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미연기자]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시행을 1주일 앞두고 막판까지 발목을 잡았던 '분리공시제'가 결국 무산됐다.
24일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 등에 따르면 국무총리실 산하 규제개혁위원회(규개위)는 정부서울청사에서 회의를 열고 단통법에서 분리공시를 제외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이에 따라 단통법은 '이빨 빠진 호랑이', '실효성 없는 반쪽 법안'이라는 꼬리표를 달게 됐고, 정부는 결국
삼성전자(005930)의 강력한 반발에 두 손을 든 것 아니냐는 비판을 면치 못하게 됐다.
통상 보조금은 제조사 '장려금'과 이통사 '지원금'으로 구성돼 있는데, '분리공시제'는 말그대로 이를 구분해서 공시하는 것이다.
분리공시제 도입이 추진된 이유는 소비자들로 하여금 보조금의 출처를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도록 해 시장을 투명화하고, 이통사들의 과도한 보조금 경쟁을 완화하고자 한 것이었다.
특히 보조금 대신 이에 상응하는 요금할인을 받을 수 있게 한 '분리요금제'가 시행되기 위해선 분리공시제 도입이 필수적이었다.
그러나 규개위는 이날 이통사와 제조사 등의 의견을 청취한 뒤 분리공시 채택을 무산시켰다. 삼성전자의 입김에 굴복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분리공시제가 도입되면 마케팅비용 등 영업비밀이 노출돼 해외 영업에 타격을 받게 된다"며 적극 반대해왔다.
전일 열린 '단말기유통법의 의의와 가계통신비 절감 과제' 토론회에 참석했던 김재홍 방통위 상임위원은 "분리공시의 경우 '제조사 반대, 이통사 찬성'이 아니라 '삼성전자'만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는 것"이라며 "이통 3사를 비롯해 대부분의 소비자단체, 서울YMCA, 유통인협회 등이 찬성하는 등 시장상황은 절대다수가 분리공시를 희망하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또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문병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도 이날 "정부가 삼성전자의 입김에 휘둘리면서 단말기 유통구조 투명화의 핵심인 보조금 분리공시제도가 오락가락하고 있다"며 "규개위에서 분리공시제를 통과시켜야 한다"고 설명했다.
류제명 미래부 통신이용제도과장은 앞서 단통법 제정의 필요성을 역설하며 "제조사 역시 차별적인 보조금 지급으로 시장을 교란시키는 주체임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는 이통사만 제재를 받아 왔다"며 "단통법을 통해 현행 보조금 규제의 한계를 극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결국 산업통상부와 기획재정부 등 경제부처도 삼성전자의 입장을 대변하고 나서면서 결국 분리공시제 도입 노력은 수포로 돌아갔다. 이에 따라 정부는 또다시 보조금 규제에 어려움을 겪게 됐으며, '분리요금제'는 시행을 코앞에 두고 방향을 잃었다.
분리공시 무산에 따른 대안은 '업계자율'에 맡기거나 기존의 '합산공시'를 그대로 이어가는 것이지만 영업방침을 재정비하기엔 남아있는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통신업계 관계자들은 "단통법의 필수요건이었던 분리공시가 제외돼 앞으로 법 시행이 잘 될 수 있을지 우려된다"며 "지난 몇 달 간의 설득과 논쟁과정이 허무해졌다"고 입을 모았다.
한편 방통위는 이날 오후 전체회의를 열어 분리공시제를 제외한 단통법 고시안을 최종 확정하며, 25만원~35만원 범위에서 보조금 상한선도 결정할 예정이다.
(사진=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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