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수경기자] 국내 시장에서 사세가 급격히 위축되고 있는 일본 화장품 업체들의 철수가 현실화되고 있다.
시장에선 지난해부터 몇몇 업체들의 철수설이 나돌았었다. 매출이 반토막 난 업체가 수두룩할 정도로 악화일로를 걷고 있으면서 부터다.
방사능 악재에 더해 가네보화장품 백반증 사태까지 불거지면서 국내 소비자들의 신뢰를 잃은 이후 일본 화장품 업체들은 그야말로 LTE급 속도로 추락하는 분위기다.
결국 국내 진출 14년차인 오르비스가 가장 먼저 손을 들었다.
지난 8월 주요 유통채널로 활용하던 통신판매 종료를 공식 선언한데 이어 오프라인 매장까지 조용히 접은 상태다. 결국 내년 2월부로 한국법인을 청산키로 최종 확정지었다.
매출이 곤두박질 치면서 더 이상 사업을 영위하는 것 자체가 의미가 없다는 판단이 작용한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사진=오르비스 홈페이지 캡쳐)
일각에서는 오르비스는 이제 시작에 불과할 뿐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국내에서 짐을 싸는 업체들이 더 생겨날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현재 영업망을 축소하면서 철수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는 업체들도 있는 상황 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는 귀뜸했다.
때문에 시장에서는 오르비스 다음 타자가 누가 될 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 화장품은 제품 경쟁력, 가격, 브랜드 이미지 등 모든 면에서 평가절하 당하고 있는 분위기라 사업을 지속하기 녹록치 않은 환경"이라며 "버티기 힘들다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올 정도로 상황이 심각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너나 할 것 없이 본격적으로 수익성이 부진한 매장을 정리하는 작업을 펴고 있다"며 "상황이 나아지지 않을 경우 결국 사업을 포기하는 업체들이 분명히 더 나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르비스를 계기로 철수사태가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는게 업계의 중론이다. 업체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분위기를 반전시키기는 쉽지 않을 거라는 시각이다.
노세일 정책을 유지하며 콧대 높기로 유명했던 SK-II는 특가행사 뿐 아니라 홈쇼핑 채널까지 등장하며 판촉에 나서고 있지만 올해도 두 자릿 수 이상의 매출 하락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자존심은 자존심대로 구기고 소득은 전혀 없는 셈이다.
시세이도 역시 백화점 개편 시기마다 매장이 하나 둘 빠지면서 매장 수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 형편이다. DHC도 홍대, 강남 등 핵심 상권에서 직영매장을 잇따라 철수하면서 분위기를 짐작케 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품질이나 브랜드력에 상관 없이 일단 일본 화장품이라는 것 자체만으로도 거부감이 커지고 있다는게 가장 큰 문제"라며 "최근에는 일본 제품이라는 것을 최대한 노출시키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미지에 한번 큰 타격을 입은 터라 회복하기 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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