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헌정사상 처음으로 청구된 통합진보당 해산심판 마지막 변론에서 해산을 청구한 정부측과 이를 방어하는 진보당측의 총력전이 펼쳐졌다.
25일 오전 10시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이번 공판은 지난해 11월 5일 정부측이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한지 1년을 넘긴 상황에서 열렸다. 변론기일만 18번이 열렸다.
이날 공판은 그동안 쌍방이 제출한 서증 등을 최종적으로 확인한 뒤 쌍방 대표자와 대리인의 최종 구술변론 순으로 진행됐다.
양측의 공방은 시작부터 치열했다. 정부 측을 대표한 법무부 검사들이 먼저 포문을 열었다.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이 25일 통합진보당 정당해산심판 최후변론을 열린 가운데 양측의 진술을 듣고 있다.(사진=뉴스토마토)
정부는 "통진당은 북과 연계해 대한민국을 전복하고 자주적 민주정부를 수립해 북과 연방제 통일을 이룩한 뒤 한반도에 북한식 사회주의 국가를 설립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당의 목표가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되는 만큼 해산하지 않으면 우리 헌법질서는 붕괴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통진당은 공산주의도 용인하는 정당임을 스스로 용인하고 있고, 통일방안으로 주장하는 코리아연방공화국은 자주적 민주정부를 만들어 통일하자는 것으로 사회주의로 갈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이어 "국제사회가 북의 인권문제를 지적하고 책임자 처벌을 주장하는 가운데 통진당은 국가보안법 폐지와 간첩활동 허용하는 한편, 유엔에서 채결된 대북 결의안 같은 국제 사회의 노력을 외면하고 있다"며 "당의 의미와 기능을 망각하고 정치적 결사체로 인식해 특권만 누리려는 진보당은 헌법에 따른 심판이 내려져야 한다"고 공세를 폈다.
진보당 측의 반격도 만만치 않았다. 정부의 위헌근거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하며 방어진을 폈다.
진보당은 "정부는 정당 강령에 드러나 있지 않은, 은폐된 목적을 찾아서 위헌성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공식적으로 위헌요소를 찾을 수 없음을 의미한다"며 "퍼즐 맞추기를 통해 정당 목적의 위헌성을 찾으라고 하는, 헌법재판소에 탐정의 역할을 하라는 셈"이라고 주장했다.
진보당은 "정부는 진보당의 위헌적 핵심이 북한 추종성에 있다고 주장하며 종북공세를 펼치고 있지만 이는 완재산 등 전체 당원 중 극소수이고 당의 지도부나 간부도 아니며, 당의 어떠한 활동에도 영향을 끼친 사실이 없다"고 강조했다.
진보당은 이어 "정당해산심판은 국가안위에 위해가 될 경우 형사적, 행정적으로 대처할 수 없을 때 마지막으로 기능하는 최후수단"이라며 "정부의 청구가 인용되면 진보당뿐 아니라 사회적으로 장래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정치적자유가 제한돼 시민사회 활동 자체가 불가능해질 것"이라고 지적한 뒤 "헌정사상 처음으로 진보당이 해산되면 우리 사회는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 비판을 불허하는 전체주의 사회로 전락할 것이므로 청구는 기각되어야 한다"고 맞받았다.
이날 오후로 넘어오면서 이어진 양측 대리인들의 구술변론에서는 공방이 더욱 치열해졌다. 정부측 검사들은 최후변론을 할수록 언성이 높아졌고, 진보당측 대리인 중에는 격한 감정으로 울음을 깨물기도 했다.
정부를 대리해 이번 사건의 실질적 지휘를 맡고 있는 정점식 법무연수원 기획부장(검사장)은 A4 43페이지에 달하는 장문의 최후변론을 이어갔다.
◇통합진보당 해산심판 최후변론기일인 25일 헌법재판소 관계자들이 법정 안에 쌓여 있는 방대한 양의 양측 증거자료들을 바라보고 있다.(사진=뉴스토마토)
정 부장은 "1년여 동안 진행된 정당해산 심판을 통해서 그들이 왜 입당해 14년의 세월동안 당권을 장악하기 위해 노력했고 그 과정에서 발생한 일련의 사건들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그 답은 이미 명확해졌다"며 "통진당은 대한민국 체제를 파괴하고 변혁해 그들이 과거붙 꿈꿔왔던 그달의 '준거점',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려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그들이 추구하는 목적과 이념에 기초해 발현된 활동은 우리의 자유민주적 기본절서에 위배되는 것으로 진보당의 해산과 소속 의원들에 대한 의원직 상실을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촉구했다.
한편, 진보당 소송대리인단 단장을 맡고 있는 김선수 변호사는 "조국과 민주주의와 국민의 자존, 정부, 사회적 약자, 헌법재판소를 위해 정부측 청구는 기각되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 변호사는 "국가권력이 소수정당을 강제로 해산하는 야만적인 수준의 국가가 된다면 국제사회에서 국격을 유지할 수 없고 국민들의 모든 반정부 비판 활동은 탄압의 대상이 될 것이며 대한민국 정부의 무능을 만천하에 공표하는 것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진보당은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하는 약자들을 위해 정책을 제시하고 연대하고 같이 투쟁해온 정당으로, 진보당이 해산될 경우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를 위한 활동 자체가 불온시되고 위축될 우려가 크다"며 "다수파의 횡포가 거침없이 행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헌법재판소가 균형추를 잡아 존재의의를 확인하기 위해서라도 정부의 청구는 기각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측 대리인들의 최후변론에 이어진 황교안 법무부 장관과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의 최후변론에 이르러서 공방은 절정에 달했다.
황 장관은 "통진당은 자유민주주의를 부정한 북한 추종세력의 본거지로, 강령인 '진보적 민주주의'가 실제로 추구하는 것은 용공정부 수립과 연방제 통일을 통한 '북한식 사회주의' 실현으로, 대한민국을 내부에서 붕괴시키려는 암적 존재"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 대표 역시 모두에는 진보당원들의 인터뷰를 담은 영상을 재판부를 향해 방영하며 감성을 자극했으나 본격적인 최후변론이 시작되자 "민주노동당시절부터 국민들과의 거리를 좁히기 위해 애썼으나 정부가 보수언론과 국정원의 종북공세로 만들어진 그릇된 인상을 기반으로 삼아 강제해산청구까지 감행했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헌법재판소 주변에는 공판이 진행되는 내내 100여명 가량의 시민단체 회원들이 보수와 진보로 갈려 시위를 이어갔다.
보수성향의 단체에서는 진보당의 해산과 내란 음모로 재판을 받고 있는 이석기 의원에 대한 극형을 주장했다.
반면 진보성향의 단체들은 "진보당의 해산 선고는 민주주의를 죽이는 것"이라며 정부의 심판청구 기각을 촉구했다.
헌법재판소 정문 앞 도로를 사이에 둔 이들 간에는 간헐적으로 상대를 비판하는 고성이 오갔으나 물리적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
◇통합진보당 해산심판 최후변론이 열린 25일 서울 재동 헌법재판소 정문 앞에서 시민단체들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사진=뉴스토마토)
이날 최후변론은 변론이 끝나는 마지막 까지 긴장이 팽팽했다. 선고일에 대한 재판부의 입장이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날 박 소장은 "이번 사건 심판은 이 나라 민주주의와 국가발전과 직결된 막중한 사안인 만큼 헌법적 가치를 최대한 구현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며 "선고일은 추후 결정해 양측 대리인에게 전달하겠다"고 말해 선고일을 지정하지 않았다.
앞서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은 지난 국정감사 당시 법제사법위원들과의 식사 자리에서 연내 선고를 내릴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의 답변을 한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일었었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연내 선고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시각이 비등하다. 16만7000여쪽에 달하는 방대한 서증검토와 사안의 중대성 등을 고려할 때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는 해석이 많다.
진보당측 대리를 맡고 있는 이재화 변호사는 "증거의 양과 사안의 중대성, 외국의 예를 볼 때 연내 선고는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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