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전재욱기자] 문희상(69) 새정치민주연합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이 과거 청와대 대통령 비서실장 재직 직후 조양호(65) 대한항공 회장에게 처남의 취업을 부탁한 사실이 최근 판결문을 통해 확인됐다.
특히 문 위원장의 처남은 조 회장의 부탁으로 입사한 한진의 미국 현지 회사에서 실제 근무하지도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8년 동안 미화 74만7000달러의 급여를 받은 것으로 확인돼, 불법 자금 수수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중앙지법 민사35부(재판장 이성구 부장)는 문 위원장의 처남 김모씨가 문 위원장과 자신의 누나이자 문 위원장의 부인 A씨를 상대로 낸 12억227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A씨가 동생에게 2억88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판결문을 보면, 김씨는 1970년 자신의 누나 A씨와 공동으로 부친이 소유한 땅 256㎡를 매수했다. 땅값은 둘이 반반씩 치르고, 소유권도 절반씩 나눴다. 남매는 1994년 이땅 위에 4층 건물을 새로 세웠다. 공사비는 A씨가 거의 부담했으나, 소유권은 김씨가 가졌다.
A씨는 1994년 10월 김씨의 동의를 얻어 건물 매매계약서를 담보로 방모씨에게서 돈을 빌렸다. 방씨는 A씨가 돈을 갚지 않자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치고 건물을 매매했다. 방씨가 소유권이전등기를 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양도세와 주민세 합계 2억8800만원을 김씨가 부담하게 됐다. 김씨는 세금을 포함해 건물이 넘어가게 된 데 따른 손해를 배상하라며 문 위원장 부부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양도세와 주민세는 A씨가 부담해야 하는 것이 맞지만, 건물이 넘어가 입은 손해는 소멸시효가 넘어갔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방씨가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때는 2001년 4월이고, 김씨가 소송을 낸 시기는 소멸시효 10년이 지난 2013년 6월이라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김씨는 법정에서 2012년까지 문 위원장 부부가 자신에게 손해배상에 앞서 이자를 지급해왔으므로 소멸시효가 지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문 위원장이 자신을 대한항공에 취업시켜 돈을 받게 해주는 식으로 이자를 대신해 지급한 것이란 주장이다.
재판부는 이 과정에서 문 위원장이 처남 김씨의 취업을 대한항공에 알선한 사실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피고 문희상은 2004년쯤 고등학교 선후배 사이인 대한항공의 회장을 통해 미국에 거주하던 김씨의 취업을 부탁했고, 대한항공 회장은 미국의 브릿지 웨어하우스 아이엔씨의 대표에게 다시 취업을 부탁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에 따라 김씨가 그 무렵부터 2012년쯤까지 이 회사의 컨설턴트로서 미화 74만7000달러를 지급받았다"며 "김씨는 다른 곳에 거주하는 등 회사에서 현실적으로 일을 하지 않은 사실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뉴스토마토> 취재결과 브릿지 웨어하우스는 컨테이너를 수리하는 외국계 소규모 업체로, 주소지는 '미국 캘리포니아 롱비치 한진로드 301'로 확인됐다. 한진해운 국제터미널(TTI)과 주소가 같다. TTI는 지난 1992년 한진해운이 캘리포니아 롱비치에 설립한 컨테이너 항구 회사이다.
재판부는 "피고 문희상이 마땅한 수입원이 없던 김씨에게 직업을 알선한 것으로 보일 뿐, 김씨가 주장하는 이자 지급을 위한 것이라고 볼 증거가 없다"고 덧붙였다.
김씨가 대한항공을 통해 취업을 한 2004년 문 위원장은 여당 실세 정치인으로 활동했다.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은 이때도 회장직에 있었다. 1945년생 문 위원장과 1949년생 조 회장은 서울 경복고등학교를 졸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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