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정혁기자] 축구대표팀의 9월 A매치에서 팬들은 달라진 대표팀의 모습을 바라봤다.
1승1패의 결과와 실험적인 전술은 폭넓은 관점에서 대표팀을 바라볼 수 있는 평가전 본래의 의미를 되살렸다.
대표팀은 베네수엘라(5일)와 우루과이(8일)를 상대로 지난 7월 브라질월드컵 이후 처진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임시 지휘봉을 잡은 신태용 코치는 울리 슈틸리케 신임 감독에게 대표팀의 다양한 모습과 가능성을 열어줬다.
◇축구대표팀의 9월 A매치를 이끈 신태용 코치. ⓒNews1
신 코치는 베네수엘라전에서 이청용(볼튼)을 가운데로 옮기고 기성용(스완지시티)을 홀로 수비형 미드필더로 투입하며 변화를 꾀했다. 공격에서는 베테랑 이동국을 활용하는 '한국형 전술'을 펼쳐 3-1로 이겼다.
우루과이전에서는 기성용을 스리백의 가운데에 넣고 역습 위주의 경기를 운영했다. 세계적인 강호를 상대로 탄탄한 수비 후 역습을 노렸는데 패스가 좋은 기성용을 역습의 시발점으로 활용하는 발상의 전환을 했다. 스리백을 토대로 한 역습 축구인 '세계적 전술'을 대표팀의 현시점에 맞게 재해석했다. 0-1로 패했지만 실험 그 자체로 큰 의미를 챙겼다.
대표팀 에이스로 거듭난 손흥민(레버쿠젠)은 전술적 움직임을 떨쳐내고 더욱 자유로운 역할을 소화하기도 했다.
슈틸리케 감독에게 대표팀이 지금 가진 몇 가지 경우의 수를 신태용 코치가 제시한 셈이다.
'지금 최고의 경기력을 보이는 선수'라는 대표팀 선발의 원칙도 지켜졌다. 이동국(전북현대), 차두리, 김주영(이상 FC서울), 이명주(알아인) 등 지난 대표팀에서는 볼 수 없었던 선수들이 다시 태극마크를 달고 운동장을 누볐다.
선수들의 의지도 남달랐다. 경기 도중 집중력을 잃고 무너지는 장면이나 흐트러진 모습이 사라졌다. 전방에 있는 이동국과 후방에 있는 차두리는 운동장에서 대표팀의 구심점 역할을 했다. 베테랑의 가치가 재조명받았다.
◇공식 업무 시작에 앞서 지난 8일 우루과이전을 관전한 울리 슈틸리케 감독. ⓒNews1
브라질월드컵에 출전한 지난 대표팀은 평가전이면서도 전술 실험에 인색했다. 말로는 승패와 무관한 평가전이라 강조하면서도 붕어빵 찍어내듯 똑같은 4-2-3-1을 중심으로 경기를 운영했다.
그러면서도 정작 월드컵에선 "좋은 경험을 했다"는 말로 팬들의 공분을 샀다. 평가전과 실전이 갖는 의미가 뒤엉켜 '무색무취'라는 오명을 썼다.
이번 9월 평가전은 축구팬 앞에서 평가전의 참된 의미를 증명했다. 확실한 목표의식에서 비롯된 분명한 승리와 지더라도 이해가 되는 대표팀의 운영 방침을 팬들과 공유했다.
우루과이전을 현장에서 관전한 슈틸리케 감독도 살아 있는 생생한 보고서를 눈앞에서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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