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영기자] 전 산업군이 우울한 3분기 성적표를 받아든 가운데 제약업종이 나름 무난한 실적을 내놨다.
상위 제약사들 가운데에서도 희비가 엇갈렸지만 리베이트 투아웃제 시행 등 악화된 영업환경을 감안하면 선방했다는 평가다. 특히 업계 선두권인 유한양행과 녹십자는 제약사 사상 최초로 연간 매출 1조원 진입에 바짝 다가서는 호실적을 내놨다.
제약업계 1위
유한양행(000100)은 3분기 영업이익 134억900만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4.4% 늘어났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2591억1500만원으로 16.9%, 당기순이익은 118억3300만원으로 40.9% 급증했다. 유한양행은 지난 2분까지 누적 매출 4803억원에 3분기 2591억원을 합쳐 7394억원의 매출로, 목표인 1조원까지 2600억원 가량이 남게 된다.
제약사 사상 처음으로 연간 매출 1조원의 테이프를 끊을 제약사로는 현재 유한양행이 가장 유력하다. 유한양행은 베링거인겔하임의 고혈압 치료제 ‘트윈스타’, 당뇨병 치료제 ‘트라젠타’, 길리어드의 B형간염 치료제 ‘비리어드’ 등 3대 품목의 무서운 성장세와 함께 1조 클럽 가입을 사실상 확정지었다.
유한양행과 함께 연매출 1조원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는
녹십자(006280) 역시 3분기 매출액으로 약 2800억원의 실적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6%가량 증가한 양호한 성적표가 기대되고 있다. 주력인 백신 분야에서 여전히 높은 시장 지배력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수출 실적 또한 기대치가 높다.
토종신약 '카나브'로 폭풍 성장기를 맞고 있는 보령제약은 3분기 수익성이 대폭 늘어났다. 보령제약은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111.37% 늘어난 70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1036억3500만원으로 13.44% 늘었고, 순이익은 59억9900만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보령제약의 이익 폭이 커진 것은 '카나브'의 수익성이 한몫 했다. 카나브는 지난해 국내외 매출액이 총 350억원에 불과했지만 올해에는 국내에서만 300억원 매출이 예상되고 있으며, 지난달에는 멕시코 시장에도 본격 진출했다. 현지 ARB시장에서 10%의 점유율을 올려 연간 500억원의 매출을 달성하겠다는 전략이다.
유나이티드제약도 양호한 성적표를 내놨다. 유나이티드제약은 3분기 영업이익이 53억8200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9% 늘어났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369억700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 당기순이익은 51억9900만원으로 139% 증가했다.
동아에스티는 31일 3분기 영업이익 137억8000만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전년 동기 대비 9.7% 감소했지만 전분기(113억원) 대비로는 21.9% 늘어났다. 영업이익률은 전년 동기 대비 0.2%포인트 상승한 10.3%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1333억3600만원으로 11.9% 감소했고, 당기순이익은 105억300만원으로 흑자전환했다.
동아에스티의 매출 감소세는 정부 규제로 악화된 영업환경 영향이 컸다. 동아에스티 관계자는 "영업활동에 대한 보다 강화된 공정경쟁규약프로그램(CP)의 적용으로 마케팅 활동이 위축되면서 전문의약품부문 매출액이 감소했다"며 "해외시장에서 캔박카스와 성장호르몬 등의 수출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WHO의 주문 지연으로 항결핵제 의약품과 원료의약품의 수출이 감소해 매출액이 감소했다"고 말했다.
한미약품도 3분기 영업이익이 12억3100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1.9% 감소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3.7% 줄어든 1793억3600만원을 기록했으며, 당기순이익은 79.5% 낮은 32억1500만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한미약품의 3분기 부진한 성적은 신약개발을 위해 분기 사상 최대 R&D(연구개발) 투자를 집행한 데 따른 것이어서 시장의 우려는 그리 크지 않다. 한미약품은 3분기 매출액 대비 무려 22.4% 수준에 달하는 401억원을 신약개발에 투입했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퀀텀 프로젝트에 대한 글로벌 임상 등 R&D 투자가 일시적으로 집중됨에 따라 3분기 영업이익이 12억원 수준으로 급감했다"며 "이는 R&D 비용이 증가한 데다 강력한 CP(공정경쟁규약준수프로그램) 영업마케팅 정책을 추진함으로써 매출 성장이 일시적으로 둔화된 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종근당은 3분기 영업이익이 130억1500만원으로 전 분기보다 25% 감소했다. 매출액과 당기순이익도 1272억8500만원, 92억3300만원으로 각각 7.1%, 19.3%씩 줄어들었다.
대웅제약(069620)은 매출은 늘어났지만 3분기 123억원의 법인세 추징으로 이익이 크게 떨어졌다. 대웅제약의 3분기 영업이익은 152억6000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8.5% 감소했다. 매출액은 1904억1000만원으로 10.8% 늘었고, 57억3700만원의 당기순손실이 발생해 적자전환했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3분기 일회성 법인세 추징비용 123억을 반영해 영업이익이 급감했지만 4분기부터는 다시 정상적인 영업실적을 기록할 것”이라며 “전반적으로 코프로모션 수수료 상승부터 우루사와 나보타 등 주요품목 매출은 증가했지만 세무조사와 관련비용 등으로 수익이 일시적으로 악화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투자업계는 제약사들이 약가 인하 이후 빠르게 실적을 회복한 전례를 근거로 강화된 정부 규제 속에서도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토러스투자증권은 "올해 7월부터 ‘리베이트 투아웃제’가 시행되고 있어 50여개의 제약사가 ‘공정거래자율준수프로그램(CP)’을 도입하면서 모든 업체들에게 동일한 영업환경이 조성되는 중"이라며 "실제 리베이트 투아웃제 시행 전후 시장의 영업환경과 각 업체들의 처방실적 변화는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약가인하 이후 강력한 마케팅을 기반으로 신속하게 실적을 회복한 업체가 리베이트 투아웃제 시행 이후에도 견조한 처방실적을 기록 중이며, 당분간 견조한 성장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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