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정혁기자] 포항스틸러스 입단을 앞뒀던 대형 유망주 황희찬(18)이 갑작스레 유럽으로 떠나면서 축구계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포항의 우선 지명을 받은 황희찬이 지난 16일(한국 시간) 오스트리아 1부리그인 레드불 잘츠부르크와 4년6개월간 계약을 맺었다는 소식이 현지 언론을 통해 전해지면서 이번 논란이 시작됐다.
포항 관계자는 18일 <뉴스토마토>와 통화에서 "우리도 언론 보도를 통해 뒤늦게 알았다. 규정에 따라 엄정하게 대처할 생각이다. 황희찬과 계약금과 해외 임대 이적 등 세부 사항을 조율 중이었다"면서 "황선홍 감독님과 해외 이적이나 선수 미래에 대한 일들로 면담을 하기도 했다. 그런데 갑작스레 연락이 끊긴 뒤 계약 사실이 알려져 당황했다"고 말했다.
축구계 반응도 냉담하다.
한 구단 관계자는 "키워놨는데 뺏긴 꼴이다. K리그 유스팀에도 안 좋은 사례로 남게 될 것"이라고 황당해 했다.
한 K리그 유소년 축구 관계자는 "선수의 꿈이라는 측면에서는 나쁠 것이 없지만 성공 가능성과 적응이라는 문제에서는 걱정도 된다. 게다가 버젓이 있는 규정까지 어기지 않았느냐"면서 "가서 잘 뛰면 모르겠으나 조금만 부진하면 무분별한 해외 진출이란 얘기가 또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구단 유소년 축구팀 코치를 지낸 인사는 "포항은 유스 시스템이 뛰어난 구단에 속한다. 그런데도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은 다른 구단 입장에서도 힘이 빠지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포항의 유스팀인 포항제철중과 포항제철고를 졸업한 황희찬은 대형 공격수 유망주로 주목받았다. 2009년 차범근 축구상, 2011년 대한축구협회 남자중등부 최우수 선수상, 2012년 아시아축구연맹(AFC) 16세 이하(U-16) 챔피언십 득점왕, 2013년 대통령금배 득점왕 등 될성부른 떡잎으로 분류됐다. 고교 시절부터 유럽 명문 구단들의 영입 대상에 오른 것으로 유명하다.
포항으로서는 구단의 미래를 보고 6년 동안 황희찬을 길러냈으나 하루아침에 선수를 뺏긴 꼴이 됐다.
K리그에서는 우선지명 선수가 해외에 진출하면 5년간 K리그에 등록할 수 없다는 규정이 있었으나 지난 1일 폐지됐다. 다만 해외에 진출한 우선지명 선수가 K리그에 돌아오려면 반드시 원소속 구단의 동의를 얻어야 이적할 수 있다는 규정이 새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황희찬이 우선 지명된 시점은 11월이고 이같이 개정된 규정이 통과된 시점은 12월이다. 이 때문에 규정 적용에 해석이 다를 수 있어 다소 애매하다. 프로축구연맹은 이를 놓고 고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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