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민규기자] 삼성전자가 3분기 갤럭시 부메랑에 충격적 실적을 내놓은 가운데, 이제 시장의 관심은 4분기로 쏠리고 있다. 문제는 이조차 녹록치 않다는 데 있다. 스마트폰 부진에 따른 실적 악화가 경영상의 변수가 아니라 시장 구조적 문제에 기인한다는 점에서 당분간 장밋빛 전망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간 삼성전자의 고공행진을 이끌었던 스마트폰 사업이 4분기에도 비슷한 흐름이 이어질 것이 예상되는 가운데, 획기적인 반전의 계기를 마련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동시에 시스템LSI,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등 부품사업 역시 연쇄적인 실적 악화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오히려 3분기보다 낮은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이라는 시각도 상당수다.
◇삼성전자, 3년만에 영업익 5조 하회
삼성전자(005930)는 7일 잠정실적 발표를 통해 3분기 매출액 47조원, 영업이익 4조1000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매출은 2012년 2분기 이후 처음으로 50조원을 밑돌았고, 영업이익은 2011년 4분기 이후 처음으로 5조원 아래로 떨어졌다.
사상 처음으로 분기 영업이익 10조원 시대를 열었던 지난해 3분기와 비교하면 정확히 1년 만에 매출은 20.45%, 영업이익은 무려 59.65% 급락했다. 직전 분기였던 2분기 대비로도 매출은 10.22%, 영업이익은 42.98% 급감했다. 날개 없는 추락이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 스마트폰 사업을 담당하는 IM(IT·모바일) 부문의 영업이익이 2조원대 초반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전 분기 IM 부문은 4조4200억원, 전년 동기인 지난해 3분기에는 6조7000억원을 기록한 바 있다. 전 분기 대비로는 반토막, 전년 동기 대비로는 3분의 1 수준이다.
모바일 제품의 매출과 출하량이 10% 수준의 감소 폭을 나타내고 있는 반면 영업이익 하락세는 이를 훨씬 상회한다. 수익성 측면에서 출혈이 크다는 얘기다. 업계에 따르면 3분기 삼성전자 스마트폰의 평균판매단가(ASP)는 10% 가까이 급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수익을 담보하던 하이엔드 시장에서 제 역할을 못하는 동시에 신흥국을 중심으로 하는 중저가 시장에서는 샤오미와 화웨이 등 중국 후발주자들의 거친 공세에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오히려 마케팅 비용만 늘면서 출혈만 컸다는 평가다.
김영찬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모바일 판매량은 스마트폰 8029만대, 태블릿 904만대로 전분기 대비 각각 7.5%, 14.0% 증가하겠지만 전체 ASP(평균판매단가)는 전분기 대비 12.6% 하락할 것"이라며 "3분기 IM 영업이익률은 8.1%로 전분기 15.5%보다 악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삼성전자 서초사옥.(사진=뉴스토마토)
◇반도체 부문이 스마트폰 영업이익 역전
반면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은 전분기 대비 소폭 상승한 2조원대 초중반이 예상된다. 증권업계에서는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이 IM 부문을 뛰어넘었다는 분석마저 제기하는 실정. 다만 시스템LSI의 적자가 지속되면서 메모리 반도체 사업의 고공행진에 발목을 잡은 것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반도체 실적을 견인하고 있는 것은 단연 메모리 반도체 사업이다. 관련 업계에서는 3분기 메모리 사업부에서만 2조5000억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영업이익률은 30% 수준으로, 메모리 시장 경쟁자인 SK하이닉스보다 더 높은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시스템LSI 사업부의 적자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당초 증권업계 일각에서는 3분기 시스템LSI 사업부에서 1조원대의 적자가 발생할 것으로 추정하기도 했지만, 다수의 관계자 등의 말을 종합해 보면 최대 3000억원의 영업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분석된다. 상반기 대비로는 1000~1500억원 가량 적자폭을 줄였지만 고공행진하는 메모리와의 양극화 문제는 극복하지 못한 모습이다.
소비자가전(CE) 부문도 지난 분기에 영업이익 7700억원을 기록하며 선전한 것과 달리 부진한 모양새다. TV 판가 하락과 계절적 비수기가 겹치면서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60% 가까이 하락한 것으로 분석된다. 증권가는 CE 부문 영업이익이 1000억원대로 주저앉은 것으로 보고 있다. 디스플레이 부문도 OLED 매출 부진과 TV 판가 하락에 직격탄을 맞으면서 적자 기조를 이어갔다.
◇4분기 실적 여부 불투명.."호재보다 악재가 많다"
삼성전자의 4분기 실적 개선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실적 고공행진을 벌이던 지난해에도 3분기 IM 부문에서 6조7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직후 4분기에 5조원대로 영업이익이 하락한 바 있다.
여기에다 전통적으로 성과급, 일회성 비용 발생으로 인해 4분기 실적이 3분기 대비 저조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삼성전자의 4분기 영업이익이 3조원대로 내려앉을 가능성마저 제기된다. 시장 상황이 여의치 않은 가운데 획기적인 반전의 카드가 마땅치 않다는 게 최대 관건이다.
삼성전자 역시 4분기 실적에 대해 조심스러운 견해를 내놓고 있다. 삼성전자는 4분기에 갤럭시노트4, 갤럭시노트 엣지 등 신제품 라인업의 판매량 확대가 예상된다면서도 "IM 사업의 불확실성이 여전하다"고 부연했다. 삼성전자는 4분기 중국의 후발주자들에 밀려 출혈이 지속되고 있는 중저가 스마트폰 사업에 집중해 수익을 회복하겠다는 계획이다.
반도체 부문에서도 일정 부분 반등이 예상되지만 시스템LSI가 턴어라운드에 성공할 가능성은 요원해 보인다. 애플, 퀄컴 등과 14나노 핀펫 공정 계약을 체결하는 등 호재가 잇따르고 있지만 14나노 공정 개발에 투자된 비용과 양산 시점이 불분명한 상황이라 4분기 실적에 기여할 수 있을 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다만 메모리 반도체의 경우 3분기와 비슷한 흐름이 이어져 2조원대 이상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기대된다.
CE부문은 4분기에 비교적 긍정적인 전망이 제기된다. 특히 다음달 블랙 프라이데이 등 쇼핑 특수를 맞아 TV사업이 호조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면서 삼성전자 간판으로서의 기대감이 높아졌다. 김경민 대신투자증권 연구원은 "4분기는 TV성수기를 맞아 실적 개선이 이뤄질 것"이라고 관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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