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변호사회 "객관식 가사소장 모델 도입 반대"
"이혼소송 상호비방 원인 전혀 이해 못한 결정"
2014-08-26 14:05:04 2014-08-26 14:09:37
 
[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서울가정법원이 다음달 1일부터 소장의 청구원인을 주관식 서술형에서 객관식으로 표시하도록 하는 방식의 새로운 가사소장 모델에 대해 서울지방변호사회(회장 나승철)가 반대하고 나섰다.
 
서울변호사회는 26일 논평을 내고 "서울가정법원이 최근 도입하기로 한 가사소장 모델은 종래 이혼 소송이 상호비방으로 얼룩졌던 원인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서울변호사회는 논평에서 "이혼 소송이 상호비방으로 얼룩지는 이유는 소장의 청구원인이 주관식 서술형이기 때문이 아니라 우리나라 민법이 상대방 배우자에게 귀책사유가 있어야 이혼이 인정되는 “유책주의”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상대방에게 책임이 있어야 이혼이 인정되기 때문에 당연히 이혼 소송은 상대방의 잘못을 주장하고 입증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서울변호사회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장을 객관식으로 바꿔서 갈등 심화를 방지하겠다는 것은 그야말로 고식지계에 불과"하다며 "이혼 소송 중 갈등 심화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오히려 재판장이 당사자나 변호사에게 상대방을 자극하는 주장이나 증거의 제출을 자제하도록 소송지휘를 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고 꼬집었다.
 
또 "소장에서 이혼사유를 객관식으로 기재한다고 해도 상대방이 답변서에서 이혼사유를 부인하게 되면 어차피 원고는 상대방의 잘못을 주장·입증할 수밖에 없다"며 "결국 새로운 가사소장 모델에 따르더라도 소장 단계에서의 상호비방이 준비서면 단계로 미뤄지는 것에 불과하고 당사자의 서면공방을 통해 사건이 성숙되기도 전에 조정만 강요하는 방식으로 재판이 진행될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변호사회는 이어 "게다가 서울가정법원이 이혼 소장의 형식을 규제하는 것은 법적 근거가 없으므로 국민의 재판청구권, 변호사의 변론의 자유를 침해하는 일"이라며 "따라서 서울가정법원 판사들은 새로운 가사소장 모델을 사용하지 않을 경우 원고나 변호사에게 불이익을 줄 것 같은 태도를 보여서는 안 될 것"이라며 사실상 새로운 가사소장 모델 사용에 대한 불복 의사를 내비쳤다.
 
앞서 서울가정법원은 지난 24일 혼인파탄 사유를 글로 적는 주관식 형태의 가사소장을 ▲배우자가 아닌 자와 동거·출산 ▲배우자 아닌 자와 성관계 ▲기타 부정행위 ▲장기간 별거 ▲가출 ▲잦은 외박 등의 항목 중 해당사항만 체크하도록 하는 형태로 변경한다고 밝혔다.
 
서울가정법원 관계자는 "현재 가사재판은 소장과 답변서 공방 단계부터 혼인 관계 파탄의 책임이 상대방에게 있다는 점을 주장·입증하기 위해 상대방을 공격하고 비난하는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며 "이번 가사소장 모델 변경은 이와 같은 갈등증폭과 당사자들의 고통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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