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서지명기자] '은퇴'라는 두 글자 만큼 우울한 단어가 또 있을까? 우리나라 사람들은 은퇴라는 단어를 생각하면 외로움, 우울함, 두려움, 경제적 어려움 등의 단어를 떠올린다고 한다. 온통 잿빛이다. 은퇴는 과연 이렇게 불행한 일일까. 대책없는 은퇴는 재앙이 되겠지만 준비된 은퇴는 축복이다. 은퇴도 기술이다. 뉴스토마토는 '즐거운 은퇴'를 위한 은퇴의 조건과 기술에 대해 3부에 걸쳐 다뤄본다. [편집자]
좀처럼 행복해지기 쉽지 않은 대한민국이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하루하루 열심히 달리고 있다. 입시, 취업, 승진, 결혼 등 인생의 숙제를 해치우고 있지만 끝날 기미가 없다. 경제적 형편은 나아질 기미가 없고, 내 미래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어느날 회사에서 퇴직할 시점이 됐다. 앞으로 30년은 더 살아야 한다는데 뭐먹고 살지, 뭐하고 살지 막막하다.
◇"행복감 낮아"..물질적 지표 개선됐지만 국민행복도 최하위권
우리나라 국민행복지수는 경제협렵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하위권이다. OECD 34개 회원국 가운데 한국의 국민행복도 지표는 33위, 복지충족 지표는 31위를 기록했다.
통계청이 지난 6월 발표한 국민 삶의 질 지표를 살펴보면 우리나라 국민 삶의 질은 절반 이상이 제자리거나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고용·주거 등 전반적인 물질적 부문은 개선됐지만 양극화와 건강·안전·가족 등 비물질적인 부문은 제자리걸음하거나 악화됐다.
부문별로는 21개 물질 부문 가운데 1인당 국민총소득(GNI)과 공적연금 가입률, 고용률, 1인당 주거면적 등 14개 지표에서 개선됐다. 가구평균 순자산과 개인부담 의료비 비중, 저임금 근로자 비율, 연소득대비 주택가격비 등 6개 지표는 뒷걸음질쳤다.
비물질 부문(49개)에서는 여가활용 만족도, 체감환경 만족도, 유치원 취원률 등 20종 지표에서 개선됐지만 악화(16개)되거나 보합(13개)을 보인 지표가 절반 이상이었다.
남상호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사회서비스연구센터 연구위원은 "국민이 체감하는 행복도는 여전히 최하위권에 머물고 있다"며 "국민들이 체감하는 행복도를 높이기 위해 보다 많은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韓 자살률 10년째 1위..나이들수록 불행해져
우리나라 자살률은 OECD 국가 중 압도적 1위이자 10년째 부동의 1위다.
<자료=보건복지부>
OECD 국민의료비 통계(OECD Health Data 2014)에 따르면 한국의 자살에 의한 사망률은 2012년 현재 10만명당 29.1명으로 OECD 평균12.1명에 비해 17명 높았다. 자살률이 가장 낮은 터키(1.7명)의 17배 수준이다. 한국이 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를 벗어나지 못하는 주요한 이유는 노인 자살률이다. 인구 10만명당 83명에 달한다.
행복한 노년을 위해 열심히 일하고, 가족을 위해 헌신하지만 정작 나이가 들수록 불행해지고 있다.
황혼이혼도 늘고 있다. 지난 2분기 연령병 이혼 증감률을 살펴보면 60세 이상 여성의 이혼률은 전년동기대비 23.1% 늘었다. 55~59세 여성의 이혼도 1년 전에 비해 11.8% 증가했다. 부모와 자식이라는 마지막 숙제를 덜게 됐을 즈음 이혼을 선택하는 우리시대의 슬픈 자화상이다.
◇"행복은 연습하는 것..은퇴는 준비하는 것"
은퇴가 걱정이 되는가. 준비가 덜 돼 있거나 안 돼 있기 때문이다.
은퇴는 준비하는 것이고, 행복은 연습하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현재 어려운 요소만 행복해질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적극적으로 행복을 추구해야 한다.
김경미 동명대 상담심리학과 교수는 "차가운 물 꼭지를 잠근다고 해서 따뜻한 물이 나오는 것이 아니라 따뜻한 물 꼭지를 틀어야만 하는 것"이라며 "행복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긍정을 연습하고 행복을 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혼자가 아닌 배우자와 함께하는 은퇴준비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최성환 한화생명 보험연구소 소장은 "대다수의 선진국에서는 일찌감치 부부중심의 은퇴설계를 장려해 왔지만 우리나라는 그렇지 못하다"며 "앞으로 은퇴준비는 혼자가 아닌 배우자와 함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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