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옥중발간한 사회적 기업 관련 저서 ‘새로운 모색, 사회적 기업’
[뉴스토마토 양지윤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14일 옥중저서 '새로운 모색, 사회적 기업'을 출간한 가운데, 이를 대하는 학계의 시선이 엇갈리고 있다.
사회적 기업 등 비주류 경제학을 주로 연구하는 교수들은 이날 최 회장의 저서 발간 소식에 다소 의외라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사회적 기업에 관심을 가지는 것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다만 최 회장이 복역 중에 사회적 기업에 대한 저서를 출간한 것이 향후 사면과 가석방 등 선처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겠냐며 진정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문정인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최 회장의 저서 '새로운 모색, 사회적 기업'의 추천사를 통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화두로 떠오른 이 시점에 시의적절하게 발간된 책"이라면서 "설득력 있는 실사구시의 현실적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 반가웠다"고 높게 평가했다.
문 교수는 특히 최 회장이 제시한 SPC(Social Progress Credit)에 대해서는 획기적인 발상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SPC는 사회적 기업이 더 많은 사회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동기를 유발하는 일종의 보상 개념으로, 사회적 기업이 창출하는 사회적 가치를 측정하고 가치의 일정 비율을 정부가 사회적 기업에 유가증권 형태로 지급하는 방식이다.
최 회장은 사회적 기업을 확산시킬 대안으로 사회적 가치에 기반한 인센티브인 SPC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문 교수는 "'최태원 크레디트'라는 별칭을 붙여줘도 무방할 정도"라면서 "최 회장이 행복도시락, 행복한 학교, 행복나래 등 저자 스스로가 현장에서 실험한 바를 통해 얻은 통찰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대안 경제를 주창하는 학자들은 최 회장의 저서 발간 소식에 의외라는 반응을 보였다. 일단 최 회장의 저서 발간을 계기로 사회적 기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에 대해서는 너나할 것 없이 한목소리로 환영했다. 하지만 해당 저서가 향후 가석방 등 선처에 이용될 소지가 있다는 점에서 경계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이창언 한국방송통신대 문화교양학과 교수는 "최 회장이 사회적 기업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켜 건전한 시장질서를 조성하는 것에 일조하는 것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이 교수는 다만 "사회적 기업은 호혜와 나눔의 정신을 구현하는 측면이 강하기 때문에 이윤을 추구하는 대기업과는 방향성 자체가 다르다"면서 "최 회장이 제시한 대안이 적확성을 가지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교수는 "최 회장의 저서가 기업홍보와 이미지 쇄신을 위한 보여주기 일환에서 출간된 측면도 커 보인다"고 부정적 시선을 드러냈다.
김광남 극동대 교수 역시 최 회장의 저서 출간에 대해 "최 회장이 사회적 기업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환영할 일"이라면서 "색안경을 끼고 볼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다만 대기업 주도로 사회적 기업이 확산돼야 한다는 인식이 자리 잡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감도 든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특히 "저서 발간이 공교롭게도 수감 기간에 이뤄진 만큼 가석방 등 정상참작을 바라는 것일 수 있다"면서 "생색내기 용이 아니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이를 대하는 SK그룹은 곤혹스런 표정이다. 사회적 기업에 대한 철학은 선대회장부터 이어져 내려온 일종의 유훈으로, 최 회장의 관심은 갑작스런 것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일찍이 사회적 기업에 대한 관심과 고민을 진작시켜 온 데다, 이는 여러 형태로 사업화돼 SK를 이끌고 있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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