와대의 인사검증이 지연되고 있는 설명이다.
인사 검증 지연이라는 말에 '그럴 수 있지'가 아니라 '그러면 그렇지'로 고깝게 들리는 이유는 그동안 금융당국이
우리은행(000030)장 등 금융권 고위직의 내정 인사에 속수무책이었기 때문이다. 기관에서도 '갑툭튀(갑자기 툭 튀어나온 인물)' 인사가 재연되지 않으면 다행이다.
정체 모를 통로를 통해 내정자가 나왔지만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내정설은 언제나 있었다"며 모르쇠로 일관했다. 관피아 대신 정피아들이 금융사 감사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데도 금융위 고위관료가 사석에서 한다는 말이 "막는데까지는 막아봤다"이다.
관치금융에도 못 미치고 있는 금융당국의 행태는 KB사태부터 예견됐던 일이다. 임영록 전 회장의 징계 수위를 여러 차례 번복하면서 당국 내부 갈등을 외부로 비치는가 하면
LIG손해보험(002550) 인수 승인을 빌미로 이제는 KB금융의 집행이사들까지 나가라고 압박하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내놓은 지배구조 모범규준도 졸속으로 내놓았다는 비난을 맞고 있다. 1금융권에 지나치게 초점을 맞추다보니 2금융권에 '몸에 맞지 않는 옷'이 됐다. 대기업 계열 금융사 중심으로 반발이 거세자 결국 재수술에 들어갔다.
하나금융지주(086790) 역시 이렇다 할 시그널을 주지 않는 금융당국 때문에 속앓이를 하고 있다. 당초 지난 10월에 하나-외환은행 합병 승인신청서를 제출할 계획이었지만 지금까지 눈치만 보고 있다. 일각에선 전임 금융위원장처럼 차라리 하나금융 노사와 사진이라도 찍어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과거 재정경제부의 금융정책기능과 금융감독위원회를 합쳐서 금융위원회를 만든 지가 이제 10년 남짓이다. '눈치보기'에 따른 인사 지연과 금융정책 실기를 바로잡지 못하는 금융위원회라면 차라리 해체하고 원래대로 되돌려야 한다고 비난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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