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A 2014)너도 나도 스마트홈, 오픈 플랫폼은 숙제
2014-09-07 16:09:38 2014-09-07 16:13:47
[베를린=뉴스토마토 이상원기자] 냉장고가 유통기한이 다 된 음식의 사진을 찍어서 보내주고, 세탁기는 섬유유연제가 떨어졌다며 문자를 보내온다. 그동안의 스마트홈이 단순히 외부에서 제품을 켜고 끄는 수준의 일방형이었다면 이제는 제품과 제품, 그리고 제품과 사람이 대화하는 쌍방형 스마트홈이다.
 
7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리고 있는 유럽 국제가전전시회 'IFA 2014'에서는 스마트홈 가전 경쟁이 어느 때보다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다. 편리한 가전을 넘어 똑똑하고 친절하기까지 한 가전을 만들기 위한 업체들의 고민도 그대로 묻어났다.
 
이번 전시회에서 개막 기조연설을 맡은 삼성전자 윤부근 생활가전(CE) 부문 사장이 '인간을 배려하는 퓨쳐 홈의 구현'에 함께 나서자며 포문을 연 것은 앞으로 펼쳐질 가전업계의 전쟁에 대한 예고편이었다.
 
실제로 업체들의 전시부스에서는 무수한 스마트홈 기술이 선보여졌다.
 
특히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한국업체들의 선도적인 역할이 눈에 띈다.
 
삼성전자는 전시장 내에 별도의 스마트홈존을 마련해 집 밖에서 그리고 집 안에서 어디서든 구현되는 가전제품과의 소통을 시연했다. 사용자의 편의성에 중심을 둔 ▲안전한 서비스 ▲에너지 모니터링 ▲위치 인식 ▲음성 제어 등 4가지 신기능이 새로운 '삼성 스마트홈'의 핵심이다.
 
LG전자는 이미 지난 4월에 상용화한 홈챗을 바탕으로 서비스 기기를 더 확장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홈챗은 카카오톡 등 모바일 메신저를 통해 가전과 대화하는 기술로 세탁기와 냉장고, 광파오븐, 에어컨에서 로봇청소기와 조명, 오디오까지 적용 제품이 늘어났다.
 
세탁기에게 "세탁기야 빨래했니"라고 물으면 "1시부터 시작해서 2시에 빨래를 끝냈어요"라고 대답하는 식이다.
 
그동안 스마트홈 서비스에 소극적이었던 유럽가전업체들도 다양한 스마트홈 기술을 선보였다.
 
◇스마트홈 네트워크 시스템을 갖춘 드럼 세탁기 'W1' 프레스티지 모델을 공개하는 밀레 진칸 회장(사진=밀레)
 
 
독일 가전업체 밀레는 '밀레앳홈'(Miele@Home)이라는 이름으로 드럼세탁기와 의류건조기, 식기세척기 등 생활가전제품에 스마트홈 네트워크시스템을 적용했다. 사용자가 스마트폰이나 PC에서 밀레 드럼세탁기 어플리게이션을 사용하면 원격으로 조정이 가능하다.
 
밀레는 또 각 가전제품의 모든 기기가 상호연결되는 통합기기 제어시스템도 구축했다. 사용자가 가까이 있는 제품에서 멀리 있는 제품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세탁기 앞에 있는 사용자에게 세탁기가 냉장고 문이 열려있는 사실을 알려주는 식이다.
 
지멘스는 보쉬와 합작한 '홈커넥스'라는 스마트홈 서비스를 선보였다. 오븐과 식기세척기, 냉장고, 세탁기, 건도기까지 하나로 연결되어 어플리캐이션으로 구동할 수 있는 서비스다.
 
중국업체들도 느린 걸음이지만 스마트홈에 대한 관심을 드러냈다.
 
아이센스는 스마트홈 서비스의 축소판을 부스에 마련해 스마트폰으로 에어콘과 TV를 작동해볼수 있도록 했다. 아직 상용화와는 거리가 있지만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뜻이다.
 
스마트홈이 이번 전시회에서 가전산업의 미래를 보여주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쉽지 않은 과제들도 남겼다.
 
스마트홈 서비스의 핵심기술은 제품과 제품간의 연결인데, 현재의 스마트홈은 자사제품간의 연결로 제한돼 있는 것이 사실이다.
 
사용자가 특정업체의 제품들로만 가정을 꾸리고 있다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서로 다른 업체의 가전들을 하나의 스마트홈 서비스로 묶지 못한다면 가전업체들이 말하는 '퓨쳐홈'은 실현이 불가능한 셈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차세대 스마트홈을 준비하면서 '플랫폼의 개방'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7월 인텔과 델 등과 컨소시엄을 맺고, 수십억 개의 사물인터넷(IoT) 기기와 호환을 고민하고 있으며, 구글 주도로 이뤄진 사물인터넷 원천 기술 확보를 위한 컨소시엄에도 참여하고 있다.
 
LG전자는 미국 스마트 온도 조절기 '네스트(Nest)', 사물인터넷 플랫폼 '올조인(AllJoyn)' 등 글로벌 스마트홈 플랫폼 업체들과 협력하고 있고, 유럽 통신회사 텔레포니카와의 서비스 협력도 논의중이다.
 
삼성전자 홍원표 미디어솔루션센터(MSC) 사장은 "타사 제품들이 얼마나 (스마트홈) 서비스에 같이 들어올 수 있느냐, 또 제품 외에 다른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회사들과는 어떻게 연계할 수 있느냐를 고려해야 한다"면서 "플랫폼도 오픈하고, 가능하면 많은 기업들이 공유할 수 있도록 표준화하는데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말
 
유럽가전업체들도 가장 큰 고민은 플랫폼이다.
 
지멘스와 보쉬는 삼성의 사물인터넷 개방형 플랫폼인 오픈인터커넥티드컨소시엄(OIC)보다 참여기업이 훨씬 많은 올씬 얼라이언스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올씬 얼라이언스에는 50개 넘는 기업이 활동 중이다.
 
윤부근 삼성전자 사장과 조성진 LG전자 홈얼라이언스(HA) 사장이 전시기간 도중 밀레 전시장을 찾아 스마트홈 서비스에 관심을 보이면서 스마트홈 선도그룹 업체들 간의 협력가능성도 관심이다.
 
안규문 밀레코리아 대표는 "스마트홈 서비스 호환은 밀레에게 숙제다. 삼성전자도 독자적으로 되겠냐"며 협력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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